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변상욱 지음 / 멀리깊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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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이 책<두 사람이 걷는 법>은 꽤나 생각을 해야 하는 글들이 많이, 아니 온통 다 그런 글들이다. 두 사람이 걷는다. 나 홀로 걷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 그들 사이에는 눈으로 보이는 차이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같은 수도 있다."두 사람"은 개개인의 존재를 말하는 듯하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걷는 법은 꽤 어려울 수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니, 지름길을 찾자고 나서는 이, 걷기 편한 길을 우선하자는 이, 그 변수는 셀 수 없을 만큼이지 않을까, 백인 백색이라고, 

 

지은이는 올곧게 살아오려 노력한 언론인이다. 2015년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9년에 CBS 36년을 마감하고 YTN에서 <뉴스가 있는 저녁>의 앵커로 활동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을 키운 8할은 노동자, 농민, 노점상, 도시빈민 이라고...여전히, 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고 믿으며, 초원의 주인이 사자가 아니라 풀과 바람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풀과 바람인 우리 이웃, 함께 걸어야 할 그들에게 내미는 고마움과 부끄러움의 결과라고 겸허하게... 

 

이 책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는 모두에겐 자기 몫의 하늘이 있다를 비롯하여 11개의 글이, 2부 너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라는 이름으로 12개 글, 3부 우리를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길에서는 "사유 없이 행동하는 것이 악"을 비롯 14개의 글, 모두 35개... CBS36년의 근무-1인가(여전히 36년 되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1년이라는 마지막을 위해서일까), 사유 없이 행동하는 것이 악이란 글, 지은이는 끊임 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듯하다. 

 

한나 아렌트가 1961년 예루살렘 전범재판에 넘겨진 아이히만의 재판참관 보고서<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나오는 문장이 생각난다. 무지,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 존재하면, 즉 사유가 없으면 생각이 없이 행동하는 것은 바로 악이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악마적이지도 않았다."말이 그렇다. 

 

이 책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리려는 의도는 없다. 하나하나 곰씹어 볼뿐이다. 아예 그럴 걈냥이 아니니...그런데 몇 개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고 내 맘 깊은 곳에 담아두고 싶다. 

 

온 하늘이 새의 길이 듯, 세상에 정해진 길은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사회는 길이란 게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낙오자, 실패자, 직장에서 직급과 직위가 높아지면 행복도 그만큼 비례해서 커지나?, 먹고사니즘에 묶여, 자기를 돌아볼 틈도, 여유도 없는 이들, 지은이는 아마도 이 대목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여기에 적고 싶었던 모양이다.

 

"현실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 지침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철학이든 종교든 겸허히 배운 뒤에는 그것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다.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거나 단편적인 배움을 기계적을 적용시키면 오히려 손실인 듯 했다"(18쪽). 

 

참으로 맞는 말이다. 문제는 거리두기방법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 대목은 세상에 온갖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이유는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배우고 단련시키기 위함이다. 혜안이란 공력이 높은 사람들만이 갖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바탕이 되기에 그러한 게 아닐까 싶다. 

 

 

당신은 무슨 꽃인가

 

두 사람은 생각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같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어느 특정 사안에 의견일치가 있을 수 있지만, 각자의 꼭 같은 이유라는 아니라는 말이다. 

 

당신은 무슨 꽃인가, 할미꽃, 아니면 화려한 장미, 냄새가 없다는 목련, 그도 아니면 여름에 한껏 자라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아무래도 좋다. 어느게 좋고, 이쁘고 싸고, 냄새가 향기롭고는 없다. 각각의 꽃이 지닌 아름다움은 그 자체다. 

 

지은이는 당신은 무슨 꽃인가란 서른 네번째 글에서 차별금지와 종교를 말한다. 

가톨릭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반대한다고 해서 동성애 합법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불교계에서는 나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며,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평등승가의 원칙... 

 

그리고 이산 도시의 이야기를 끌어온다. 부처의 자비는 게이든 누구든 평등하다. 1980년, 게이 부디스트 펠로우십, 게이 불자회를 이끈 이산 도시는 에이즈의 확산, 공포 속에서 사람들을 끌어안았다. 그러던 중 자기도 에이즈에 걸린다. 그가 말하길 "우리의 청정한 마음 그 본질이 모르핀 좀 했다고 변하는 건 아니"라고(227쪽)

 

이 지팡이는 너무 긴가, 아니면 너무 짧은가?, 그 누구로 태어났던 어디서든 어떻게든 생을 꽃 피우는 게 사람이 사는 것이란다.

 

참으로 울림이 큰 에세이다. 잘 보지 않은 TV지만, 지은이가 진행하는 <뉴스가 있는 저녁>은 제대로 봐야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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