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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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에세이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누구에게나 빛의 속성은 있다. 이 에세이를 읽는 동안 작가 박시은은 누굴까 라는 생각이 다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옆에 있어도 혹은 멀리 있어도 빛이 있다면 길을 잃지 않아….

 

작가는 90년 생이라 한다. 이대녀(20대 여성)을 갓 탈출, 30대로 옮아온 지 이제 1년, 그런데 “빛” 그게 뭐라는 엉뚱한 질문을 하게 한 작가는 감성도 감정도 웃음도 모두 메말라가는 요즘, 달콤하고 시원한 샘물이다.

 


 

에세집은 “친구”라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해댄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들을 소환시킨다. 머리가 굵어 생각해보니, 친구란 학교 화장실 뒤에 숨어서 급히 빨던 담배 피우기 공범인가?, 마을 과수원에서 배를 서리한 또래들일까, 마음에 둔 여학생에게 숫기가 없던 나를 대신하여 사랑 고백편지를 전달해줬던 녀석이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불현듯…

 

작가 말대로 그냥 너와 함께 있으면 이유 없이 좋은 게 친구일까?, 적어도 어느 시기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추석 전날 고향에 내려가 거기서 일하면서 사는 녀석들과 한데 어울려 밤새 웃고 떠들던 그런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이게 친구 사이일까?, 

 

사회생활에 익숙해 질 무렵, 은행 대출 보증 서 달라고 오래간만에 찾아온 동창생 녀석이 친구일까? 응 미안해지라는 말도 못 하고, 생각해볼께라는 말만…. 며칠을 두고, 해줘야 해, 말라며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나에게 친구는 미안하다…. 해결됐어. 고마워, 그리고 연락이 끊겼다. 난 친구를 잃어버린 걸까?, 친구 간에 지켜야 할 뭐가 있나?,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

 

갑자기 오성과 한음이 떠오른다. 이들은 정파, 당파는 다른지만, 친구였다. 한음 이덕형이 병이 들었을 때, 오성 이항복은 처방을 보냈는데, 독약의 처방과 비슷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음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대로 했다는 설화가 있다.

 

작가의 책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로 돌아간다.

 

이 책은 이야기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졌다. 이야기 하나는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였을까? 이야기 둘, 너와 함께 있으면 그냥 이유 없이 좋아, 그리고 이야기 셋 항상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넷 우리, 잘살고 있는 거겠지?, 마지막 다섯 나의 고백들, 반가운 너의 목소리

첫 가출(17쪽)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푹 빠졌다.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도 첫 가출이 꼭 요만할 때였는 데라며, 맛깔나게도 썼다.

 

초점(56쪽), “너 곧 취직 잘하려면 조상님들께 인사드리는 게 좋아. 너뿐만 아니라 동생도 잘풀릴 수 있고, 가족들 다 좋아진다니까” (중략) “내가 아는 언니가 제사상 잘 차려주고 하거든, 소개해줄까?” “아냐 괜찮아”. 불편했다.이외의 대화는 거의 기억이 안난다....미안하지만,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음에 굳이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글쓰는 사람(67쪽), 작가는 자기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세상에서 어려운 일이고, 평범하게 사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 했다. 딱 이 말이다. 늘 선택에 갈림길에 선다. 이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런 친구가 옆에 있다면, 그 친구는 나에게 “빛”이겠지.

 

너무 착하면 안 돼(212쪽) 사람마다 성격도,경험도, 행동도 다르다.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는 맞는 수준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싫어하고 싶지 않지만, 노력해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모두와도 잘지내려 할 필요도 없는 거였다. 지은이는 회사를 옮겨갈 의향이 없냐는 분위기에, 내가 너무 착한가...

뭐 그렇지, 세상이란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어, 내 착각일 뿐...그런데 친구는 어떨까?, 이럴 때, 미주알고주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사이가 친구일까?

 

"빛으로 다가온다"

 

이 에세이는 읽는 이에게 “빛”으로 다가온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평범한 삶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날마다 새롭고 신기한 일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이때 함께 했던 동무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전화라도 해보련다.

 


 

잘살고 있는지, 그리고 늘 내 곁에서 함께 의논해주던 친구의 얼굴이 왠지 요즘 더 수척해 보인다. 그러려니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뭔 일이 있는지 맨날 나만 생각하면서 친구랍시고 부려먹기만 해서 쓰겠는가, 오늘 이 책이 나에게 전하는 말이다. 긴 여운의 꼬리를….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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