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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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미국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돌아와 대학원을 다니며, 직장도 몇 차례 옮겨 다녔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글도 쓴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교실을 열어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왜 이 책을 썼을까, 그저 우리가 무심코 듣고 넘기는 그런 말들에 민감성?, 어렴풋이 이해될 듯하다. 나 역시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 돌아와, 왜 이리 문법에 맞지 않는 말들을 할까?, ~요체로 바뀌었네, 사실 듣고 말하기가 다소 버거운 적도 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어를 쓰는 것처럼, 딱딱하다던가, 외국어 발음이 섞여 있기도 하다는 말들을 한동안 들었다.

 

 

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 책은 사회언어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언어와 사회적 요소를 각도를 달리해서 즉, 뒤집어 보기를 하기도 하고 톺아보기, 꺼내 보기 등,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어 아주 흥미롭다. 아마도 MZ세대가 아닌가 싶다. 이른바 “꼰대”라 불리는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보인다. 꼰대 세대들은 언어사용이 이중적이다(입 밖으로 내는 말과 본래 하고 싶은 말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고맥락), MZ세대들은 자기 생각을 바로 내뱉는 저맥락(말 속에 담겨있는 이중적 의미가 없다. 직설적이라 할까), 어쨌든 이 책에 실린 꼭지들, 내가 의문시했던 내용이 있어 반갑기도 했다.

 

지은이도 사회 초년생 시절,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위한 정형 구문을 익히면서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의식, 왜 우리는 날마다 쓰는 말들에 대해 무감각, 고정관념, 당연시에 대한 의문, 신조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에 대한 해석들이 꽤 흥미롭다. 이런 사고방식이 마음이 튼튼해지는 글쓰기 교실까지 열게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48개의 말을 5장으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먼저 1장은 생각할수록 참 눈치 없는 말 군에 담긴 11개의 말 중 나도 그랬어, 고집이 세다, 여유를 가져, 자리를 잡다, “원래 그렇다.” 가식적이다, 2장, 알고 보면 참 눈치 없는 말 군 안에 실린 11개 말 가운데 특이하다. 비싸다. 그냥, 3장 힘 빠지게 만드는 참 눈치 없는 말 군 9개 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사람 불편하게 한다. 등의 말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긍정 수준을 너머 적극 동의한다.

 

원래 그랬다 는 말은 경계해야 한다.

 

1장에서 눈에 띄는 말 “원래 그렇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원래라는 근거는 언제부터 이런 언행이 관습, 당연시됐지, 원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오랫동안 사회구성원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운데서 말이란 게 시민권을 얻는 거지, 아무 데나 “원래 그렇다”라는 모호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은이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원래 그렇다’라는 생각은….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삶의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주 건강하지 못한 의식이다. 자신이 만약 삶의 안정성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고, 주어진 환경 자체의 변화를 꾀하기보다 주어진 환경 속 요소를 잘 조합하여 행복을 추구하기로 했다면 그냥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가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한테 가타부타 ‘원래 그렇다’라고 하는 힘 빠지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중략) 원래 그렇다는 말 만큼 듣기 피곤한 말도 없으니까 말이다. (61쪽)


특이하다는 말은 나와 너의 구별이다.

 

누군가로부터 “특이하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나는 보통인 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끔 내뱉고 싶었던 말은 ‘제가 특이한 게 아니라 당신의 견문이 좁은 것은 아닐까요? 였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특이함’은 어찌 보면 그저 자신이 익숙하게 여기는 것들 이외의 ‘낯섦’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낯선 것을 봤을 때 자기 나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특이하다는 말로 단정 지어 버리지 말고, 자기 세계를 확장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73쪽)

 

 

이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이유는 무의식, 언어의 민감성 결여에서 비롯된다. 언어는 사회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옳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토를 달고, 이의를 제기해, 나야 나 식의 사고방식의 언어적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말들을 톺아보고, 사회적 맥락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한다. 언어선택의 적절성과 우리 사회의 다양성,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사고법은 다양성과 혐오, 차별, 조금 더 나아가면 인권침해의 위험에 이를 것이다.

48개의 말,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듣는 이에게는 칼날이 되는 말도 들어있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희망을 주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말”은 자신의 인격과 품성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점. 새삼 말의 엄중함을 느낀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생각을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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