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블로어 - 세상을 바꾼 위대한 목소리
수잔 파울러 지음, 김승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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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 등으로 불리는 “휘슬블로어”

 

이 책은 우버의 음습한 조직 문화를 까발리는 다윗과 우버 골리앗의 싸움이며, 미투운동의 서막을 여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은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야기들을 듣기 위한 진상조사단과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소녀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미국 남부 시골 마을의 청소년들이 걷게 되는 알코올, 마약 중독, 헤어날 희망이 없는 가난 삶의 경로를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고학으로 대학을 들어가 철학과 음악을, 나중에는 물리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온 그녀의 좌절과 우버에서 겪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가 원하는 세상, 바라는 세상은 어떤 곳인지,

 

첫머리에 쓴 "나의 딸"에게라는 글을 보자

네가 커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무렵이면 여기에 묘사된 세상이 완전히 낯설고 이상해 보이길 바란다. 너와 너의 세대 여성들이 살아갈 세상은 괴롭힘, 차별, 보복의 두려움 없이 꿈을 좇을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꿈이 충분히 크지 않은 것 말고는 네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없는 세상이길 바란다.

첫머리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는 나 자신의 삶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 밟아온 여정이 담겨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자신에게 닥친 여성이 아니라 어떤 일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밟아온 여정이었다.(중략) 14쪽,

여기에 실린 내 이야기는 내가 어렸을 때 누군가가 내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무 두려웠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손으로 운명을 지어나가고자 하면서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낸 젊은 여성의 이야기 말이다.(15쪽)

 

 

우버, 성희롱 피해자에게 보복하면서, 다양성을 내건 이중적이고 음습한 조직 문화를 폭로

 

2017년 2월 19일, 미국 우버테크놀로지사 SRE(사이트 신뢰성 엔지니어)팀 등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지은이 수전 파울러는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우버에서 겪은 성희롱과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 보복했던 비윤리적인 조직 문화를 세상이 알렸다. 출근 첫날부터 당한 성희롱과 성차별, 보복 등 무수히 많은 경험을…, 30분도 안 돼서 미국의 주요매체에 블로그의 글이 실리면서 아는 이들뿐만 아니라 유명인까지 글을 올린 지 6시간 만에 리트윗, 수백만 명에게 퍼져나갔다.

 

다음 날, 우버의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과 우버는 오마바 행정부의 법무장관 에릭 홀도와 로펌 코빙턴 앤 벌링의 파트너 태미 알바란에게 사건의 진상 파악을 맡겼다. 언론들의 ‘우버 사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은이가 제기했던 우버의 진상을 조사한 에릭 홀도 등이 작성한 보고서가 6.13일 우버 이사회에 제출됐다. 이사회는 요약본을 공개했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지은이가 블로그에서 주장했던 정도를 훨씬 넘어서 우버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묘사하고 있었다.

 

우버는 한 마디로 너무나 역기능적이고 망가져서 조직 문화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상태다. 우선 트래비스 칼라닉의 권한 범위를 평가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에 칼라닉은 투자자의 압력에 못 이겨 사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작은 외침이 미투운동의 서막이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me too)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됐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아이처럼 사는 것

 

지은이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복음주의 기독교 목사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늘 부업을 찾아다녀에 했고, 주변으로 도움으로 겨우 살았다. 가난한 집의 딸이 걷게 될 길은 너무도 명백했다.

공식 교육을 받지 못한 농촌의 가난한 백인 쓰레기 여성에게 어떤 길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 마을의 젊은 여성들을 보았다. 그들도 가난하게 자랐다. 그들 역시 이곳에서 벗어날 기회도 희망도 미래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어찌어찌 졸업한다 해도 기껏해야 최저 임금을 받는 파트타임 일자리밖에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트레일러 촌에 살면서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식품보조금)와 복지 수급으로 연명했다. 그것이 내 미래였다.(36쪽)

 

더 나은 삶을 위한 고군분투, 백인 쓰레기, 성차별, 인종차별 앞에

 

지은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낮에는 최저 임금의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죽어라 공부해서(주경야독), 애리조나주 주립대학을 거쳐 물리학자의 꿈을 안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 편입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거대한 장벽에 가로 막혀 무너진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 장악한 캠퍼스에서 백인 쓰레기로 불렸고, 그들만의 리그에 낄 수도,  기회도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수전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기업에 들어갔지만, 남성중심적 질서, 학대적 경쟁 구도 속에서 버틸 수 없어,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만, 그곳 역시 매한가지였다. 성차별, 인종차별, 상사의 학대가 지속되고 가스라이팅까지 당하면서, 점점 망가지는 심신, 패닉상태를 경험하면서 소진돼 가던 그는 살기 위해 그곳을 벗어나야 했고, 우버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가게 된다. 그러나 이곳도 여전히 그런 곳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 한 참 전부터 나는 두려움과 혐오에 익숙해 있었다. 유대인이라서, 여성이라서, 성적 지향 때문에, 사회적 계층 때문에, 나를 싫어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람들을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겪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마음속에 그렇게 많은 증오를 품고 사는지 알 수 없었다. 십 대시절에는 가난만 벗어나면, 충분히 열심히 공부해 ‘근사한 고소득 직업’을 얻으면, 다시는 그런 대우를 견디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소름 끼치고 역겹고 부적절하고 모멸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는 근본적으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다....학교를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나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113쪽)

 

'우버' 진상을 폭로한 이후의 삶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해, 역공작과 과거의 끈들을 찾아 마치 한 올 한 올 잡아서 걷어 올리는 그물처럼,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고통을 맛본다. 그의 평판을 먹칠하기 위해 우버가 고용한 사설탐정들이 SNS 계정에 침입하고, 해킹하고, 과거의 잘못을 까발리고, 블로그에 올린 글이 경쟁사로부터 돈을 받고 쓴 것이라는 등등…, 상상 이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한편, 그에게 온 이메일과 메시지들 속에는 차별과 보복, 괴롭힘을 당한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홀도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또 지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서, 나는 내가 겪고 견딘 모든 일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중략) 나는 내가 겪은 모든 일에서 교훈을 얻었다. 어린 시절에서...... 또 우버에서도 그랬다. 나는 내부고발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소리내어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중략) 긴 시간을 지나 처음으로, 그리고 진정으로 내가 내 삶의 객체가 아닌 주체라고 느꼈고, 자유를 느꼈다. (285쪽)

 

이 책의 전개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휘슬블로어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아니라, 지은이 자신에게 세상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왜 힘껏 몸부림을 쳐도 닿을 수 없는 천장, 대학 캠퍼스 내 만연했던 차별과 모멸 그리고 무시, 대학을 떠나 진짜 사회에 나가면 괜찮겠지라는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지고 그 위에 벌어지는 일들, 단지 수전 파울러가 있었던 그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넘어, 미국을 넘어, 한국, 그리고 세계로..., 위대한 목소리의 울림은 크다.

 

'대한항공' 의 전 사무장 박상진은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그때까지 승승장구하던 자신이 한 순간에 내쳐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그는 말한다 "자발적 노예의 삶"을 버리겠다고. 아마도 자발적 노예의 삶의 끝은 이렇게 내쳐지고, 무시당하고 마치 데리고 놀다가 실증나면 휙하고 던져버리는 그 무엇처럼 되고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기업 사회의 성차별, 인종차별, 학력차별 등 세상의 모든 차별에 저항하자는 지은이가 첫머리에 썼던 것처럼 적어도 내 아이가 컸을 때는 이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그래서 그때가 되면 과거형이 돼야 하지만 그 꿈은 당분간은 실현될 기미도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혐오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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