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 피아노 - 지나간 사랑은 모두 아프다
박종훈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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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최대 장점은 무엇일까. ‘정답’이 없다는 점 아닐까.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음악의 역사적 배경, 이론적 지식 같은 객관적인 진실 이외에는 듣는 이의 주관적 감정이 우선한다. 애초 작곡가가 기쁜 마음을 담아 작곡한 곳도 듣는 이에 따라서는 슬픈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자유로운 해석과 감상이 가능하기에 음악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새드피아노>에 담긴 여러 스토리들은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감정을 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땐 일반 가요와 달리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기가 힘들다. ‘가사’가 없기 때문. 하지만 그 음악을 ‘특정 상황’에서 듣거나 ‘특정 상황’을 상상하며 듣는다면 해당 음악과의 깊은 교감을 이룰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특별한 음악감상’ 기법을 몸소 소개하고 있다.

 

나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다. 물론 취미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피아노를 꾸준히 치고 있다. 이런 연유로 ‘피아노’ 관련 곡들이 눈에 띄었다. 책의 제목과도 같은 ‘새드피아노’란 곡을 들으며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있었다. 슬픔을 간직한 피아노가 있었는데 왜 그 피아노가 슬픔을 간직했는지 가상 스토리가 소개돼 있다. 과거 주인의 사랑을 받던 피아노에서 피아노 가게에 버림받은 신세로 전락한 ‘새드피아노’. 그 피아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건드려줘야 도레미 소리라도 낼 수 있는 나’, ‘피아노 소리가 안 나도 좋아, 그 아이만 날 찾아와준다면’ 말 못하는 피아노지만 슬픈 스토리를 머금게 되니 물상에도 감정이입이 됐다. 우리 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치던 키보드가 있다. 그 키보드는 내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추억이 묻어있는 키보드가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다. 종소리가 나오는데 의미 없던 이 울림이 마음을 녹이는 선율이 됐다는 표현이 공감이 됐다. 듣는 이의 감정을 녹여버리면 종소리도 의미있는 선율이 되는 것. 복잡한 기교를 배워야 소화할 수 있는 피아노 곡들이 있다. 이 곡도 그 중에 하나인데 그 복잡한 기교를 포기해야 비로소 연주 자격이 있다는 말도 울림을 준다. 인간관계도 사랑도 이와 비슷하다. 가식을 버려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에. 그냥 들으면 단순한 종소리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인생의 심오한 진리가 보인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작곡가의 사연이 담긴 곡들도 스토리를 들으니 음악이 깊이 다가왔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은 폰타나라는 동료 피아니스트에게 헌정된 곡이다. 출판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쇼팽의 부탁과 함께 헌정됐지만 결국 그 비밀스런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비밀스런 말이 실제로 지켜졌다면 사람들은 이처럼 값진 음악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밀이 지켜졌더라도 쇼팽과 폰타나만 만끽할 수 있는 값진 비밀로 남았을 것이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들으면서는 저자와 다른 감상에 젖었다. 저자는 리스트가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라는 시에 붙인 이 곡을 이렇게 해석했다. 이탈리아를 사랑한 리스트가 정열적, 원초적인 사랑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난 오히려 순수하고 조심스러우며 플라토닉한 사랑이 느껴졌다. 정답은 없다. 같은 곡 다른 감상이 재미있을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의 좋은 감상법을 배웠다. 음악에 나만의 스토리를 담으면 음악을 더 깊이 느끼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 대중가요는 자연스레 가사를 통해 음악을 느끼고 몰입한다. 반면 클래식 음악은 가사 없이 멜로디만 들을 수 있기에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정답 맞히기’에 익숙한 우리는 클래식을 좀 어려운 분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는 정답이 확실히 없으며 음악 앞에서는 인간의 어떤 논리도 한없이 빈약할 수 있음을 배웠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도 즐기며 마음껏 감상하리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가식을 한꺼풀 벗겨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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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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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자살, 낙태 같은 것들이 죄가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현대 시대에는 당연히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과거 특정 시점에서는 선도 악도 아닌 어정쩡한 것들이었다는 사실. 이렇듯 범죄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정의됐는데 장기적인 시야로 보니 범죄가 낳은 역사는 꽤나 광대했다. 그럼 현대 기준으로 범죄가 낳은 역사를 살펴볼까. 제국주의 시절에 다른 나라를 정벌하고 약탈하는 행위들은 자국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됐다. 물론 이런 범죄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제국 열강들의 지배를 받던 나라들이 독립운동 등으로 들고 일어서며 결과적으로는 범죄를 범죄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경제학자는 경제로, 정치학자는 정치로 풀어내는데 저자는 범죄로 풀어냈다. 역사상 큰 변화 뒤에는 꼭 범죄가 있었다는 시각은 꽤 흥미로웠다. 

신기한 것은 범죄가 낳은 역사를 살펴보니 기득권의 탐욕과 범죄의 포장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죽음을 설명한 챕터가 있다. 왜 이들은 그들의 생을 죽음으로 마무리했을까. 사실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변론하느냐에 따라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들이 죽음을 일부러 선택한 것 같다는 후세의 추측이 나올 정도로 그들은 당당히 죽음을 맞이했다. 이에 대해 기존 질서가 잘못됐고 그 질서에 대해 저항했기에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그들이 구축한 질서가 그대로 가기를 원한다. 법이라는 것도 효과를 발하려면 교육이 충분히 돼야 하는데 일반 평민이 법을 제대로 배울리 만무하다. 이런 문자에 대한 독점권을 기득권은 꽤 오래전부터 구축해왔다는 것. 기득권 세력에 저항해 정의를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역사적으로 발생된 여러 범죄들을 접하며 드는 또하나의 생각. 범죄의 형태는 시대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 동기는 비슷하다는 것. 앞서 말했듯이 기득권의 이익 앞에 범죄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다. 십자군 전쟁의 예가 이에 해당된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 명분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할 악이지만 그럴듯한 명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그 명분 때문에라도 전쟁에 나선다. 당시 왕과 교황 사이에서 수탈받아 고통 당하던 사람들은 교황의 '신의 명령'이라는 말에 꾀어 십자군 전쟁에 나선다. 이런 명분 뒤에는 기득권의 이익이 감춰져 있다. 십자군 전쟁을 교황의 권위를 높이는 결정적인 기회로 여긴 교황은 살인 같은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물론 처음 전쟁을 시작할 때는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한 순수성이 있었을지 모르나 십자군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격이 변질돼 각자 위치에서의 실리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 

아편전쟁은 어떠한가. 영국 제국주의의 탐욕은 자유무역, 국익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전쟁을 정당화시켰다. 물론 이런 범죄들은 역사의 변화에 나름의 역할들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 포장지를 만드는데 청나라 정부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약용으로 들여오던 아편이 나중엔 담배와 섞어 피우며 심각한 중독성 있는 기호품이 됐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대중적 문화가 되자 청나라는 아편을 금지했고 영국은 이에 동조하기 어려웠던 것. 영국은 끊임없이 아편을 수출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결국 아편전쟁이 터진 것이다. 청나라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왕위를 잇는 것이었다. 영토를 할양해주는 것은 단기적으로 큰 일이 아니었나보다. 이런 정부의 무능, 부패로 치욕스런 조약들이 맺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낮다. 여든 야든 신뢰할 만한 당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이 자리잡은 데는 기득권 층의 영악한 이기주의가 기반에 깔려있으리라. 자신의 공약은 선거를 위한 명분일 뿐, 당선 이후에는 안면을 바꿔 언제 그런 공약을 했느냐는 식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는 교체 바람이 분다. 명칭부터 인사는 물론 제도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공사를 하는 식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것인데 왜 대통령이 바뀐다고 전 정권과 무조건 다른 길을 추구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시야에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데 이런 방식이 좋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끊김없이 이어가고 있는, 나은 방향으로 진전시키고 싶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이다. 기득권 층이 보다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하면 어떨까. 물론 소수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런 기득권층의 잘못된 생각이 범죄가 되면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함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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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지 마라 - 한의사이자 자연의학 전문가가 말하는 ‘외모의 비밀’
이경원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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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개성있게 구현되니 극에 재미가 배가된다는 것. 장그래, 장백기, 안영이, 한석율 등 신입사원들만 보더라도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유형들이다.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외모'로부터 성격, 식성, 질병 등을 유추해왔다고 한다. 여기서 외모는 단순히 얼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굴 생김새, 체형 등 겉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당신은 미생의 어떤 인물에 관심이 가는가. 혹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는가? 외모를 보면 그 사람의 특성이 보인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는 특별히 더 흥미로웠다. 미생에서부터 내 주변 인물들까지 상상해보며 '그래 맞아'하고 맞장구치는 내용이 많았으므로. 

천재들은 어떤 얼굴형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매일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얼굴형이나 체형을 기록하며 자료를 모으고 연구했다. 그 결과 천재들의 얼굴형도 발견하게 된 것.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얼굴형이 어떻게 변천돼 왔는지 그림으로 보여줬는데 인간은 진화하며 뇌는 수직으로 높아졌고 이마는 튀어나오게 됐다. 저자가 분석해보니 천재들은 이마가 둥글고 앞으로 튀어나왔으며 코에서 귓구멍을 연결한 선에서 위쪽 수직으로 뻗은 길이가 길었다고 한다. 반면 눈썹 둔덕이 높은 자, 콧등이 낮은 자는 진화가 덜 된 형이라 감정적일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장단점을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장에서부터 나오지만 결론은 '비슷한 형끼리 결혼해야 좋다'는 것. 체형을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으로 나눴을 때 같은 체형끼리 결혼해야 성격도, 식성도, 취미도 비슷해 공유할 수 있는게 많고 부딪힘이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남편과 성격은 좀 다르지만 비슷한 체형이다. 등산을 좋아하고 식성도 비슷한 편인데 부부가 비슷한 체형이라면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안정감이 있다고 해야하나. 물론 체형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결혼할 때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씨만 있다면 어떤 체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외모는 한꺼풀일 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책에서 외모를 통해 여러가지 결론을 도출하고는 있지만 너무 예쁜 외모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골격을 파악하는 자료로서는 외모 분석이 유효하지만 단순히 예쁘게 생겼다고 마음씨까지 예쁜 것은 아니다. 결국은 배려심 있는 사람을 찾아 가까이하는 게 좋다는 것. 단순히 예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을 볼 필요가 있다. 결혼 전 부모님을 만나보면 결혼 후 부부의 미래를 볼 수 있다.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상대를 평가하기 전에 자신도 되돌아봐야겠지만. 고집이 너무 세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아무리 외모가 예뻐도 이기적이면 오래 살기는 힘들다. 

이 책에는 얼굴형, 체형, 건강, 속궁합 등 짝을 찾는 이들에게 중요한 자료들이 많이 소개돼 있다. 사람을 겉으로만 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을 참고하면 대략적으로 어떤 짝을 선택해야할지 감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첫눈에 반하기보다 결혼 후 큰 그림을 보라는 것.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과 지낸다면 결혼에 성공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물론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작업도 중요하다. 자신은 이 책에서 언급된 유형들 중 어디에 속하는지도 함께 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찜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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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극한의 상황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
엘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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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위험상황에서 필요한 인간관계는?

 

요즘 리더 관련 뉴스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라든지 경기도 교장, 교감 수업 논란 등. 이 책을 읽으며 요새 발생하고 있는 리더 관련 뉴스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리더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 시작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며 리더로서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은 바를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이 요즘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자질 및 인간관계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기사들이 떠올랐다. 빈부격차가 심한 이 시대에 ‘땅콩 회항 사건’은 리더가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때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지 잘 보여줬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수업을 해야한다는 경기도 교육감의 발언이 일부 국민들의 공감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으로 히트를 친 것은 어떠한가. 리더는 더 이상 마음이 아닌 직접적인 ‘행동’으로 공감을 얻어야 한다. 군림하는 리더 말고 낮은 자세로 직접 행동하는 리더의 모습을 원한다는 말이다.

 

등산을 하면 인생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산을 올라 정상을 찍고 내려오고 또 다른 봉우리에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며 여러 경험을 한 저자는 얼마나 인생에 대해 심오한 생각들을 많이 했을까. 특히 팀원들의 충성, 신뢰를 얻기 위한 리더의 자세에 대한 내용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팀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원 개개인에게 시간을 갖고 그들의 표면 얘기가 아닌 깊은 속내를 주고 받아 보기, 먼저 솔선수범해 그들과 나란히 일하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실 리더는 팀원들과 공생하는 관계다.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상하관계로 보면 팀원에게 잘 보일 이유는 없다. 그러니 땅콩 회항 사건 같은 상식 밖의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인간관계는 단순히 상하관계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운 복잡한 성질의 것이다.

 

정상 상황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등반가는 무전기도 없이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다가 차디차게 얼어죽었다는데 이런 위험 상황에서 인간관계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버스 운전기사가 어떤 여자에게 칼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데 승객 어느 누구도 제지해주지 않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인주의가 극에 달한 시대에 위험 상황에서 다른 이를 돌보는 것은 이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 한 번이라도 안면을 튼 사람이라면 위험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아무튼 위험 상황에서 평상시 인간관계를 잘해 놓은 사람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서글프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잘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평상시 주변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해야 하고 이렇게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주변 사람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특징을 알면 쓸데없는 기대를 가지지 않게 돼 실망할 일도 없고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과한 기대를 해서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던 나의 모습을 바라볼 때 좋은 관계 구축을 위해 들이는 시간이 절대 시간낭비가 아님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정상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좋은 리더, 좋은 팀원을 만나면 서로 자극을 주며 상생하게 된다. 하지만 팀원을 안하무인으로 보는 리더, 자기밖에 모르는 팀원을 만나면 그 팀이 정상에 올라갈 확률은 희박해진다. 등산을 좋아하는 나지만 내가 서울에 있는 산들을 오르며 겪었던 어려움은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며 저자가 겪은 위험과는 비교도 안됐고 특히 다양한 위험을 겪으며 저자가 겪은 지혜의 깊이 또한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인간사회에서 정상을 향해 가는데 윈윈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항상 서로 유기적이고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위험상황에서 수습이 가능하다는 교훈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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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식사법 - 순서만 바꾸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
박민수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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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먹는 즐거움’을 탐닉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먹는 즐거움’이 때론 건강을 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잘 ‘먹으면’ 상관없지만 잘못 ‘먹으면’ 건강을 망치기도 하기에...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는 이들은 대표적으로 두 부류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과 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 이들은 건강이 이미 나빠져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먹고 싶은 것이 건강에 좋은 것들로만 구성돼 있다면 이들도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허나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맛, 짠맛, 매운맛으로 구성된 중독성이 있는 음식들을 탐닉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폐암 환자가 된 줄 알고 식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식사법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됐다. 보통 우리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때 원인은 미각중독에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자 먹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특정 맛에 중독돼 건강을 망치는 것이다. 이 미각중독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가 고안한 것이 ‘2:1 거꾸로 식사법.’ 보통 우리는 밥, 반찬, 애피타이저 순서로 식사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순서로 단시간에 식사를 하다보면 포만감을 느낄 겨를 없이 과식을 하게 된다. 과식을 하게 되면 채소 같은 몸에 좋은 영양은 순위가 밀리거나 배제된다. 그래서 애피타이저, 반찬, 밥 순서로 밥을 먹자는 것. 당근, 오이 같은 간식 거리를 평소 즐기고 식사 전에 채소류를 챙겨먹는 걸로 식사를 시작하면 식사 시간도 길어지고 포만감도 쉽게 느끼게 된다.

 

특히 단시간에 식사를 끝내는 한국인들은 식사 초반 15분의 비밀을 알면 좋다. 음식을 먹기 시작해 15분 정도는 지나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15분 이내에 식사를 끝내는 사람의 경우 배는 차도 포만감을 느끼기 어렵다. 밥을 먹긴 먹었는데 배부른 느낌은 받지 못하는 것. 이는 과식을 유도한다. 젓가락 질을 자주해 먹는 속도를 늦추고 여러번 씹을 수 있는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짜는 게 좋다. 피자, 햄버거 같은 음식을 먹으면 당이 갑자기 올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지만 이 효과는 단시간에 끝난다. 우리 몸은 혈당이 높아지면 이를 낮추려고 인슐린을 내보내고 저혈당이 되면 다시 또 당이 당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니 당이 많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들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게 좋다.

 

사람마다 식습관도 다르고 입맛도 다르다.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기광인 사람도 있다. 튀김류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식습관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의 식습관이 어떤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이나 과도하게 짜거나 매운 음식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평소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스트레스야 없이 살면 좋지만 있다고 특정 식품, 특정 맛에 중독돼 몸을 망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식물도 물을 비롯해 식물에 도움이 되는 영양을 줘야 잘 자란다. 거기에 쓰레기를 던진다면?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 몸에 어떤 영양을 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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