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심플 -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는 미니멀 사고
스즈키 에이치 지음, 이아랑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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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하게 생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네모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모난 사람도 있다. 동그란 사람, 사다리꼴 사람 등등 저마다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다르니 외모도 생각도 다르고 그들이 만드는 조직문화도 다르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갈등이 없을 수가 없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좀 편하게 살고 싶은데 좀 덜 부딪히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베리 심플> 속에.

 

불합리한, 때로는 비합리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강하고 상명하복 문화라서 비합리적이라도 이유를 달지 않고 시키는대로 해야할 때가 많다. 시키는대로 안하면 피곤해진다. 그런데 그런 비합리적이거나 불합리적인 것을 누구나 잘 참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을 참게 되면 마음에 병이 찾아온다. 이런 것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선?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베리 심플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나는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은 길들이기 나름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는대로 자라는 것이고 성인들이라도 내 행동에 따라 그들의 마음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건 절대 불가한 일이란 걸 알게 됐다. 과거의 사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만약 문제의 원인이 과거사실이나 사람의 마음이라면 그 고민에서 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시간낭비다. 원인분석을 다시 해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

 

내 주변에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요구를 받아줘야 자신을 위해주는 것이고, 요구를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처음엔 잘 몰랐다. 그것이 그 사람의 프레임이라는 것을. ‘요구 승낙=좋은 사람, 요구 거절=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상대를 가두고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나쁜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구조였다.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프레임에서 나오기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의 프레임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기에 괴롭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응용해보니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 문제해결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었다. 속으로 들어가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마음은 잘 안 변하는 것이라, 진짜 해결책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 짠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구조를 바꿔놓으면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이 모두 설득의 과정인데, <베리심플> 책을 여러번 읽어서 이런 생각 패턴을 깊이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살다보면 부딪히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니게 된다. 해결책이 딱딱 쉽게 나오면 좋으련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쉽게 나올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온대로 복잡하게 원인까지 뿌리뽑으려고 하지 말고 현재 상황에서 저비용으로 효과는 큰 해결책을 찾는 눈을 가지면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복잡한 문제들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며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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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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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중에는 심리적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시대라 자기 마음을 돌보며 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자신의 마음상태를 알고 적절히 대처해가며 살면 좋으련만 자기 상태가 어떤지 알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 정말 힘들어지고 그것이 신체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나서야 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자기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얼마나 힘든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등 몇 가지만 볼 줄 알아도 큰 위로가 된다. 마음을 바라보는 과정에 HTP기법(House, Tree, Person)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 그림에 담다>에는 HTP검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 전반부에는 저자가 HTP검사를 활용해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검사를 한 사례들이 담겨있다. 책 뒷부분에는 독자들도 활용해볼 수 있는 HTP검사 해석지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맨 앞부분에 나무, , 사람 그림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례들을 공부하면 된다. 그 다음 책 뒷부분의 해석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된다.(주의할 점은 반드시 먼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라는 것. 책을 다 읽고 그림을 그리면 정답지를 알고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아, 그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 역시 책의 첫 장에 그림을 그려놓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예전에 TV프로그램에서 상담사가 아이의 심리분석을 위해 HTP검사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림에 대한 해석을 해주는 장면도 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생각을 하며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일단 저자가 자신의 진로 선택 문제에 이 검사를 활용하는 과정을 읽었다. 어떤 결정을 해야할 때 가령 AB중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 쉽게 결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땐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신이 꺼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보는 편이 문제해결에 열쇠가 되는 것.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표출된 집, 나무, 사람 그림을 해석하면 된다. 그림을 해석해보면 꺼려하는 지점이 나오고 그것을 분석해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나는 과거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 때 주변에 조언을 자주 구하곤 했다. 특히 상담을 끝내주게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무엇을 꺼리고 있는지를 판별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게 도와줬었다. 사실 내면에 상처없이 건강하게만 지내는 사람은 드물다.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고 살다보니 약점이나 꺼려하는 부분이 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런 심리테스트를 하다보면 그 부분이 그림으로 나오고 자연스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된다. 과거 나는 비슷한 방식으로 중요한 결정을 했었기에 HTP검사 원리가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나와 남편의 그림을 뒷부분 해석지를 보며 해석해봤다. 사실 아직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림은 단순해석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사람의 생각과 함께 전체적인 이미지 등도 가미해 해석해야하는데 이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집의 창문이 소통을 의미하고 창이나 문이 닫혀있으면 폐쇄적이며 나무 무늬들은 과거 상처를 의미한다는 등 대략적인 내용은 참고할 만했다. HTP검사를 깊이있게 공부하면 저자 말대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놀이처럼 하거나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조언해주는 등 다양하게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내가 삶에서 어떤 것을 가치에 두고 사는지, 어떤 약점이 있는지 등 다양하게 나를 돌아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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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의 조건
조권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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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정부 요직에 오르는 사람들의 면면이 연일 화제이다. 전 정권에서 나쁜사람으로 찍혔던 사람이 차관으로 돌아오고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장관 후보자가 되는 흔치 않은 풍경을 본다. 찍히면 잘리거나 세무조사 당하고 참 힘들었다는 사람들의 여러 고백들이 라디오 전파를 탄다. 일련의 다양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부조리가 판을 치는 시대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할까 하는 것.

 

상명하달식의 내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은, 그저 돈만 준다면 영혼까지도 팔아야 하는 식의 업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 업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가 되면 내 전문성만 가지고도 먹고 살기 충분해진다. 잘 보이려 쓸데없는 짓 안 해도 되고, 뇌물 따위도 안 주고 안 받을 수 있다.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신뢰라는 탑이 얼마나 낮게 머물러있는지 생각해봤다.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요즘 신문기사를 읽을 땐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유심히 본다. 내가 실제로 산 주식의 회사가 언급만 되어도 눈에 확 띈다. 단타로는 돈을 벌기 힘들다 했으니 느긋하게 보유하며 투자한다 생각해보려 하지만 언제 사고 팔아야 최선인지 속으로는 계속 계산하곤 한다. 사실 기업 재무제표도 보고 기사도 꼼꼼히 보고 산업 트렌드도 분석하며 투자를 해야하건만 자기돈 투자하면서도 꼼꼼히 챙기며 투자하는 이들보다 어디서 좋댄다는 묻지마식 투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괜히 외인과 기관 투자 동향을 살펴보고 뜬다는 테마주에 눈길이 간다. 모두 주먹구구식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성숙도가 낮은 것이다.

 

회계부정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알고보면 한국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덜 여물어서이다. 투자자들 중 기업 실적이나 숫자에 예민한 사람이 많다면 회계감사에 대해서도 예민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회계감사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면 기업들도 회계감사에 돈을 쓸 것이고 돈을 두둑히 받은 회계법인들은 감사를 더 꼼꼼히 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거꾸로 법에서 정해서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감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최소비용만 쓰려고 하고 저가경쟁 속에서 회계법인은 제대로된 감사를 하기 힘든 악순환인 것.

 

사실 회계파트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좀 어렵게 다가오는 분야다. 하지만 투자시장에 뛰어든 경제인들이라면 꼭 알아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신뢰가 바탕된 사회로 성숙하지 못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아직 부조리한 면들이 많이 남아있고 이는 사회 각분야에서 자원낭비를 일으키고 있다. 회계감사의 질은 사실 투자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신뢰탑이 제대로 쌓아있지 않으니 회계감사 같은 중요 기제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우리나라 회계감사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돼 유익했다.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들 중에 감사비용을 미리 위탁받아서 회계사들이 돈에 휘둘리지 않고 일하도록 할 수 있다는 해결책이 눈에 띄었다. 감사를 해야하는데 돈도 청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제대로된 감사를 할리 만무할 것 같다. 회계감사의 투명성, 공정성을 달성하려면 아직은 제도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시장의 틀 안에서 투자자의 위치에 있거나 투자자가 될 예정인 분들이라면 거시적 안목에서 알면 좋은 정보들이 많은 책이었다. 앞으로 회계분야는 제도적으로도 계속 수정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추후 정보도 신문으로 계속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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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의 시처럼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
고민정.조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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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으로 무얼 하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이다. 소유의 목적은 소유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어떤 것을 하는지에 있다는 것.

 

습관처럼 목표를 반복해 말하면 그 꿈에 한발짝 더 빨리 나아간다는 책을 읽고 네이버 밴드에 당장 5, 1, 한달 목표를 명기해놨다. 당연히 그 속엔 물질적인 목표들도 한자리씩 차지했다. 좋은 집, 좋은 차를 가지면 내가 마치 좋은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건 철저한 착각이었다. 고민정 아나운서, 조기영 시인의 글을 읽으며 비로소 착각임을 알게됐다. 그건 진짜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서울 집값이 연일 들썩인다는 기사를 보며, 지하철 밖 수많은 브랜드 아파트들이 지어지는 모습을 보며, 또 수많은 외제차들이 즐비한 도로 위 모습을 보며 우리는 좋은사람에 대한 정의를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은 시각에 예민한 동물인지라 보이는 것이 좋으면 그것이 곧 좋은 것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니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고민정, 조기영 부부이다.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른, 특별한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글은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것이 정답이라고 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듯했다.

 

특히 고민정 아나운서의 자식에게 바라는 이 참 특별하게 비춰졌다. 다른 풀들을 짓밟고 올라가 화려하게 피는 꽃보다는 주변 풀들과 어울려 피는 들풀이 되라고. 현대인들은 화려하게 피는 꽃이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날을 스펙탑을 쌓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의 삶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여인의 외침은 생뚱맞으면서도 설득력 있었다. 화려한 꽃은 보기에는 좋으나 외롭다. 외롭지 않은 길은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길, 그 길에 더 큰 아름다움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낮은 자가 더 높은 자가 되는 그런 이치다.

 

한국 사회에서는 튀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튀는 것은 뭔가 누군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있다. 눈에 안 띄게 그냥 시키는 것만 잘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 이제는 나만의 개성이 필요하고 나만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고민정, 조기영 부부만의 독특한 색채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어떤 빛깔로 세상에 빛을 내고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기왕에 태어났다면 오로지 자신의 빛깔만이라도 멋지게 뽐내보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관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이 아름다운 부부처럼 시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을 많이 만들고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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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면 충분하다 - 컨셉부터 네이밍, 기발한 카피에서 꽂히는 멘트까지
장문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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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래마을에 갔다가 세빛둥둥섬이 요즘 핫하다고 해서 걸어가봤다. 아직 남은 낡은 아파트들 사이로 새로 생긴 아파트들이 형형색색 빛을 뽐내고 있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을 보며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외관 뿐만 아니라 이름도 참 그럴듯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들어온 이름은 ‘000퍼스티지 아파트’.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퍼스티지가 붙으면 아파트가격이 올라갈까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나도 인생을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이름, 특히 한자뜻에 따라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고는 한다. 누군가 그 의미를 다 알면서 불러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대로 성격이 형성되는 듯하다. 그러니 부모가 좋은 작명에 혈안이 돼있을 수밖에. 세상에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에는 이름이라는 것이 붙는다. 우리 집에 얼마 전 나무 두 그루가 들어왔는데, 즉시 이름을 붙여줬다. 하나는 재인’, 하나는 손샤인’. 이 이름을 지으면서도 엄청 고민이 됐다. 왠지 그 이름대로 살 것 같아서 말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이득을 남기는 사람들이라면 작명에 더 큰 고뇌를 하게 된다. 이름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로 차이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마케팅, 영업부서 사람들이 네이밍으로 고민하는지 알게 됐다. 상품의 질은 똑같지만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 보이고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달라진다. 말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게 대충 봐서 될 일이 절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특히 ‘how’가 아니라 ‘what’에 집중해 무엇을 부각해 네이밍할지 잘 결정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저 화려하게 포장한다고 내용물까지 좋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진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기본이고, 그 상품의 장점을 무엇으로 강조할지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네이밍하는 좋은 기술들이 많이 소개돼 있는데,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 네이밍 이벤트를 하는 회사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네이밍 아이디어를 모아서 뽑힌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식이다. 나도 가끔 응모하고는 하는데 누구나 봐도 수긍할 수 있는 좋은 네이밍을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해보면 알게 된다. 저자가 말했듯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어려운 법이라 기존에 있는 이름들을 떠올리며 이미지를 덧붙여 만들면 그나마 그럴듯한 이름들이 나온다. 그럴듯한 이름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까지 제대로 들어있으면 그런 이름이 뽑힌다.

 

이름이나 카피를 짓거나, 꽂히는 멘트를 쓰는 것은 모두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런 분야는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리라 짐작해본다. 기계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100세시대에 창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네이밍의 세계를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독자들도 이 책을 활용해 실제로 작명해보거나 이벤트 등에 응모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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