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 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의 조건
조권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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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정부 요직에 오르는 사람들의 면면이 연일 화제이다. 전 정권에서 나쁜사람으로 찍혔던 사람이 차관으로 돌아오고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장관 후보자가 되는 흔치 않은 풍경을 본다. 찍히면 잘리거나 세무조사 당하고 참 힘들었다는 사람들의 여러 고백들이 라디오 전파를 탄다. 일련의 다양한 풍경들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부조리가 판을 치는 시대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할까 하는 것.

 

상명하달식의 내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은, 그저 돈만 준다면 영혼까지도 팔아야 하는 식의 업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 업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가 되면 내 전문성만 가지고도 먹고 살기 충분해진다. 잘 보이려 쓸데없는 짓 안 해도 되고, 뇌물 따위도 안 주고 안 받을 수 있다. <회계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신뢰라는 탑이 얼마나 낮게 머물러있는지 생각해봤다.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요즘 신문기사를 읽을 땐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유심히 본다. 내가 실제로 산 주식의 회사가 언급만 되어도 눈에 확 띈다. 단타로는 돈을 벌기 힘들다 했으니 느긋하게 보유하며 투자한다 생각해보려 하지만 언제 사고 팔아야 최선인지 속으로는 계속 계산하곤 한다. 사실 기업 재무제표도 보고 기사도 꼼꼼히 보고 산업 트렌드도 분석하며 투자를 해야하건만 자기돈 투자하면서도 꼼꼼히 챙기며 투자하는 이들보다 어디서 좋댄다는 묻지마식 투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괜히 외인과 기관 투자 동향을 살펴보고 뜬다는 테마주에 눈길이 간다. 모두 주먹구구식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성숙도가 낮은 것이다.

 

회계부정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알고보면 한국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덜 여물어서이다. 투자자들 중 기업 실적이나 숫자에 예민한 사람이 많다면 회계감사에 대해서도 예민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회계감사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면 기업들도 회계감사에 돈을 쓸 것이고 돈을 두둑히 받은 회계법인들은 감사를 더 꼼꼼히 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거꾸로 법에서 정해서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계감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최소비용만 쓰려고 하고 저가경쟁 속에서 회계법인은 제대로된 감사를 하기 힘든 악순환인 것.

 

사실 회계파트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좀 어렵게 다가오는 분야다. 하지만 투자시장에 뛰어든 경제인들이라면 꼭 알아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신뢰가 바탕된 사회로 성숙하지 못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아직 부조리한 면들이 많이 남아있고 이는 사회 각분야에서 자원낭비를 일으키고 있다. 회계감사의 질은 사실 투자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신뢰탑이 제대로 쌓아있지 않으니 회계감사 같은 중요 기제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우리나라 회계감사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게돼 유익했다.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들 중에 감사비용을 미리 위탁받아서 회계사들이 돈에 휘둘리지 않고 일하도록 할 수 있다는 해결책이 눈에 띄었다. 감사를 해야하는데 돈도 청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제대로된 감사를 할리 만무할 것 같다. 회계감사의 투명성, 공정성을 달성하려면 아직은 제도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시장의 틀 안에서 투자자의 위치에 있거나 투자자가 될 예정인 분들이라면 거시적 안목에서 알면 좋은 정보들이 많은 책이었다. 앞으로 회계분야는 제도적으로도 계속 수정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추후 정보도 신문으로 계속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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