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면 충분하다 - 컨셉부터 네이밍, 기발한 카피에서 꽂히는 멘트까지
장문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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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래마을에 갔다가 세빛둥둥섬이 요즘 핫하다고 해서 걸어가봤다. 아직 남은 낡은 아파트들 사이로 새로 생긴 아파트들이 형형색색 빛을 뽐내고 있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을 보며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외관 뿐만 아니라 이름도 참 그럴듯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들어온 이름은 ‘000퍼스티지 아파트’.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퍼스티지가 붙으면 아파트가격이 올라갈까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나도 인생을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이름, 특히 한자뜻에 따라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고는 한다. 누군가 그 의미를 다 알면서 불러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대로 성격이 형성되는 듯하다. 그러니 부모가 좋은 작명에 혈안이 돼있을 수밖에. 세상에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에는 이름이라는 것이 붙는다. 우리 집에 얼마 전 나무 두 그루가 들어왔는데, 즉시 이름을 붙여줬다. 하나는 재인’, 하나는 손샤인’. 이 이름을 지으면서도 엄청 고민이 됐다. 왠지 그 이름대로 살 것 같아서 말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서 이득을 남기는 사람들이라면 작명에 더 큰 고뇌를 하게 된다. 이름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로 차이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마케팅, 영업부서 사람들이 네이밍으로 고민하는지 알게 됐다. 상품의 질은 똑같지만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 보이고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달라진다. 말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게 대충 봐서 될 일이 절대 아니란 걸 알게 됐다.

 

특히 ‘how’가 아니라 ‘what’에 집중해 무엇을 부각해 네이밍할지 잘 결정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저 화려하게 포장한다고 내용물까지 좋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진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기본이고, 그 상품의 장점을 무엇으로 강조할지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네이밍하는 좋은 기술들이 많이 소개돼 있는데,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 네이밍 이벤트를 하는 회사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네이밍 아이디어를 모아서 뽑힌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식이다. 나도 가끔 응모하고는 하는데 누구나 봐도 수긍할 수 있는 좋은 네이밍을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해보면 알게 된다. 저자가 말했듯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어려운 법이라 기존에 있는 이름들을 떠올리며 이미지를 덧붙여 만들면 그나마 그럴듯한 이름들이 나온다. 그럴듯한 이름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까지 제대로 들어있으면 그런 이름이 뽑힌다.

 

이름이나 카피를 짓거나, 꽂히는 멘트를 쓰는 것은 모두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이런 분야는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리라 짐작해본다. 기계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100세시대에 창업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네이밍의 세계를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독자들도 이 책을 활용해 실제로 작명해보거나 이벤트 등에 응모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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