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힘껏 껴안다 - 러블리 온 더 산티아고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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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힘껏 껴안다] 인생은 실행하는 대로 된다

 

“인생은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실행하는 대로 된다” 저자 문종성 씨는 이런 도전정신으로 자전거 세계 일주를 떠났다. 112개국을 7년 2개월간 다녔다고 하니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볼까 말까한 여행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했으니 그가 드넓은 자연을 거닐며 어떤 것들을 느꼈을지 정말 궁금한 책이었다. 사실 말이 여행이지 짐이 될 수도 있는 자전거를 끌고 순례길에 올랐다는 것은 온갖 고생을 예고한 여행길이다. 여행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용기있는 자가 어떤 여정을 보냈는지 읽는 것은 약간의 존경심과 함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청춘, 나를 위해 산티아고를 걷는다’ 프롤로그의 제목이다. 저자가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기독교 순례길이다. 제목처럼 문 군은 자기 자신을 위해 순례길에 올랐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자신은 있으되 자신에게 필요한 누군가는 없었다는 고백. 항상 자신보다 남을 더 좋아했다는 고백은 왜 혼자 그 긴 여정에 몸을 실었는지 충분한 이유가 됐다. 혼자 남겨져 외롭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법. 그 외로움을 다룰 줄 알아야 진정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으리라.

 

그의 여행기를 보니 ‘혼자’되면 알게되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오늘 고생했다”는 뻔한 인사치레 말이라도 청춘에게는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맬 용기가 된다는 것. 세면도구를 놓고 갔다고 먼 길을 달려와 전해주는 사람을 보며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가 거대한 감동이 되기도 한다는 것.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전쟁터 같은 경쟁의 장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여행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면서는 자연의 신비도 느끼게 된다. 인간이 만든 지도 위의 선. 사실 자연은 연속적인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페인으로 넘어가니 비도 개이고 자연도 달리 보인다. 지구 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저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 것인지 거시적인 안목도 생기게 된다. 자연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연감정의 미학 때문이란다. 인조감정이 필요없는 것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 말고, 배낭 매고 단촐하게 떠나는 자유여행은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보이는 대로 보고, 발걸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사회에서는 인조감정이 판을 치지만,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그 과정에서 자연을 보고 자연은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여행은 정말 인생을 아는 지름길인 것 같다. 문 군은 여행 마지막에 중간중간 마주쳤던 순례자들을 만났다. 다들 순례길의 마지막이 빤히 보여 아쉬웠는지 일정을 늦춘다. 아껴둔 비스킷을 다 먹어버리기가 아까운 사람처럼 애써 여행의 마지막을 미루는 것이다. 서두르면 서운해지는 길이기에 늑장을 부린다. 여행은 인생길과 비슷하다. 그런 여행자들을 보며 내 인생 여행의 마지막에는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 보게 됐다. 순례길을 떠난 사람들은 진정 자신이 원해서 간 것이고, 그 여행길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에 여행의 끝이 아쉬웠고 ‘서두르면 서운한 길’이 됐다. 인생이 무한정 계속될 것 같지만, 여행길도 금방 끝나듯이 인생길도 금방 끝날 것이란 걸 느꼈다. 순례자들이 맛있는 비스킷을 아껴먹는 것처럼 시간을 소중히 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군이 순례길에서 만났던 사람 중에는 상처를 주는 사람도, 기적같은 배려를 준 사람도 있었다. 뻔히 숙소 자리가 있는데도 자리가 없다던 야속했던 숙소 주인도 있었지만, 초콜릿, 사탕, 비스킷 등 자신의 먹을거리를 내놓는 순례자도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람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지만 기적같은 배려로 상처를 감싸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따뜻한 정으로 베풀기 시작하면 선한 일이 돌고 돌아 내 상처를 감싸는 배려로 돌려받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 군의 순례길을 접하며 여행을 많이 못한 사람으로서 대리만족을 느꼈고, 실행하는 대로 되는 것이 인생이기에 여행길을 어떻게든지 떠나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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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의 기술 - 내 안에 숨겨진 스위치를 찾는 방법
앤디 코프 & 앤디 휘태커 지음, 이민주 옮김 / 맛있는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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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의 기술] 내 안의 숨겨진 스위치 찾기

 

깜깜한 방 안에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우리는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두 가지 선택안을 받는다. 첫째, 스위치를 켜서 방을 밝히는 것, 둘째, 어두운 채로 그냥 있는 것. 책에서는 내 안의 두 가지 스위치- 긍정과 부정의 스위치-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 방을 밝힐지 말지. 사실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상상해보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찬란하게 성공해서 빛났든지, 구렁텅이 절망에서 이겨내서 빛났든지. 성공을 볼 때도 이처럼 여러 가지 경우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지 나의 선택으로 긍정이든 부정이든 새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자체발광의 기술>을 읽으며 내가 오롯이 빛나며 행복할 수 있으려면 어떤 사고방식과 선택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일 중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바쁘다. 목표가 있기에 바쁜 것일텐데도 바쁜 일상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 왜 꼭 행복을 미래의 ‘목표’에 붙잡아놓고 지금 현재는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을 미래의 목표에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찾자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자동 끄덕여졌다. 저자의 아내가 가지고 싶은 선물목록 1위는 10초 주전자라고 한다. 10초면 물이 끓는 주전자라는데, 사실 차를 마시는 이유가 뭔가. 차를 서서히 우려내며 사색도 하고 상대와 교감도 나누라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뭐든지 ‘빨리빨리’ 결과 위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다. 차를 다 마셨다는 사실 만으로 행복한 사람은 없다. 마시는 과정을 오롯이 즐기자.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견을 자주 시도해보자. 자체발광하는 나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듣지 않던 음악을 듣거나, 낯선 산책로를 걸어보자. 지금 방에 파란색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자. 우리의 뇌는 주변 상황을 왜곡, 삭제, 일반화하며 나만 이해할 수 있도록 재정리한다. 패닝접시 위에서 금을 골라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돌을 골라내는 것. 하지만 황금은 익숙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낯선 경험과 자극들을 통해서 나온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면 인생이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10-90 법칙을 아는가. 인생의 10%는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 90%는 그 10%에 대한 나의 반응이 채운다. 10%의 일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 고장으로 비행기 탑승시간이 늦춰졌다고 치자. 이것은 인생의 10%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첫째, 짜증을 부리며 항의한다. 둘째,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시간을 보낼 다른 일을 찾는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한창 책의 재미난 부분을 읽어 행복했다고 한다. 인생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4분 법칙도 소개됐다. 모든 상호작용에서 처음 4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퇴근길 아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를 반기는 가족들의 행동. 이 행동에 아빠가 귀찮아한다면? 다음부터 아이들은 아빠가 집에 돌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아빠의 반응이 아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벽에 페인트칠을 해야했던 한 소년은 페인트칠을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것처럼 즐기면서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은 돈을 주면서까지 페인트칠을 하려고 했다. 우리가 어떤 일을 대할 때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주변 사람에게 긍정 또는 부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분명 내 안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숨겨진 스위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짓는 표정, 하는 말, 행동들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누군가에게 다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면 나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나와 삶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긍정의 스위치를 찾아 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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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 중국사 6 : 진 - 21일간의 이야기만화 역사 기행 만리 중국사 6
쑨자위 글.그림, 류방승 옮김 / 이담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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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 중국사 6권 진나라] 중국 역사를 내 손안에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진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혐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중국과 한국은 관광객부터 드라마, 음악 등 문화까지 적극적으로 교류되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중국어로 연설했던 장면을 보고 놀랐었는데, 그 이후 중국은 친한 기류를 보여주고 있다. 지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가까이할 수 없었던 중국.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을 가깝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참으로 깊다. 깊은 역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어는 한자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돼 있고, 고사성어의 많은 부분들도 중국 역사와 관계돼 있다. 하지만 깊은 역사 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중국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를 만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중국 역사를 손 안에 넣은 기분이다.

 

내가 읽은 <만리 중국사>는 6권 진나라 편이다. 진시황제는 B.C. 221년에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다. 진시황제가 태산에서 봉선을 행한 일, 흉노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축조한 일, 학자들을 견제해 분서갱유 사건을 일으킨 일 등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역사 공부라고 해서 꼭 글로 읽고 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중요 사건 중심으로, 만화로 역사를 접하면 재미도 배가되고 기억도 오래갈 듯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진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인물’ 중심으로 사건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진 上, 진 下로 나눠, 각 맨 앞장에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돼 있다. 진시황제인 영정, 진시황제의 아들인 호해, 부소, 서한의 개국 황제인 유방, 서초패왕인 항우 등이 나와있다. 그 밖에도 장량, 범증 등 다양한 책사들도 등장한다. 인물들을 캐릭터화해서 재미난 그림으로 그려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할 것 같다.

 

중국 역사 중 진나라 편을 다 읽고보니 참으로 길고 기구한 역사를 단 몇 시간만에 읽을 수 있다는 편리함에 놀랐다. 그리고 하나의 전쟁이나 사건이 그 당시에는 참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권력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왕위에 오르더라도 언젠가 꼭 죽게 된다. 역사의 한 점이 되는 것이다. 책사들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배수진을 쳐서 한신이 조나라 군대를 격파한 사건, 사면에 초나라 노래를 퍼뜨려 초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면초가’ 등 다양한 지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1권부터 21권까지 중국 역사를 나라별로 구분해 놨는데 다른 역사 파트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중국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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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 엉뚱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생각의 틀을 깨주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마틴 코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문화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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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철학, 사유의 과정

 

철학은 이미 주어진 답을 받아들이는 대신 비판하고 질문하며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클릭 한번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답을 쉽게 얻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과정에 게을러졌다. 그런 면에서 <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란 책은 우리의 ‘생각하기’ 과제가 얼마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도록 도와주는지 일깨워준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나’를 철학의 중심에 놓았다. 근대철학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문제에 꼭 하나의 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대신 어떤 답을 얻기 위해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자. 이 책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사유의 과정’.

 

좋아하는 동물 세가지와 이유 세가지를 생각해보는 실험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동물 한 두가지 정도는 생각해봤지만 세 가지와 이유를 대라고 하니 생소하기만 했다. 그때 나는 기린, 코끼리, 곰을 들었다. 왜 이런 실험을 하게 됐는지 생각도 해보고, 답에 대한 어떤 해석이 나올지도 궁금했다. 사실 이런 생각의 과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을 보니 이랬다. 답 중 첫 번째 동물은 전통가치, 세계관을 반영하고, 두 번째 동물은 남들 눈에 비치고 싶은 목표라고 한다. 세 번째 동물로 가면 대답하기 어려워지는데 결국 대답한 동물은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반영한다고 한다. 고로 세 번째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세 번째 답이 ‘곰, 귀엽다’였는데 타인에게 귀엽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것이 꼭 답이란 생각은 안 한다. 그러나 결과 해석 과정이 신기했다.

 

운이 좋은 사람은 따로 있을까? 신문을 주고 신문에 나온 그림을 세어보게 했다. 평소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답을 찾는데 2분이 걸렸다. 평소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몇 초도 안 걸렸다고 한다. 신문 2면에 답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사건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로 운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해석이었다. 사실 운이 나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에 비해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행운, 불운은 임의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단순히 운이 좋아 어떤 좋은 결과를 얻었어도 시간이 더 지나 나쁜 결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과가 아닌 목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운이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만족이 떨어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기도의 경우는 어떨까? 기도는 나의 생각을 어딘가 투영하려는 시도다. 긍정적인 기도, 부정적인 기도는 그대로 이뤄질까? 식물과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서 각각 긍정적인 기도와 부정적인 기도를 해줬다. 실험 결과 사람에게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식물은 긍정적인 기도에 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추측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책에는 신앙심 깊은 연구자들에게는 긍정적 기도가 식물 성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줬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졌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에게는 인간 맹신 이외에 실제로 무언가를 증명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철학은 일상생활과 괴리된 주제가 아니다. 단순히 어떤 질문이나 명제가 주어졌을 때, 한 번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문제와 답이 주어졌을 때 ‘그냥 그런 것’은 없다. 학창시절 ‘그냥 외워’라는 소리를 지겹게 들었었는데 그냥 외우는 것은 없다. 뇌를 깨우자. 그리고 생각하자. 이것이 나의 ‘존재’를 세상에 더 각인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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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관람구역 - 영화로 통일을 읽다
전병길 지음 / 책마루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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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관람구역] 통일은 대박? 영화가 말하는 통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외친 후, 통일에 대한 담론이 좀 더 공론화됐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했던 보수 언론까지 나서며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통일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통일의 효과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북한이 어찌 생각하고 있든- 한국인들에게는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도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통일을 가까이 느끼게 한 매개체가 돼왔다. <공동 관람구역>을 보며 우리나라의 북한 관련 영화가 이렇게까지 많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북한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지만 시대가 변천하며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북한에 대한 거리감은 좁아진 것이 확실하다.

 

이 책에는 1990년 이후 제작된 북한 관련 영화들이 소개돼 있다. 그 전에는 반공주의에 따라 국가에서 반공 영화를 만들도록 장려했다. 북한 간첩들은 괴물처럼 생기고 인간의 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로 묘사하는 등 편파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제작된 영화들에는 국가가 아닌 개인 차원의 통일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탈북자들의 현실적 이야기라든지 간첩들의 어려운 생활 등을 다루는 것을 보면 진짜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 <고지전>은 국가가 아닌 ‘전쟁에 참여하는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전의 전쟁 영화가 고지를 가져와 승리에 도취되고 애국 정신을 고취하는 목적이었다면 <고지전>은 감정 소비 없이 전쟁의 본질을 파헤치며 전쟁과 생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휴전 회담이 진행되는 중간에 북한과 남한은 고지 탈환 전쟁을 반복한다. 이제는 고지를 누가 탈환하느냐가 관심사가 아니게 된다. 고지 탈환의 기쁨도, 패배의 절망도 없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장면에서 한국의 분단 이후 오래된 휴전 상황에서 대중이 느끼는 피로감을 간접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 통일이 되든 아니든 결말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영화 <쉬리>는 북한 관련 영화로는 소위 말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다. 멜로와 액션 라인을 적절히 조화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간첩으로 서구적으로 생긴 이방희를 등장시키며 간첩을 세련되게 이미지화했다. ‘예쁜 여성 이방희가 간첩이 아니었다면 남한에서 편하게 살았을텐데’하는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 씨도 예쁜 미모로 사람들에게 동정을 받고는 했는데 간첩도 이제는 괴물이 아닌 한 여자고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줬다.

 

<국경의 남쪽>에서는 남한 아내(남편), 북한 아내(남편)를 둔 탈북자들은 어떤 곤란함을 겪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북한에 애인을 두고 내려왔는데 남한에서 자신을 보살펴 준 여인과 결혼하게 된 선호. 이것은 비단 선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탈북자들이 현실에서 겪어야 할 실제 상황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법이 바뀌어 2007년부터는 북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청구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통일이 언제 될 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정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영화 <코리아>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야기를 다뤘다. 북한의 리분희와 남한의 현정화가 한 조를 이뤘는데 동료로서의 신뢰도 없고 인간적 애정도 없는 둘이 경기를 같이 뛰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시합을 40여일 앞두고 이들이 겪었던 실제 상황은 통일을 별다른 준비 없이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서로 인간적 애정이 별로 없는데 외부적인 상황으로 통일이 된다면? 이들과 비슷하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지 않을까. 시합에서 중국을 물리치는 등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분명 갈등이 있었다. 현정화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통일도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쩌면 통일에 대한 준비는 거창한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것. 각자 위치에서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다.

 

시대가 흐르면서 분명 북한 관련 영화의 소재도, 우리의 태도도 변했다. 북한을 적대적으로 인식했는데 서서히 현실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분단된 지 오래돼 우리가 원래 하나의 나라였다는 사실마저 희석되고 있지만 이산가족이 엄연히 살아있고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언어를 쓰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라도 추억할 거리가 있고 서로 공통적인 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실제 통일이 돼서 이러한 북한 관련 주제와 갈등들을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만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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