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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힘껏 껴안다 - 러블리 온 더 산티아고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4년 1월
평점 :
[외로움, 힘껏 껴안다] 인생은 실행하는 대로 된다
“인생은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실행하는 대로 된다” 저자 문종성 씨는 이런 도전정신으로 자전거 세계 일주를 떠났다. 112개국을 7년 2개월간 다녔다고 하니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볼까 말까한 여행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했으니 그가 드넓은 자연을 거닐며 어떤 것들을 느꼈을지 정말 궁금한 책이었다. 사실 말이 여행이지 짐이 될 수도 있는 자전거를 끌고 순례길에 올랐다는 것은 온갖 고생을 예고한 여행길이다. 여행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용기있는 자가 어떤 여정을 보냈는지 읽는 것은 약간의 존경심과 함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청춘, 나를 위해 산티아고를 걷는다’ 프롤로그의 제목이다. 저자가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기독교 순례길이다. 제목처럼 문 군은 자기 자신을 위해 순례길에 올랐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자신은 있으되 자신에게 필요한 누군가는 없었다는 고백. 항상 자신보다 남을 더 좋아했다는 고백은 왜 혼자 그 긴 여정에 몸을 실었는지 충분한 이유가 됐다. 혼자 남겨져 외롭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법. 그 외로움을 다룰 줄 알아야 진정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으리라.
그의 여행기를 보니 ‘혼자’되면 알게되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오늘 고생했다”는 뻔한 인사치레 말이라도 청춘에게는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맬 용기가 된다는 것. 세면도구를 놓고 갔다고 먼 길을 달려와 전해주는 사람을 보며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가 거대한 감동이 되기도 한다는 것.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전쟁터 같은 경쟁의 장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여행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면서는 자연의 신비도 느끼게 된다. 인간이 만든 지도 위의 선. 사실 자연은 연속적인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페인으로 넘어가니 비도 개이고 자연도 달리 보인다. 지구 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저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 것인지 거시적인 안목도 생기게 된다. 자연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연감정의 미학 때문이란다. 인조감정이 필요없는 것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 말고, 배낭 매고 단촐하게 떠나는 자유여행은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보이는 대로 보고, 발걸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사회에서는 인조감정이 판을 치지만,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그 과정에서 자연을 보고 자연은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여행은 정말 인생을 아는 지름길인 것 같다. 문 군은 여행 마지막에 중간중간 마주쳤던 순례자들을 만났다. 다들 순례길의 마지막이 빤히 보여 아쉬웠는지 일정을 늦춘다. 아껴둔 비스킷을 다 먹어버리기가 아까운 사람처럼 애써 여행의 마지막을 미루는 것이다. 서두르면 서운해지는 길이기에 늑장을 부린다. 여행은 인생길과 비슷하다. 그런 여행자들을 보며 내 인생 여행의 마지막에는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 보게 됐다. 순례길을 떠난 사람들은 진정 자신이 원해서 간 것이고, 그 여행길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기에 여행의 끝이 아쉬웠고 ‘서두르면 서운한 길’이 됐다. 인생이 무한정 계속될 것 같지만, 여행길도 금방 끝나듯이 인생길도 금방 끝날 것이란 걸 느꼈다. 순례자들이 맛있는 비스킷을 아껴먹는 것처럼 시간을 소중히 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군이 순례길에서 만났던 사람 중에는 상처를 주는 사람도, 기적같은 배려를 준 사람도 있었다. 뻔히 숙소 자리가 있는데도 자리가 없다던 야속했던 숙소 주인도 있었지만, 초콜릿, 사탕, 비스킷 등 자신의 먹을거리를 내놓는 순례자도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람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지만 기적같은 배려로 상처를 감싸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따뜻한 정으로 베풀기 시작하면 선한 일이 돌고 돌아 내 상처를 감싸는 배려로 돌려받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 군의 순례길을 접하며 여행을 많이 못한 사람으로서 대리만족을 느꼈고, 실행하는 대로 되는 것이 인생이기에 여행길을 어떻게든지 떠나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