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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 엉뚱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생각의 틀을 깨주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마틴 코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문화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철학, 사유의 과정
철학은 이미 주어진 답을 받아들이는 대신 비판하고 질문하며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클릭 한번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답을 쉽게 얻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과정에 게을러졌다. 그런 면에서 <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란 책은 우리의 ‘생각하기’ 과제가 얼마나 삶을 주체적으로 살도록 도와주는지 일깨워준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나’를 철학의 중심에 놓았다. 근대철학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문제에 꼭 하나의 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대신 어떤 답을 얻기 위해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자. 이 책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사유의 과정’.
좋아하는 동물 세가지와 이유 세가지를 생각해보는 실험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동물 한 두가지 정도는 생각해봤지만 세 가지와 이유를 대라고 하니 생소하기만 했다. 그때 나는 기린, 코끼리, 곰을 들었다. 왜 이런 실험을 하게 됐는지 생각도 해보고, 답에 대한 어떤 해석이 나올지도 궁금했다. 사실 이런 생각의 과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실험 결과에 대한 해석을 보니 이랬다. 답 중 첫 번째 동물은 전통가치, 세계관을 반영하고, 두 번째 동물은 남들 눈에 비치고 싶은 목표라고 한다. 세 번째 동물로 가면 대답하기 어려워지는데 결국 대답한 동물은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반영한다고 한다. 고로 세 번째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세 번째 답이 ‘곰, 귀엽다’였는데 타인에게 귀엽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것이 꼭 답이란 생각은 안 한다. 그러나 결과 해석 과정이 신기했다.
운이 좋은 사람은 따로 있을까? 신문을 주고 신문에 나온 그림을 세어보게 했다. 평소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답을 찾는데 2분이 걸렸다. 평소 운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몇 초도 안 걸렸다고 한다. 신문 2면에 답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사건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로 운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해석이었다. 사실 운이 나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에 비해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행운, 불운은 임의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단순히 운이 좋아 어떤 좋은 결과를 얻었어도 시간이 더 지나 나쁜 결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과가 아닌 목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운이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만족이 떨어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기도의 경우는 어떨까? 기도는 나의 생각을 어딘가 투영하려는 시도다. 긍정적인 기도, 부정적인 기도는 그대로 이뤄질까? 식물과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아서 각각 긍정적인 기도와 부정적인 기도를 해줬다. 실험 결과 사람에게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식물은 긍정적인 기도에 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추측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책에는 신앙심 깊은 연구자들에게는 긍정적 기도가 식물 성장에 긍정적인 결과를 줬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졌지만, 대다수 과학자들에게는 인간 맹신 이외에 실제로 무언가를 증명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철학은 일상생활과 괴리된 주제가 아니다. 단순히 어떤 질문이나 명제가 주어졌을 때, 한 번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문제와 답이 주어졌을 때 ‘그냥 그런 것’은 없다. 학창시절 ‘그냥 외워’라는 소리를 지겹게 들었었는데 그냥 외우는 것은 없다. 뇌를 깨우자. 그리고 생각하자. 이것이 나의 ‘존재’를 세상에 더 각인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