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관람구역 - 영화로 통일을 읽다
전병길 지음 / 책마루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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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관람구역] 통일은 대박? 영화가 말하는 통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외친 후, 통일에 대한 담론이 좀 더 공론화됐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했던 보수 언론까지 나서며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통일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통일의 효과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북한이 어찌 생각하고 있든- 한국인들에게는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도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통일을 가까이 느끼게 한 매개체가 돼왔다. <공동 관람구역>을 보며 우리나라의 북한 관련 영화가 이렇게까지 많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북한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지만 시대가 변천하며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북한에 대한 거리감은 좁아진 것이 확실하다.

 

이 책에는 1990년 이후 제작된 북한 관련 영화들이 소개돼 있다. 그 전에는 반공주의에 따라 국가에서 반공 영화를 만들도록 장려했다. 북한 간첩들은 괴물처럼 생기고 인간의 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로 묘사하는 등 편파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제작된 영화들에는 국가가 아닌 개인 차원의 통일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탈북자들의 현실적 이야기라든지 간첩들의 어려운 생활 등을 다루는 것을 보면 진짜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 <고지전>은 국가가 아닌 ‘전쟁에 참여하는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전의 전쟁 영화가 고지를 가져와 승리에 도취되고 애국 정신을 고취하는 목적이었다면 <고지전>은 감정 소비 없이 전쟁의 본질을 파헤치며 전쟁과 생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휴전 회담이 진행되는 중간에 북한과 남한은 고지 탈환 전쟁을 반복한다. 이제는 고지를 누가 탈환하느냐가 관심사가 아니게 된다. 고지 탈환의 기쁨도, 패배의 절망도 없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장면에서 한국의 분단 이후 오래된 휴전 상황에서 대중이 느끼는 피로감을 간접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 통일이 되든 아니든 결말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영화 <쉬리>는 북한 관련 영화로는 소위 말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다. 멜로와 액션 라인을 적절히 조화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간첩으로 서구적으로 생긴 이방희를 등장시키며 간첩을 세련되게 이미지화했다. ‘예쁜 여성 이방희가 간첩이 아니었다면 남한에서 편하게 살았을텐데’하는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 씨도 예쁜 미모로 사람들에게 동정을 받고는 했는데 간첩도 이제는 괴물이 아닌 한 여자고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줬다.

 

<국경의 남쪽>에서는 남한 아내(남편), 북한 아내(남편)를 둔 탈북자들은 어떤 곤란함을 겪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북한에 애인을 두고 내려왔는데 남한에서 자신을 보살펴 준 여인과 결혼하게 된 선호. 이것은 비단 선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탈북자들이 현실에서 겪어야 할 실제 상황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법이 바뀌어 2007년부터는 북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청구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통일이 언제 될 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정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영화 <코리아>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야기를 다뤘다. 북한의 리분희와 남한의 현정화가 한 조를 이뤘는데 동료로서의 신뢰도 없고 인간적 애정도 없는 둘이 경기를 같이 뛰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시합을 40여일 앞두고 이들이 겪었던 실제 상황은 통일을 별다른 준비 없이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서로 인간적 애정이 별로 없는데 외부적인 상황으로 통일이 된다면? 이들과 비슷하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지 않을까. 시합에서 중국을 물리치는 등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분명 갈등이 있었다. 현정화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통일도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쩌면 통일에 대한 준비는 거창한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마음이 열리는 것. 각자 위치에서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다.

 

시대가 흐르면서 분명 북한 관련 영화의 소재도, 우리의 태도도 변했다. 북한을 적대적으로 인식했는데 서서히 현실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분단된 지 오래돼 우리가 원래 하나의 나라였다는 사실마저 희석되고 있지만 이산가족이 엄연히 살아있고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언어를 쓰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라도 추억할 거리가 있고 서로 공통적인 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실제 통일이 돼서 이러한 북한 관련 주제와 갈등들을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만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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