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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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

-솔직하고 쿨한 관계맺기

 

누구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한다. 타인과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사이기에 어떻게하면 트러블없이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날 것 그대로사람을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관계맺기라는 결론을 얻었다. 저자는 15년 동안 예능작가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인가. 그런 그녀가 얻은 결론은 바로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생각이 많을수록 손해다. 양과 음, 이익과 손해가 공존하는 관계에서 너무 많이 재다가는 서로 피곤할 뿐이다. 상처 받아도 쿨하게 잊고 상처를 줬다면 더 잘해주면 그만이다. 솔직한 것이 뒤에서 다른 소리를 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관계맺기상 훨씬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좋은 관계를 위한 스텝 1. 어떤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재미를 느껴야 한다. 흥미가 있어야 사람도 보이고 노력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재미는 관심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고개를 돌려야 걸어온 길이 보이듯 궁금증이 생겨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왜 <아빠 어디가>, <꽃할배> 등이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됐는지 알게 됐다. 바로 사람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들에게도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성인들은 재미난 스토리가 얼마나 많을까. 개개인의 특색있는 스토리들은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그 자체가 재미와 흥밋거리를 주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의 스타를 보듯 주변인들을 관찰한다면 분명 재미난 스토리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다 비슷하게 산다. 공감하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개성이 다를 뿐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재미를 찾아간다면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셈이다.

 

공통점 찾기도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 된다. 한국에서는 첫 만남에 학연, 지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통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공통점을 찾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여섯 다리만 건너도 어떤 사람이든 다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는 된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쉽게 마음을 얻으려는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도 마찬가지의 지적을 했다. 이런 공통점 찾기 과정은 만남 전에 이뤄져야 한다. 만나서 다짜고짜 출신 학교, 지역 등을 묻는다면 큰 실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조사를 하고 물어본다면, 그 공통점이 서로 긍정적인 자료가 된다면 서로의 마음을 여는데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 좋은 소리만 해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스타들은 독설가. 독설만 내뱉는 것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대표적인 스타로는 김구라, 이승철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인정해줄 것에 인색하지 않고, 틀린 것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그래서 신뢰를 받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떠한가. 인정해줄 것도, 틀린 것도 딱히 언급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독설가로 사랑받는 사람들은 비난한 만큼 장점을 인정한다. 비난만 하는 것도 장점만 늘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칭찬과 독설의 적절한 안배가 중요하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워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 솔직한 태도와 적당한 스킬이 중요함을 배웠다. 이제부터라도 관계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도 말고 솔직하고 쿨하게 관계형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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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기독교 - 위기에 처한 현대 기독교 영성의 실체 보고서
박태양 지음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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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기독교

-성경과 더 친해져야 하는 이유

 

얼마 전 근처 교회에 나갔다가 상충되는 의견을 듣고 의아한 적이 있었다. 담임목사님은 특별 새벽기도 주간을 앞두고 성도들이 많이 나오기를 원하지만 거리가 멀어 오기 불편한 사람들은 기도문을 가져가 집에서 기도해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다른 목사님은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설교를 해주시러 오는 목사님들은 먼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인데 성도들은 당연히 멀더라도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몇 번이고 다짐을 받으시는지 ‘새벽기도가 당일 성경말씀보다 중요한 일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날 나는 친구와 토론했다. ‘누구의 의견이 맞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눈먼 기독교>는 현재 기독교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책이다. 요즘 기독교인들이 성경에 바탕을 두고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편한대로 믿고 리더들도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기독교라는 종교는 그 어떤 종교보다도 보편화됐다. 교회 오빠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친분을 쌓는다. 하지만 성경공부, 기도모임 등의 활동들로 따지면 친분활동 외에 얼마나 종교적 생활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이 안 풀리는 인생을 풀려고 자기계발서를 찾아서 읽듯 교회는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돼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더 테레사는 사랑의 간호활동 실천자였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믿는 신과 다른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임종을 앞둔 사람을 돌볼 때는 그가 믿는 종교의 식대로 준비하게 배려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비판한다. 자신의 신을 믿고 천국을 믿는다면 어떻게서든 예수의 존재를 알리고 천국에 가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기 다른 신을 믿는 사람에게 봉사를 하러 간 장소에서 나의 신을 믿도록 권유해야 하는 것인가. 방법론적인 문제에서 적당한 해답을 찾기가 참 어려운 일 같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란 책도 거론된다. 조엘 오스틴은 <긍정의 힘>이란 책을 베스트셀러에 올렸고 이에 힘입어 자신의 교회 성도들도 많이 늘렸다. 나도 이 책을 읽어보기는 했으나 사실 자기계발서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하나님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책인듯 실생활 내용 위주로 ‘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것도 저자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요즘 기독교는 성경에 기초하지 않고 인본주의적인 시각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때로는 성경적으로 비판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만 해준다. 그러다보니 듣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성경적 뿌리가 약해진다.

 

어떤 쪽이 맞는 것인지는 사실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달렸다. 달콤한 말 대신 성도들에게 쓴소리하고 헌금 내라고 말하고 새벽기도 와야 한다고 말하는 목사님을 앞뒤 막힌 사람이라고 욕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기독교인으로서 반성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적 교리인데 생활윤리적인 면만 강조하며 성경을 수단처럼 활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면 지금부터라도 성경을 열심히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문제의식과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은 무언가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좋은 동인이 돼 준다. 이제부터라도 성경과 더욱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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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배우는 사자소학 - 최고의 인성교육 지침서
한학중 지음 / 학민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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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배우는 사자소학

-생활윤리, 한자 교육을 동시에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성경책을 읽는다. 잘해야 한 두장이지만 성경을 읽고나면 기분이 정화되고 안정된다. 진리의 말씀이 때로는 뻔해보이기도 하지만 좋은 말씀들은 들을 때는 몰라도 듣고 난 후에 오는 유익이 정말 크다. 사자소학도 마찬가지다. 다 아는 것 같은 생활윤리도 들으면 들을수록 깊이가 묻어난다. 사실 사자소학은 우리 선조들이 아이들에게 한자도 가르칠 겸 생활윤리적인 내용을 가르쳤던 교재다. 본격적으로 천자문을 배우기 전에 가르쳤던 것인데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들에게 사자소학을 가르쳤던 내용을 담았다. 내용이나 한자가 쉬워서 어린 아이들을 둔 아빠들이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교재다.

 

비록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이지만 성인이 된 내게도 눈길을 끄는 구절들이 많았다. 사실 어렸을 적 초등학교에서 사자소학을 배웠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들었던 내용들인데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다시 보니 내용이 정말 새롭다. 특히 효행편을 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부모호지 유이필추(父母呼之 唯而必趨)’ 부모님이 부르시면, ‘예!’하고 달려가야 한다. ‘행물만보 좌물의신(行勿慢步 坐勿欹身)’ 길을 갈 때는 느리게 걷지 말고, 앉을 때는 몸을 기대지 말라. 평소 부모님을 뵐 때 내가 했던 행동들을 떠올려보니 나의 태도가 불손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부모님이 불러도 대답하는둥 마는둥 했고 집에 가서도 거의 누워만 있었다. 어려운 사람,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평생을 봐야 하는 가족 앞에서 각잡고 앉아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나중에 자식을 나았는데 자식이 내게 예의를 차려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거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역지사지다.

 

새벽에는 반드시 먼저 일어나고 저녁에는 반드시 나중에 자야 한다. 바로 ‘신필선기 모수후침(晨必先起 暮須後寢)’ 그런데 나는 어떠했는가. 부모님을 뵀을 때 항상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재에도 이렇게 나오는데 성인인 나는 아침상을 준비하시는 어머니를 보고도 외면했다. 나가서 도와드리는 것이 도리인데도 말이다. 사자소학을 보며 반성할 어른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끔할 사람들이 많은데 어른이 된 후에는 이런 얘기를 들을 데가 없으니 뜨끔할 기회도 상실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형필공 애제여우(事兄必恭 愛弟如友)’ 형을 섬김에는 반드시 공손하게 하고, 동생을 사랑함에는 친구와 같이 하라. 평소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았다. 친구 대하듯 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지고 공손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과 같이 하라는 말을 듣고 그 이유를 생각하게 됐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함부로 대하지 말고 친한 친구 대하듯 한다면 좀 더 정겨운 관계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 외에 음식을 독차지하면 짐승과 같다는 말이 있었다. 먹을 것이 있을 때 어머니는 항상 동생 것을 남기셨다. 사실 내가 준비해 놓은 선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아까웠는데 사실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행동이다. 책에는 동물원 원숭이 비유가 나온다.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바로 받아 구석에서 혼자 먹어버린다. 하지만 인간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먹을 것이 있을 때 서로 챙겨주고 나눠주는 배려. 말 한마디라도 챙기는 배려 속에서 진정한 가족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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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 표민수 감독의 드라마 제작론
표민수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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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당신의 인생대본에는 무엇이 써져 있는가

 

나는 드라마광이다. 평상시 드라마를 자주 보고 진짜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발견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곤 한다. 드라마를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속으로 걱정을 한 적도 있다. 흔히 TV는 바보상자라고 하지 않는가. 생각 없이 보게 되는 내용은 영양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며 인생을 배운다. 드라마 내용을 가지고 인생에 빗대 질문을 만들어 친구와 토론을 하곤 한다. 이 정도면 드라마 보는 것이 바보상자를 보는 것과는 좀 다른 의미가 되지 않을까. 이런 내가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책을 이제야 읽게 됐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한국 드라마는 세계에 수출돼 뜨거운 호응을 받을 정도로 명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용이 정말 현실 같아서 드라마 내용에 빠져 있을 때는 그 뒤에 수고한 많은 사람들을 잊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존재가 머릿속에 살아났다. 인간을 신이 만들었듯이 드라마를 만든 신과 같은 또 다른 인간들(연출가, 작가, 배우 등)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은 참 의미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균형’이란 단어. 저자는 어떤 관점에 대해서 극단보다는 균형을 취하는 사람이었다. 캐스팅을 할 때도 그의 지론은 여지없이 실현됐다. 연출자, 작가, 배우가 돌아가며 캐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일할 맛이 난다는 것이다. 보통 캐스팅의 경우 한국 드라마 특성상 주연 배우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인지도도 필요하고(요즘 드라마는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연기도 어느정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여러번 노출이 된 톱스타 위주로 캐스팅이 된다. 그런데 이들의 요구조건도 까다롭다. 상대역으로 자기보다 인지도는 낮으면서 자기보다 연기력은 좋은 배우를 원한다고 한다. 그래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캐스팅이 연출의 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배우는 시청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결과물이다. 이 조합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부족한 부분은 작가의 스토리 변경과 연출자의 연출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평소 궁금했던 점도 많이 해결됐다. 왜 드라마 감독들은 여자들이 많고 작가는 여자들이 많은 것일까. 저자의 설명은 이랬다. 보통 여자들은 스토리 지향적이고 남자들은 테마 지향적이다. 즉 여자들은 과정을, 남자들은 결과를 중요시한다. 직업의 특성상 스토리 과정 하나하나에 관여해서 창작해야 하는 작가를 여자가 한다면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작가와 연출자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하면 자신이 어떤 스타일이든 문제될 것은 없다. 작가가 테마 지향적이라면 연출자는 스토리 지향적으로 드라마를 끌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균형의 원리가 적용됐다. 누군가의 강점은 다른 이의 또다른 강점과 만나면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식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의 충돌과 조화 속에 하나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1+1은 2보다 훨씬 큰 시너지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연기에 대한 챕터는 흥미로웠다. 배우는 타고난 끼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토끼가 진 것은 타고난 뜀 능력을 과신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끼는 뛰는 것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인데도 거북이를 이기지 못했다. 하물며 연기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 능력이 아닌 인간은 말해 뭣하랴. 당연히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흔히 연기는 감정만 잘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논리가 철저히 뒷받침되지 않은 연기는 가볍다. 깊이있는 연기는 감정과 논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배우들이 즉흥적으로만 연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뒤에는 치밀한 계산이 있는 것이다. 또 대본을 자세한 예언서라고 표현한 부분도 공감이 됐다. 배우는 드라마에서 자신의 역할의 탄생부터 끝까지 적혀있는 예언서를 받는다. 곧 대본이다. 인간의 인생은 대본이 없다. 매일 새로이 써내려가고 끝을 알 수 없지만 배우는 캐릭터의 마지막까지 적혀있는 대본을 보며 연기를 한다. 그러니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엄숙히 대본을 읽어나갈 것이다. 문득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인생을 살아보는 배우들이 부러워졌다. 나의 인생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써져 있을까. 어쩌면 드라마와 달리 나의 인생 대본이 미완성인채로 시간이 가고 있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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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상
최종태 지음 / 시그널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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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상

-사이코패스의 비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것도 완성도 높은 공포 영화. ‘모베상(mau vais sang)’은 프랑스어로 ‘나쁜 피’라는 뜻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근원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똑같이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도 환경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성공한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책 소개문 때문이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궁금했던 부분보다도 훨씬 더 사이코패스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사이코패스 범죄를 접했을 때 일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섭다. 하지만 내가 어디서 저런 사람들을 보겠나’ 이런 감정이 아닐까. 사이코패스라는 질환의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 그저 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너무나 비상식적이기에 그저 생각조차 하기 싫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이코패스는 환경보다 유전적인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기에 사회에서 처음부터 통제하기에는 불가능한 요인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또 약한 정도의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좋은 머리와 좋은 환경이 결합해 범죄는 저지르지 못하지만 거짓말, 속임수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권력의 수단을 마련하기도 한단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준석에서 딸 민정(지수)으로 이어지는 나쁜 유전자는 섬뜩한 느낌을 줬다. 한준석이 여러 명의 부녀자를 살해했고 그 과정에서 찍어놓은 비디오 테이프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사이코패스의 경우 사람을 죽여도 일상 생활의 느낌과 비교해 별다른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양심이라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어린 민정이 죽어가는 사람을 건드리며 아무런 혐오감을 가지지 못하는 장면에서 잘 표현됐다. 어떤 말보다 강렬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범죄자의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자신의 남편이 혹은 아들이, 딸이 범죄자라는 사실 때문에 평생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고통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준석의 아내 진아를 통해 괴물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남편과 딸을 바라보며 통제할 수도 없는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지 조금은 전달됐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치유가 불가능한 범죄자들. 그들의 가족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피하는 것이라는 말. 이들은 치유될 수 없고 이들을 동정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마치 몸 속의 암세포도 있을 수 있다고 동정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기억에 남는다.

 

에스키모 중 어떤 사람들은 치유 불가능한 이상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빙벽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린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이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추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에스키모 인들의 관습처럼 누군가를 속단해서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섣불리 그들을 교화하려고 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소설 속 동준이 지수를 교화하려다가 실패하고 악의 근원만 확인했던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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