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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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 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위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 설켜, 그것이 어떨 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p523

 유괴된 소녀의 사망 추정시각을 둘러싼 미스터리


 야마나시현에서 지역 유력인사인 와타나베 쓰네조의 외동딸이 유괴된다. 범인은 몸값 1억엔을 요구하지만, 경찰의 지시에 의해 그 돈은 전달되지 못한다. 그로부터 외동딸 미카가 시체로 발견되어지고, 쓰네조는 아끼는 딸 미카가 언제 죽었는지 사망 시각을 알고자 하며, 이를 둘러싼 경찰의 움직임이 재빠르게 그려진다.  경찰조직의 비밀스러운 움직임, 그 속에는 무고한 청년으로 하여금 자백을 받고 사건 종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한 번 완성된 것은 되돌리기 힘든 법이지.”
“예?”
“그리고 피해자 가족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경찰의 중요한 임무야.” -p67

 무고한 청년이 유죄를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숨돌릴틈없이 전개된다. 이 과정속에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위해, 거짓을 만들어내는 고위관리직들과, 검사관, 형사, 법조계 사람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정직한 사건 해결이 아닌, 한 청년을 심판대위에 올려놓고 알맞게 요리해나가는 게 과연 소설책 속에서만 있는 일인지 되묻게된다.

 몇 십년동안 범죄자로 살았지만,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그런 상황이 있었더라면 이 책 속 상황처럼 무자비하게 몰고갔을 그 모습들이 비로소 생생하게 그려진다. ‘자백하면 형량이 줄어든다, 여기서 일단 인정하고, 재판소에 가서 부인할 수도 있고, 재판관도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조서를 유리하게 써주겠다, 너도 이제 그만하고 편히 쉬고싶지 않느냐?’ 와 같이 어둡고 낯선 곳에서, 취조 경험이 많은 무서운 형사들 앞에 오랜 시간 놓여있다면 그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서라도 시간이 지나면 죄를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말이다. 책 속 등장인물 쇼지의 심경이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간단해보일지언정, 숨어있는 부분들을 뒤집어보면 그 진실에 놀라움, 배신감 등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진실을 이야기해야하는 경찰임에도, 조직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마는 것, 무시할 수 없는 조직의 힘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진실을 외면한채 본 것, 들은 것도 모르는 척 해야하는 조직에 속해있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을지 나는 자신할 수가 없다. 때론 개인보다 조직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일 수 밖에 없는가?


 외진곳에서 열려진 가방을 보게 된다. 가까이가서 보니 돈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면? 돈만 꺼내서 달아났을지도 모르고, 신고했을지도 모르겠다. 돈만 꺼내서 훔쳐갔다고 가정하고, 좀 더 외진길을 가고 있는데 누워있는 사람이 보인다. 혹시 몰라 살짝 건들어보니 몸이 너무도 차갑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이상한 기분, 혹시 죽었나?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온다. 며칠이 지나 경찰이 다가와 최초발견자이며, 네 지문이 나왔다, 바른대로 말하라며 혹독한 취조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두렵고 힘든 시간이겠지만 범인이 아니기에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압박과 함께 범인으로 몰아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까마득하다.

 이는 책 속 쇼지의 상황을 줄인것으로 그의 상황으로 하여금 느끼는 것을 몇 가지 줄여본다. 첫번째로 느낀것은 무엇이든 함부로 건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투박한 나무 상자가 떠내려오길래 건들였더니 폭탄이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요즘 너무 흉흉한 탓인지 남의 것, 모르는 것을 건들여 큰 화를 당하는 일이 너무도 빈번한 거 같아 책을 읽고나니 더 조심해야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보이는 것만으로 너무 빠르게 속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보았다.

 <전과3범인 쇼지, 자백하다, 증거자료-지문> 까지 나왔다는 기사를 본 후,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나는 어디로 마음이 향할지 모르겠다. 진실은 알지 못한채, 사형받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치는걸로 느껴질지도 모를 일. 어쩐지 좀 더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어째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인간에겐 저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타인의 일에 더는 간섭하지 말게.”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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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위에서 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
노지혜 글.사진 / 바다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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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고 있는 책들이 어쩌면 이리도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는걸까? 새로운 곳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떠나기가 힘들다. 하여 책으로 대신하는 요즘, 한결같이 ‘산티아고’ 에서의 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듯하다. 「순진한 걸음」 을 비롯하여 순례자의 길이라 불리우는 ‘산티아고’ 를 걸으면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았다는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떠나고 싶게 만든다.

 산티에고 가는 길에서의 아릿한 기억들을 단편적으로 담아낸 이 책은, 짧게나마 함께한 인연이 오랜시간 생각남에 따라 이를 표현한 글귀들이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이 길위에서 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에서 오는 아련함은 이 책을 잘 표현해내고 있었는데, 여행지에서의 만남, 다시금 찾는 그 길에서 마주한 오래전 일들을 회상하는 모습은 내게도 오랜 추억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라디오 방송작가이자,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 노지혜 작가의 글은 재주없는 나로서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마음을 잔잔하게, 먹먹하게 할 줄 아는 매력적인 글을 써내려가고 있음을, 그 이상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여행지에서의 단편적인 이야기와, 일상의 사랑, 삶, 이별을 말하는 책이다. 좋은 글귀들을 써내려감으로써 마음에 다시 한 번 담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여 깔끔하게 표현해내는 것. 그저 멋스러울 뿐이다.

“있잖아... 사람은 말이지. 자기 사람을 한 눈에 알아보는 법이야. 같은 냄새가 나거든.”

 컵케이크 하나에 커피를 마셔가며 외로움을 즐기는 시간, 그 곳에 있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나를 생각하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유럽 포토 에세이! 일상에서 즐긴 삶의 여행, 이렇듯 감성적인 글을 써내려갈 수 없을지언정, 자기만의 글을 써보면 좋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꽃은

꽃은 뿌리내린 그곳에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소리 지를 수도, 나를 봐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뿌리에서부터 시작된 향기가
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꽃은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해가 나면 해를 바라보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다
비가 내리면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꽃을 피우고, 향기를 갖는 방법 밖에는요.
누군가를 품는 마음이 꽃과 같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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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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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은 두 가지다. 불평하기와 남들의 불평 비난하기 - 크리스토프 콰치 (Christops Quarch) - 

 일상 속에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 하지만, 그것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큰 행복이 아니고선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네잎클로버가 더 가치있다고 여기기에, 주변의 세잎클로버들은 신경안쓰는것마냥, 더 큰 행복을 쫒으려고 작은 것을 무시하는 내게 이 책은 의미있었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주는 고마움을 배울 수 있었고, 행복해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 방법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쓰러울 때가 있다. 히르슈하우젠 의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방법을 알게되고,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이 책을 쓰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행복하고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침과 동시에,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들을 토대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독일에서 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였던 책이라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가볍게 책을 훑어본 바, 밝고 경쾌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과하지 않은,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만들었고, 멀리 떨어져있지만 가까이 있는듯 살아숨쉬는 문체가 지루함을 없애주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 보다는, 요점 정리만 간단히 된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주변에 만끽해있는 행복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참 좋았다.

행복해지기는 간단하다, 다만 간단해지기가 어려울 뿐!

 행복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자연 상태가 아닙니다. 건강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 건강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며, 병을 앓는 사람이 전부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행복을 느끼는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덜 아프고 더 오래 살 뿐입니다. - p37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것 같다. 자꾸만 부정적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그 순간의 몰입이야말로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책 속의 말을 실천했기 때문일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때론 단순하게, 그 순간을 위해서 살아간다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러개의 나눠진 목록들 속에 공감가는 것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포토리얼리즘 비판' 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흑백사진을 거쳐, 지금은 똑딱이 디카로 사진을 찍고, 그 순간에 잘못나오면 지워버리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이야기 함과 동시에, 포토샵이라는 수정을 거쳐 그럴싸한 모습으로 남겨놓고 ‘이 땐 좋았지’  라며 추억을 회상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디지털 윤색에 불과하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보며, 그것들만의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것은 우리를 아주 비열한 방식으로 기만합니다. 이른바 선택적 지각이라는 것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즐거웠던 휴가나 생일파티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뿐입니다. "아, 그땐 모든 게 다 좋았는데……." 라는 식이죠. 사실은 모든 게 좋았던 건 아닙니다. 다만 좋지 않았던 장면은 사진 속에 담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진 속에는 햇볕에 탄 화상자국이 아닌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시시한 일상 대신 화려한 축제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멋진 선물이 담겨 있습니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은 없고 왜곡된 기억들만이 있을 뿐이죠.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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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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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게 된것은, 아마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고나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한 인간을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멋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당시의 내겐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뒤로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수순으로 읽어내려갔으나, 트와일라잇 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이유인 즉, 뱀파이어의 재발견과 같은 독창스러운 신비로움이 아닌 연인과의 사랑, 시기, 질투심들이 한대 똘똘뭉쳐 너무 오랜 시간 끌었기 때문이었다.

 지루했지만 끊을 수 없었던 로맨스 판타지! 당시 활력을 주었던 트와일라잇을 뒤로 할 무렵 불멸의 사랑,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책들이 속속 등장했다. 내용은 뻔했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는 몇몇 책들이 있어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에버모어』가 생각난다. 비슷하지만 아주 살짝 비꼬아놓은,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점에서는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허나 에버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지 않았다.

 로맨스 판타지는 트와일라잇 속 에드워드 하나만을 남겨두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때 부터였던 것 같다. 그 어떤 로맨스 소설 속 남자도 에드워드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 이번에는 타락 천사를 소재로 한 『허쉬허쉬』 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기대를 걸고 읽었지만 초반 부분 내내 에드워드의 짙은 그림자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엄연히 다른 캐릭터지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베일에 숨겨진 신비스러움이 그러했던 것 같다.

 hush, hush - [쉬쉬하는]

 타락천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책은 표지의 음산한 느낌과는 정반대로 밝았다고 생각한다. 칙칙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았다. 더욱이 여자 주인공 노라 그레이의 발빠른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어리석게 굴기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했던 모습들이 조금 느껴졌기에 책이 술술 읽혔다.

 이 책의 줄거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노라에게 생물 시간 파트너가 바뀌면서 시작된다. 패치라는 학생과 수업 시간을 함께 하게 된 그녀는, 그에 대해 알려고 애쓰지만, 그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속을 긁어놓음과 동시에 재미있다는 듯 행동하는 패치에게서 불쾌함을 느낀다. 허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어가기에 이른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무섭고 두려운 그녀지만, 패치 곁에 있을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중략) 베일에 쌓인듯 숨겨진게 많은 패치. 그를 조금씩 알아가는 노라, 주변인물들의 방해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전을 생각해보는 재미, 트와일라잇과의 비교되지만 조금씩 그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불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가까이 다가갔을 경우인 것이다. 그 점을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 -p148

 다만 아쉬웠던 것을 몇가지 꼽아본다면, 초반의 흡입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반부터 에드워드와 겹쳐지는 그림자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그만의 개성이 드러나 보여서 읽기 수월했다. 노라가 표현해내는 패치의 모습이 짙은 검은 눈동자에만 초점이 맞춰진듯해서 아쉬웠다. 긴 다리, 꾸준한 운동을 한 탄력있는 몸에 대하여도 이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부분을 그려주는데 있어서는 부족했던 것 같다. 타락천사이니만큼 날개에 치중한 부분은 이해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해내기위한 놀이기구와 그림 등은 인상적으로 남는다. 훗날 트와일라잇 처럼 영화화된다면 이 부분을 잘 그려내면 참 멋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패치가 타락천사가 되기까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상세하게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그랬기에 책이 덜 지루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이 부분이 조금 더 추가되도 좋을듯하다. 그에 대한 궁금증이 다 풀린것은 아직 아니니 말이다. 어둠 속 무섭고 시린 모습들이 아닌, 한편은 따뜻했던 모습도 보여주었던 패치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 그의 숨겨진 또 다른 능력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람은 변하는 거지만, 과거는 그럴 수가 없다는 건 명심해 두고."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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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 쇼콜라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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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막막한 꿈과 사랑, 인생의 정답을 찾아나서다!

 김민서 작가의 전작품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를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다면, 이 책도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작품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20대들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고, 의욕상실에 놓여져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줌과 동시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쇼콜라 쇼콜라』 는 무기력증에 빠진 20대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우주야, 알겠어? 세상엔 하면 되는 일보다 해도 안 되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되면 누구나 다 한다’ ‘해도 안되는 게 더 많다’ 성공보다 실패를 먼저 겪은 이십대다운 삶의 정의. 대학 졸업 후 50군데의 회사에서 거절당하고 두 번의 임용고시 실패를 겪은 반백수의 일반적인 가치관이다.  그러나 사촌동생의 인생관은 그녀의 것과 정반대로, 아주 명쾌하고도 완전한 긍정이었다.  ‘하면된다’ 
-p21 <본문중에서>
 

 ’해도 안 되는 게 더 많다’고 믿는, 반 백수 ’아린’은 일정한 직장 없이 몇몇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스물일곱의 ’무늬만 임용고시 준비생’이다. 삶의 총체적인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그녀의 삶에 어느 날, 최고의 학벌, 최고의 직장을 가진, 이제껏 단 한 번도 실패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보수적이고도 냉철한 엘리트 사촌동생 단희가 오면서부터 좌충우돌 복잡한 생활이 시작된다. 그동안의 끝없는 비교로 마음상한 아린이나,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상처가 많은 단희 두 사람의 예측불허들의 사건이 끊이질 않으며, 그들에게 찾아온 꿈, 사랑, 일탈 이야기가 이어진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

“고민은 상대적인 거예요.” 
“먹고사는 고민이랑 친구 없어서 하는 고민이랑 급이 같아?”
“둘 다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들이잖아요”
“삶의 질? 명품 백 들고 다니는 대기업 사원이 감히 백수한테 삶의 질을 논해?”
-p215 <본문중에서>


 전교 1등, 수려한 외모,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엄친딸, 엄친아에게도 부족한 건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 부족한 것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는 않은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엄친딸, 엄친아에게 비교당한 채 살아간다. ‘누구는 A전자에 들어갔다더라~’ 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는 특히 더 그러하다. 반 백조인 나는 ’아린’ 의 심정이 이해도 가는 한편, 부모님 덕분에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자라왔지만 친구가 없는 ’단희’ 역시도 공감할 수 있었다.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험난한 사회생활에서 솔직한 마음 터놓고 지낼 친구 하나 없는 단희는 불쌍한 한편,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외로운 아웃사이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그러기가 힘든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그녀가 사랑을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속에서 얻는 것들이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26살 단희와, 27살 아린 두 사람의 성장을 통해 본 것은 첫번째로 ’비교’다. 비교가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하는지, 알게 모르게 나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본다. 두번째는 ’진실’이다. 서로가 원치도 않은 상처를 만들어내며 삐그덕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되물어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단희의 회사생활, 한 눈에 반해버린 남자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되기까지 순식간에 읽게되는 이 책은 중간 중간 많은 에피소드들을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인생에나 탈출구는 있는 법이야. 찾으려는 의지가 있느냐, 언제 찾느냐가 문제지.”

 나이불문, 다양한 진로와 선택 앞에서 숟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 나보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조바심내며 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내는 모든 이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 마음놓고 즐기라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진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어서 참 좋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틀린게 아닌 다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너무도 유쾌했던 시간이었다.

“나이가 걸린다, 학벌이 걸린다, 성별이 걸린다, 넌 걸리는 게 뭐 그렇게 많아?”
“하지만 그게 현실이잖아…”
“네가 그렇게 단정해 버리니까 현실이 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해. 네가 아깝게 버린 시간인 이미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네가 최선을 다해 살지 않은 이유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뭐든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네 인생의 무언가를 찾게 될 거라고 꿈꾸면 되잖아. 그것도 어려워?”
“하지만……”
“네 인생에는 ‘하지만’이 너무 많아. 지만이 그놈이 대체 누구야?”
-p249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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