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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ㅣ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게 된것은, 아마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고나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한 인간을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멋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당시의 내겐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뒤로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수순으로 읽어내려갔으나, 트와일라잇 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이유인 즉, 뱀파이어의 재발견과 같은 독창스러운 신비로움이 아닌 연인과의 사랑, 시기, 질투심들이 한대 똘똘뭉쳐 너무 오랜 시간 끌었기 때문이었다.
지루했지만 끊을 수 없었던 로맨스 판타지! 당시 활력을 주었던 트와일라잇을 뒤로 할 무렵 불멸의 사랑,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책들이 속속 등장했다. 내용은 뻔했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는 몇몇 책들이 있어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에버모어』가 생각난다. 비슷하지만 아주 살짝 비꼬아놓은,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점에서는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허나 에버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취향이 맞지 않았다.
로맨스 판타지는 트와일라잇 속 에드워드 하나만을 남겨두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때 부터였던 것 같다. 그 어떤 로맨스 소설 속 남자도 에드워드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 이번에는 타락 천사를 소재로 한 『허쉬허쉬』 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은 기대를 걸고 읽었지만 초반 부분 내내 에드워드의 짙은 그림자를 떨쳐 낼 수 없었다. 엄연히 다른 캐릭터지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베일에 숨겨진 신비스러움이 그러했던 것 같다.
hush, hush - [쉬쉬하는]
타락천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책은 표지의 음산한 느낌과는 정반대로 밝았다고 생각한다. 칙칙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았다. 더욱이 여자 주인공 노라 그레이의 발빠른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어리석게 굴기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했던 모습들이 조금 느껴졌기에 책이 술술 읽혔다.
이 책의 줄거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인 노라에게 생물 시간 파트너가 바뀌면서 시작된다. 패치라는 학생과 수업 시간을 함께 하게 된 그녀는, 그에 대해 알려고 애쓰지만, 그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속을 긁어놓음과 동시에 재미있다는 듯 행동하는 패치에게서 불쾌함을 느낀다. 허나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패치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어가기에 이른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무섭고 두려운 그녀지만, 패치 곁에 있을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중략) 베일에 쌓인듯 숨겨진게 많은 패치. 그를 조금씩 알아가는 노라, 주변인물들의 방해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전을 생각해보는 재미, 트와일라잇과의 비교되지만 조금씩 그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불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가까이 다가갔을 경우인 것이다. 그 점을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한다. -p148
다만 아쉬웠던 것을 몇가지 꼽아본다면, 초반의 흡입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반부터 에드워드와 겹쳐지는 그림자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그만의 개성이 드러나 보여서 읽기 수월했다. 노라가 표현해내는 패치의 모습이 짙은 검은 눈동자에만 초점이 맞춰진듯해서 아쉬웠다. 긴 다리, 꾸준한 운동을 한 탄력있는 몸에 대하여도 이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부분을 그려주는데 있어서는 부족했던 것 같다. 타락천사이니만큼 날개에 치중한 부분은 이해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해내기위한 놀이기구와 그림 등은 인상적으로 남는다. 훗날 트와일라잇 처럼 영화화된다면 이 부분을 잘 그려내면 참 멋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패치가 타락천사가 되기까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상세하게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그랬기에 책이 덜 지루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이 부분이 조금 더 추가되도 좋을듯하다. 그에 대한 궁금증이 다 풀린것은 아직 아니니 말이다. 어둠 속 무섭고 시린 모습들이 아닌, 한편은 따뜻했던 모습도 보여주었던 패치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 그의 숨겨진 또 다른 능력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사람은 변하는 거지만, 과거는 그럴 수가 없다는 건 명심해 두고." -p.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