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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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채사장님의 책이지만, 이 분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저 입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인문학이 아닌 첫 소설로서 마주하게 된 작가의 책은 '재미'있다고 할 수 없지만 압도적 몰입감과 스케일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소년에서 영웅이 되기까지 소마라는 인물의 비장한 각오를 느낄 수 있었다.

젊어서는 세상을 호령하고 늙어서는 깨달음에 이르리라.

한 인간의 고단하고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나타낸 소설이다. 사랑하는 것을 잃었고, 모든 것을 가지기도 했던 소마. 그가 살아온 역경의 순간들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총기도 사라지고, 시야도 좁아진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받아들이고 마지막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지만 사실 지금으로선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점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묘미겠으나 어쩐지 그 무거움을 감당하기 버겁다.

권위에 기댄 자들의 머릿속에 담긴 잔혹함을 네가 직접 체험해봤는가? 그들이 선과 악을 나누고 청결과 불결을 나누고 그것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병들에 하는지 알고나 있는가. 그들은 질병이고 뽑아야 할 잡초다. -p321

잘못된 신념과 정의 속에 마녀사냥 당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 없다. 옮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잃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여인, 허황된 욕망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울적해진다. 나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가, 살아가게 될 것인가 하는 상념들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든 세상에서 조금 버겁게 읽혔다.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그러니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p379

아버지는 마을을 향해 활을 쏘고 아들에게 화살을 찾아오라 말한다.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으나 소마는 생의 끝에서 무언가를 배운다.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나 아직은 길 위를 걷는 중이다. 쉼없는 전쟁 속에 고독과 방랑으로 점철된 생애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빛인가? 어둠인가? 모든 것을 내던진 후의 나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지만, 묵직하다. '왜 적극적이지 않은가. 왜 진취적이지 않은가. 왜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지 않는가' 라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내게 능동적인 삶만이 최선인가 하고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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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위한 문화예술 - 미술관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을 위한 가장 친절한 예술 가이드
널 위한 문화예술 편집부 지음 / 웨일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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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부산시립미술관에 들러 거대한 일상 : 지층의 역전 / 경계 위의 유랑자를 본관 2층에서 보면서도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본관 3층 이토록 아름다운 /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를 주제로 한 것에서는 마음이 일렁이기도 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미술, 그림, 아트, 문화, 예술을 한 데 묶을 수 있겠으나 정의내리기에는 버겁다. 나는 작품의 배경, 질감, 인물들이 아닌 색채감과 역동성에 주목하는 것에 그칠 뿐이므로.

 

​작품의 권위를 만들어내는 건 미술관이나 평론가가 아니라 작가와 관객의 자유로운 해석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권위주의자들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오독하고 매도하는 것에 한스푼 더할 재주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 않다. 각기 다른 관점으로 자신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견해차이를 받아들이면 세상 살기 수월하다. 이해하지 못한들 어떤가 그냥 다 괜찮다. 살다보면 귀에 꽂히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고,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듯 그림도 그렇게 다가올 날이 있지 않을까.

 

예술의 재미는 예술이 만드는 이야기다

자극적인 광고 사이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유튜브 채널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을 위한 예술 가이드 '널 위한 문화예술' ,'예술의 이유'를 일찍이 마주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더 반갑겠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 나는 구독을 누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색이 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 책이 흥미로웠고, 광고 보듯 유튜브를 틀어놓는다면 예술가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에서 세상을 바라봤던 방식, 영감을 얻고 이를 화폭에 쏟아내어 인정받기에 이르는 그 치열했던 날들에 박수를 보낸다. 작품 하나 하나를 뜯어보는 묘미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으나, 의도했던 감정과 대상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작품을 관찰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처럼 작은 작품 속 표정과 장치들이 의미하는 것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나름의 해석을 하는 것이 미술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속에서 숨겨진 상징들이 무엇을 의미하기에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건지 알아가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밀레의 <만종>,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뭉크의 <절규> 외에도 많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로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친다. 폭넓은 미술의 일부에 지나지만 늘 그렇듯 배우고 잊혀지니 새롭게 다가온다. 구도와 형태, 색감과 질감 등 교과서적인 미술이 아닌 예술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요즘 이런 책과 영상들을 접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많이 배우고 익혀 루브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실제로 접하는 것만큼 오래 기억 남는 일이 있을까. 이 책이 그저 한 번 읽고 지나가기엔 내게 작가도 작품 제목도 또렷히 기억나지 않아 두고두고 찾게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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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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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욱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는 악의에 가득 찬 분노에 분노해. 나는 꺼져야만 했던 그 분노에 분노해' 어쩌면 이 가사로 책의 내용을 살포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구의 행동에 누구는 아파해. 누구의 언행에 누구는 암담해. 누구의 찰나에 누구 순간이 돼. 누구의 분노에 누구 목숨이 돼' 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

비단 정치, 경제, 사회면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개인이 억울한 상황에 놓이면 대로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써,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책과 아픔, 울분과 쓰라림을 삼켜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바른 분노, 그에 맞는 합당한 해결책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반드시 찾아야하는 숙제다.

자신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범죄자나 죄를 지은 사람들을 처단하는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가 생각난다. 법으로 심판 받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꽤나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를 잘 짜여진 구성, 활자로 읽는 즐거움이 있다.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이들이 누구보다 잘 살고,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니는 것에 대한 응징을 가하는 이들이 있다면 통쾌할 수밖에.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싶었네.' -p390

여기 뜨거운 심장들이 모였다. 법망을 빠져나오는데 타고난 선수들인 친일파, 부패한 정치인, 악질 기업인 등의 저승길을 배웅하고자 <집행관들>이 나섰다. 구속영장 기각, 집행유예, 사면 등으로 불평등한 법 집행에 나선 이들이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책의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중략)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p23

# 분노의 대리만족

조두순 출소 후 극성 유튜버들이 집앞을 점령하고 촬영했다. 아동성폭행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비난했으나 그를 해친 사람이 없다. 나는 분명 그를 해하겠다는 글을 수없이 읽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백 마디의 욕이나 넋두리보다 단 한 번의 실천이 절실하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한 못된 종자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p73 라는 글을 읽으며 분노하게 되었던 바 끄적여본다.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개털이든 범털이든 교도소의 교정 행정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가슴속에 주먹만 한 응어리를 훈장처럼 차고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중에 하나가 그런 응어리를 제거하는 일이다. 보복이든 응징이든 그걸 제거해야 상쾌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그동안 사단 병력에 이르는 범죄자들을 감방에 보냈지만, 거기서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를 본 적이 없다. -p110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갚으나 때론 그 강도가 더해지고 통제불능에 이른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원하면서도, 범인들의 잔혹함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말하게 된다. 내가 어떤 쪽으로 조금 치우쳐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현실에서 불가한 시원한 한 방을 책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사면을 논하기 전에 국민의 눈높이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특권 세력에게만 은사권의 혜택을 부여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법에 신뢰를 보내고 판결 결과에 승복하겠는가. -p27

<집행관들>의 행위를 통해 언론, 검찰,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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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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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가족들 사이에서 어른의 마음으로 자란 엘리의 성장을 담아낸 <우주를 삼킨 소년>


마약에 빠진 엄마, 말을 잃고 허공에다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형,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아빠, 전설의 탈옥왕이자 베이비시터인 이웃 할아버지 슬림까지 엘리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어른아이라는 말처럼 특별한 그 소년 곁에는 상처를 주는 이들도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세상의 부조리함을 알게된 어른아이들이 떠오른다. 보살핌이 필요한 그들에게 세상은 차디차다.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마약이 그렇다) 방관하고 회피하는 어른들이 그려짐으로써 나는 반성한다. 전체가 아닌 일부에 불과할지언정 그 잔인함과 추악함을 눈감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의 환영 덕분에 '여기'에 머물며 몰래 숨겨온 칼을 쓰지 않고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p13


환경과 곁을 두는 사람에 영향을 받는 것이 삶이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준 형 오거스트와 슬림 할아버지는 비언어적인 단서를 통해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낚시의 묘미는 물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꿈꾸는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의 쓴 부분보다는 담장 너머에 무엇이 너를 기다릴지 알 순 없어도 '잘 될꺼라는 희망'을 놓지 말라는 말을 해주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었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누구나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고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순전히 타이밍의 문제죠. - p543


택시 기사 살인범으로 복역한 슬림 할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실과 거짓, 진실과 누명보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다소 거친 어른이다.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던 그가 소년에게 보여준 드넓은 우주는 엘리를 조금 더 특별한 아이로 자라게 한다.


나에겐 똥차가 누군가에겐 벤츠가 될 수 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연애 관련하여 많이 쓰는 표현이지만 인간관계에 대입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나쁜 사람으로 각인된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잘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이 영향을 받고,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을 덜어내고 엘리처럼 한 가지 질문만을 남긴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나는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횟수로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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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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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 영화가 기억났다. <허든슨 강의 기적> 설리 기장이 새 떼와 충돌한 이후 회항하지 않고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한 이유를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들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는 의도적 갈등 요소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설정으로 실제는 이와 달랐다. 미 의회와 언론,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최악의 상황에서 침착한 대처로 승객들의 생명을 살린 기장에게 시종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서두로 설리 기장을 드러낸 것에 여러 이유가 있으나 단 두가지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짧은 시간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조종사의 존재, 승무원의 지시를 믿고 잘 따른 승객들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밖에도 안전한 비행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할 말 많으나 사설이 길어질 듯 하여 줄인다.

 

 

#비행인문학에 빠지다

 

비행기, 조종사, 항공업계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니 그간 '안전한 비행'을 해왔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은 당연시 되는 것들이 과오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자책으로 만들어진 것임에 경건한 마음으로 묵도의 시간을 갖게한다. 한편 엄격한 공항 보안 시스템, 항공 설비 도입 등 기술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안이하여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상기시킨다.

 

이동수단으로서 비행기의 발전과 철학, 사고의 숨겨진 이야기, 사회 정치적 쟁점으로 뻗어나가 문화와 개인의 역할 차이를 알아보는 시간은 가히 흥미롭다. 업계 종사자가 아니기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정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이 책은 더할나위 없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지상과 공중에서 비행기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비행기들을 적절히 분리하고 유도하는 일을 하는 항공관제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간결하고 명료한 교신이 필요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하여금 안전한 비행을 유도해주는 그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Keep calm and carry on

 

하고싶은 말이 무수히 많으나 표현의 한계에 부딪친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글이 될 수 있어 줄인다.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을 위해 힘쓰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비전문가가 관심을 갖고 술술 읽혀 나갈 수 있게 만든 저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기장님 내내 건승하시길 빕니다.


안전보다 비용이나 편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서는 비상회항을 한 비행기의 화재경보가 오작동임이 밝혀졌을 때 기장의 결정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결과론적 비판은 비상회항을 결심해야 할 긴박한 시점에서 기장의 대응을 지연시키는 심리적 압박 요소로 작용한다. 똑같은 비상상황에서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전 의식의 수준에 따라 조종사의 대응과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226

 

보잉의 비행 설계 철학은 "비행기를 통제하는 최종 권한은 언제나 조종사에게 있다"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가 조종사의 판단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테유의 인간에 대한 철학은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조종사의 모든 조작을 컴퓨터가 모니터링하고 제한하게 만든 것이다. (중략)

보잉과 에어버스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없다. 두 회사의 비행기 시스템은 서로 특성이 다른 것일 뿐,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를 두고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논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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