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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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 영화가 기억났다. <허든슨 강의 기적> 설리 기장이 새 떼와 충돌한 이후 회항하지 않고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한 이유를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들이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는 의도적 갈등 요소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설정으로 실제는 이와 달랐다. 미 의회와 언론,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최악의 상황에서 침착한 대처로 승객들의 생명을 살린 기장에게 시종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서두로 설리 기장을 드러낸 것에 여러 이유가 있으나 단 두가지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짧은 시간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조종사의 존재, 승무원의 지시를 믿고 잘 따른 승객들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밖에도 안전한 비행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할 말 많으나 사설이 길어질 듯 하여 줄인다.

 

 

#비행인문학에 빠지다

 

비행기, 조종사, 항공업계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니 그간 '안전한 비행'을 해왔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책장을 넘길수록 지금은 당연시 되는 것들이 과오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자책으로 만들어진 것임에 경건한 마음으로 묵도의 시간을 갖게한다. 한편 엄격한 공항 보안 시스템, 항공 설비 도입 등 기술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안이하여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상기시킨다.

 

이동수단으로서 비행기의 발전과 철학, 사고의 숨겨진 이야기, 사회 정치적 쟁점으로 뻗어나가 문화와 개인의 역할 차이를 알아보는 시간은 가히 흥미롭다. 업계 종사자가 아니기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정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이 책은 더할나위 없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지상과 공중에서 비행기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비행기들을 적절히 분리하고 유도하는 일을 하는 항공관제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간결하고 명료한 교신이 필요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하여금 안전한 비행을 유도해주는 그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Keep calm and carry on

 

하고싶은 말이 무수히 많으나 표현의 한계에 부딪친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한 글이 될 수 있어 줄인다.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을 위해 힘쓰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비전문가가 관심을 갖고 술술 읽혀 나갈 수 있게 만든 저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기장님 내내 건승하시길 빕니다.


안전보다 비용이나 편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서는 비상회항을 한 비행기의 화재경보가 오작동임이 밝혀졌을 때 기장의 결정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결과론적 비판은 비상회항을 결심해야 할 긴박한 시점에서 기장의 대응을 지연시키는 심리적 압박 요소로 작용한다. 똑같은 비상상황에서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전 의식의 수준에 따라 조종사의 대응과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226

 

보잉의 비행 설계 철학은 "비행기를 통제하는 최종 권한은 언제나 조종사에게 있다"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가 조종사의 판단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테유의 인간에 대한 철학은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조종사의 모든 조작을 컴퓨터가 모니터링하고 제한하게 만든 것이다. (중략)

보잉과 에어버스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없다. 두 회사의 비행기 시스템은 서로 특성이 다른 것일 뿐,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를 두고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논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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