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 사이에서 어른의 마음으로 자란 엘리의 성장을 담아낸 <우주를 삼킨 소년>


마약에 빠진 엄마, 말을 잃고 허공에다 알 수 없는 글을 쓰는 형,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아빠, 전설의 탈옥왕이자 베이비시터인 이웃 할아버지 슬림까지 엘리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어른아이라는 말처럼 특별한 그 소년 곁에는 상처를 주는 이들도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세상의 부조리함을 알게된 어른아이들이 떠오른다. 보살핌이 필요한 그들에게 세상은 차디차다.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마약이 그렇다) 방관하고 회피하는 어른들이 그려짐으로써 나는 반성한다. 전체가 아닌 일부에 불과할지언정 그 잔인함과 추악함을 눈감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의 환영 덕분에 '여기'에 머물며 몰래 숨겨온 칼을 쓰지 않고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p13


환경과 곁을 두는 사람에 영향을 받는 것이 삶이라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준 형 오거스트와 슬림 할아버지는 비언어적인 단서를 통해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낚시의 묘미는 물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꿈꾸는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의 쓴 부분보다는 담장 너머에 무엇이 너를 기다릴지 알 순 없어도 '잘 될꺼라는 희망'을 놓지 말라는 말을 해주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었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누구나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고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순전히 타이밍의 문제죠. - p543


택시 기사 살인범으로 복역한 슬림 할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실과 거짓, 진실과 누명보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다소 거친 어른이다.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했던 그가 소년에게 보여준 드넓은 우주는 엘리를 조금 더 특별한 아이로 자라게 한다.


나에겐 똥차가 누군가에겐 벤츠가 될 수 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연애 관련하여 많이 쓰는 표현이지만 인간관계에 대입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나쁜 사람으로 각인된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잘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이 영향을 받고,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을 덜어내고 엘리처럼 한 가지 질문만을 남긴다.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나는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횟수로 -p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