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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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욱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는 악의에 가득 찬 분노에 분노해. 나는 꺼져야만 했던 그 분노에 분노해' 어쩌면 이 가사로 책의 내용을 살포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구의 행동에 누구는 아파해. 누구의 언행에 누구는 암담해. 누구의 찰나에 누구 순간이 돼. 누구의 분노에 누구 목숨이 돼' 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

비단 정치, 경제, 사회면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개인이 억울한 상황에 놓이면 대로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써,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책과 아픔, 울분과 쓰라림을 삼켜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바른 분노, 그에 맞는 합당한 해결책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나 반드시 찾아야하는 숙제다.

자신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범죄자나 죄를 지은 사람들을 처단하는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가 생각난다. 법으로 심판 받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꽤나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를 잘 짜여진 구성, 활자로 읽는 즐거움이 있다.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이들이 누구보다 잘 살고,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니는 것에 대한 응징을 가하는 이들이 있다면 통쾌할 수밖에.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싶었네.' -p390

여기 뜨거운 심장들이 모였다. 법망을 빠져나오는데 타고난 선수들인 친일파, 부패한 정치인, 악질 기업인 등의 저승길을 배웅하고자 <집행관들>이 나섰다. 구속영장 기각, 집행유예, 사면 등으로 불평등한 법 집행에 나선 이들이 끝까지 정의로울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책의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중략) 대안이 없다고 고민하기 전에, 철저한 감시자가 되고 집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p23

# 분노의 대리만족

조두순 출소 후 극성 유튜버들이 집앞을 점령하고 촬영했다. 아동성폭행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비난했으나 그를 해친 사람이 없다. 나는 분명 그를 해하겠다는 글을 수없이 읽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백 마디의 욕이나 넋두리보다 단 한 번의 실천이 절실하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한 못된 종자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p73 라는 글을 읽으며 분노하게 되었던 바 끄적여본다.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개털이든 범털이든 교도소의 교정 행정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가슴속에 주먹만 한 응어리를 훈장처럼 차고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중에 하나가 그런 응어리를 제거하는 일이다. 보복이든 응징이든 그걸 제거해야 상쾌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그동안 사단 병력에 이르는 범죄자들을 감방에 보냈지만, 거기서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를 본 적이 없다. -p110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갚으나 때론 그 강도가 더해지고 통제불능에 이른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원하면서도, 범인들의 잔혹함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말하게 된다. 내가 어떤 쪽으로 조금 치우쳐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현실에서 불가한 시원한 한 방을 책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사면을 논하기 전에 국민의 눈높이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 특권 세력에게만 은사권의 혜택을 부여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법에 신뢰를 보내고 판결 결과에 승복하겠는가. -p27

<집행관들>의 행위를 통해 언론, 검찰,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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