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파리 - 전2권 - 2023-2024 최신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오유나 지음 / 길벗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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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년 전 파리를 방문했던 남친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에펠탑을 보며 술 마시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하게 되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너만 믿는다'라는 안일함과 나태함으로 여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자가 해야 할 사전 정보와 학습은 하지 않던 내게 그가 말했다. '책이라도 좀 봐야하지 않겠어? 유튜브라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검색에 들어갔고 서점을 찾았다.

일찍이 여행 코너에서 마주한 책은 <파리 셀프 트래블>, <디스 이즈 파리> 였는데 점심시간 짬을 내어 넘겨본 것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르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보는 에펠탑 뷰를 연상시키는 <무작정 따라하기 파리> 는 동그란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예쁜 액자처럼 담기는 곳, 스위트룸으로 가격이 사악하지만 사진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그 곳을 담아낸 듯 디자인에있어서만큼은 별 다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 가장 최근에 출시되었으며 두 권으로 분리되어 있다. 1권 테마북과 2권 코스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다른 책들과의 차별화된 점이다.

로맨틱한 파리를 전달하다

파리가 너무 아릅답거나 혹은 너무 지저분할 것이라는 등의 편견 없이 여행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파리가 지저분할 수도 있는 이유 또한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사람들과 똑같은 거리를 걷고, 그때와 변함없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 설레는 여행이 되시길 - 프롤로그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10여년을 파리지앵으로 지낸 작가와 달리 고작 며칠 여행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은 명소들만 찾아가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주요 명소를 찍고 한가롭게 지낼 생각이었으나 책을 읽다보니 조금 욕심이 들기도 한다. 파리 근교의 몽생미셸이 호기심을 끌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녀와보고자 한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여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현지인 추천 장소를 통해 관광은 물론이거니와 맛집 등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하지 않게 소개된 점도 좋았다.

1권은 테마형식으로 되어 있어 명소와 맛집,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야하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졌다. 반면 2권은 코스북으로 일정별&지역별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유용하게 사용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지루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가며 읽기에 더없이 괜찮았던 1권 테마북이야말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봐야할지 고민인 사람에게 추천한다.

여행프로그램, 여행 유튜브, 여행 블로거, 트래블 앱 등을 통해 충분히 자료수집이 됨에도 불구하고 책을 꺼내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편리함과 실용성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 정확히 이거다 라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읽어가는 그 설레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 여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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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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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칠순 기념을 위해 여행을 떠나다 !

눈깜작할 사이에 환갑이 지나고 어느덧 칠순을 목전에 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 켠이 아린다. 언제 그렇게 늙어버리셨을까 싶은 것이 체력도 기억력도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것이 여간 마음 아프다. 고된 삶을 살아내느라 해외 여행 다녀본 일조차 손에 꼽을 정도니 돌이켜보면 딸로서 그 역할을 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금의 우리처럼 엄마와 아빠역시 한창 놀기 좋은 젊은 시절에는 눈앞에 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어디로도 떠나지 못했을 터였다. 이제야 언제든 떠날 시간이 넘쳐나고, 떠나고 싶은 마음도 가득한데, 그와 반대로 자꾸 가라앉는 체력과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감각의 노화 탓에 여행을 데려가주는 자식의 억지 일정에 맞춰야 하는 부모님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어떠한 이유로든 놀기 좋은 때는 못 노는 것이 인간의 굴레인 것일까. -p29

여기 칠순을 기념하여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 삼대가 있다. 딸은 부모님 패키지 여행을 보내드리자 했으나, 장인어른을 위해 자발적 가이드를 자청한 사위 덕분에 여섯살 난 어린 손주와 함께 3개국 도시를 투어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위스 루체른과 알프스를 돌아보는 긴 일정동안 서로를 향한 시선이 보다 따뜻하게 다가온다. 지나고나서야 더 애틋해지고 그리워지는 그 날의 이야기에는 서로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소중하지만 잊고 살았고, 몰랐거나 외면했던 것들을 들여다보자.

내 몸 하나 건사하느라 기를 쓰며 살아온 나는, 점차 나이가 들어 세상에서 조금씩 뒤처져 가는 부모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들의 '괜찮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자식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지 몰랐다. -p95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위라니 멋있다. 그러나 내게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맛있는 거 먹을 때면 '어머님 식사 포장해가자' 하고, '어머님 벚꽃 구경 하러 가요' 라고 말하는 그는 예비 남편이다. 말이라도 고마운데 여기에 더해 '어머님과 해외 여행 가자. 내가 가이드 할게' 라며 우스갯소리로 던졌던 그가 이 책 속의 사위를 보는 듯 했다. 처가와 여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테나를 세우고 모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진땀 빼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해야지) 사위가 흘린 '피, 땀, 눈물' 에서 고마움과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황혼 유럽 여행에 심취한 부모님을 보는 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바삐 살아온 부모님에게서 보이는 행복한 미소 속에서 미안함과 고마움, 사랑과 존경을 조금이나마 느낀다.

함께 여행하며 같은 것을 보고 체험해도 각자가 가진 경험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었다. -p92

시간, 돈, 체력 이 모든 것들이 받쳐줘서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여건이 되면 떠나자라는 말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어디 하나 고장나서 떠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기에 더 좋은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라는 뻔한 말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당연함을 내일로 미루다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펠탑의 야경을 보지 못한 부모님이 속상하면서도 영원히 내 곁에서 든든하게 서있을 것 같던 두 분이이 약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저자의 글에 눈시울이 붉혀졌다. 어제 오늘 몸이 다르다고 말하는 엄마 곁에서 칠순 기념 여행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해야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든든했던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여행을 하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는 때론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그 때는 몰랐다. 아쉽고 부족한 것들로만 기억되던 것들 너머에 애정어린 진심을 이제서야 돌아보게 한다. 흔한 여행 이야기지만 자식의 시선에서 본 그 마음이 특별히도 더 와닿았기에 함께하는 여행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필히 읽어볼 만하다. 지금 떠나야만 하는 이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유난스럽더라도 사진을 많이 남겨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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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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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혼자 살아가기는 싫어!

"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평생 혼자 살아가는 데 있어 외로움과 공허함보다 집 안에 있는 해충을 잡지 못하는 나를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과 가족이 된다는 것에서 오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한 가운데 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보통과 다른 나란 사람을 이해받고 싶었다.

그 나이를 먹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줄 알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제일 문제다. -p42

"궁금해서 그런데요. 가정을 꾸려야 어엿한 어른이라거나 아이를 가져야 어엿한 어른이라는 건 뭘 근거로 하는 말일까요?" -p 71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여자(고마다 사쿠코),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다카하시 사토루)와 임시 가족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듯, 나이가 찼으니 결혼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 아이라는 굴레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 속 결혼말고, 동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 시대는 변했고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 거라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세상이 된 것만 같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유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가족관이 올바르고, 그 외에는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걸까.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르는걸까. -p84

전통적인 결혼관이 아닌 또 다른 삶의 형태를 바라볼 때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언행들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가. 당연한 것은 없지만 때론 무례할 정도로 희한한 취급을 하며 (때론 당하며) 살아간다. 연애와 결혼이 필수가 아니며, 사랑을 하는 파트너가 동성인 경우도 이성인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살아감에 있어 정답이 없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기가 어렵다.

"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 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p 294

임시 가족이 되어 공동생활을 시작한 고마다와 다카하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점차 변해간다. 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산다면 그것이 연인이며 결혼과 아이 문제까지 도를 넘는 걱정을 하지만 그것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성인이 되어 밥벌이 하는 자식이 독립을 해야하고, 가족구성원 서로가 구속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서 오는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있을 이들에게 지나친 오지랖과 참견, 편견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말로 하면 그 말에 얽매여요. 주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저희조차도요. 사고방식이나 소중한 것도 점점 변해가는 법이니까 그때그때 최선을 찾아가면 되고, 만약 두 사람의 최선이 전혀 다른 방향이라 여러모로 의논했는데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억지로 가족으로 지낼 필요도 없겠죠 -p303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과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과 같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만 과연 꼭 그래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데 이에 대한 답을 각자가 찾아야 할 것이다. 연애 뿐만이 아니라결혼도 보통이라는 것에 휩쓸리다보면 피로감이 배가 된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것에 괴로울 때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돌아볼 일이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한발자국 물러나서 바라볼 때가 지금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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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물리학자 김범준이 바라본 나와 세계의 연결고리
김범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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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태양의 중력에 어쩌다 묶여서 함께 뭉친 원자들이 지구가 되고, 지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자가 어쩌다 모여 내가 되었다. 내가 죽고 나면 이들 원자는 또 곳곳으로 흩어진다. 지금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의 모임에서 시작해 시선을 과거로 돌려도 미래로 돌려도, 원자들은 공간에 널리 흩어진다. 나는 우연으로 모인 많은 것이 다시 흩어지기 전 잠시 머무르는 시공간의 한 점이다. -p113


최근 가까웠던 분이 배우자상을 당해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떠나보낸 마음이 오죽하겠냐만서도 묵묵히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며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 한 켠이 차분해졌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와 분자로 이뤄지며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무언의 말에서 힘을 얻었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비록 육신은 사라져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견딜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티끌처럼 사소하지만 태산 같은 무거움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


각설하고, 과학이란 이름으로 까맣게 잊고 지내던 것들을 꺼내보게 되었다. 우주, 중력,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휘몰아친다면 아마 중도포기하고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과 그에 대한 순간을 잘 포착해 담아낸 이 책에서 무심코 간과하면서 지나간 것들이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했다. 


우주에서 바라본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 이 곳에서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포착을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하기엔 물리학자스러운 표현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때때로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있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겪음의 두름이 우리의 먼 미래를 만든다-같은) 과학적 지식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봄으로서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있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저마다 독특하지만 또한 일관성을 드러낸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말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그 무언가를 찾았으며 그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광활한 우주 속 이토록 작은 지구와 그 안에 희미한 점으로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른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내 월급이 소중하듯, 수많은 원자가 모여 만들어진 이 지구상에서의 나란 사람에 대해서도 애틋해질 수 있기를...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존재감처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게는 벅찬 물리학을 사랑하기에 이 책이 수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과학이 티비 속으로, 일상 속으로 가깝게 스며들어 모두가 쉽게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된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어서 외면했던 물리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포스트잇을 붙여둔 문장 두개를 소개하며 책의 소개를 끝낸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 당신이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 한마디는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의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이 아닐까. -p124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의 깊은 속내를 송곳처럼 찔러 드러내는 분들이 있다. 통렬한 아픔 뒤에는 깊은 성찰이 이어진다. 나는 이런 분들의 뾰족한 말을 들으면 감탄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아픔과 불쾌감만을 주는 말도 있다. 우리를 성찰로 이끌지 않는 '뾰족'은 '삐죽'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깊고 뾰족하지만, 다른 이의 마음에 닿는 나의 말은 뾰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이의 '삐죽'에 닿는 내 마음은 부드러운 '뭉툭'이기를. 삐딱한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은 '뾰족'이어도 '삐죽'은 아니기를.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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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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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 중에서도 그림이 즐거워졌다면 이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조각이 아닐까. 그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열어본 이 책에서 1000개의 조각을 마주했다. 섬세한 예술가들의 손길에서 탄생한 조각들이 경이로웠지만 어지러웠다. 배경과 전체적인 흐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겠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미로 속을 헤매듯 조각의 세계란 난해했다. 예술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섣불리 이렇다 말하기 어려웠으나 시대와 인물, 사상과 역사에 있어 촘촘히 짜여져있어 그 흐름을 이해하기 수월했다.



눈에 익은 조각들보다도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그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보다 넓고 깊게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함이 매력적이다. 미켈란젤로, 오귀스트 로댕 외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수많은 조각가들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작품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작품이 어떻게 평가되고 어떠한 눈으로 읽어야하는지는 여전히 배워가야 할 숙제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채로운 표정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확실한 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조각을 보는 시선이 뒤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머무르며 조각을 바라보는 일이 여전히 낯설지만 그 힘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조각의 세계사> 조형물의 존재 이유를 말하다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등 너무도 알려진 작품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하는 것이 당연함에 낯선 작품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지만 그렇게 하나씩 궁금함에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입체예술이 주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날이 곧 머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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