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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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사랑하고 싶지 않지만, 평생 혼자 살아가기는 싫어!

"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평생 혼자 살아가는 데 있어 외로움과 공허함보다 집 안에 있는 해충을 잡지 못하는 나를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과 가족이 된다는 것에서 오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한 가운데 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보통과 다른 나란 사람을 이해받고 싶었다.

그 나이를 먹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줄 알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제일 문제다. -p42

"궁금해서 그런데요. 가정을 꾸려야 어엿한 어른이라거나 아이를 가져야 어엿한 어른이라는 건 뭘 근거로 하는 말일까요?" -p 71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과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여자(고마다 사쿠코),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다카하시 사토루)와 임시 가족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듯, 나이가 찼으니 결혼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 아이라는 굴레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 속 결혼말고, 동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 시대는 변했고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 거라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세상이 된 것만 같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유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가족관이 올바르고, 그 외에는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걸까.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르는걸까. -p84

전통적인 결혼관이 아닌 또 다른 삶의 형태를 바라볼 때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언행들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가. 당연한 것은 없지만 때론 무례할 정도로 희한한 취급을 하며 (때론 당하며) 살아간다. 연애와 결혼이 필수가 아니며, 사랑을 하는 파트너가 동성인 경우도 이성인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살아감에 있어 정답이 없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기가 어렵다.

"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 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p 294

임시 가족이 되어 공동생활을 시작한 고마다와 다카하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점차 변해간다. 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산다면 그것이 연인이며 결혼과 아이 문제까지 도를 넘는 걱정을 하지만 그것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성인이 되어 밥벌이 하는 자식이 독립을 해야하고, 가족구성원 서로가 구속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서 오는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있을 이들에게 지나친 오지랖과 참견, 편견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말로 하면 그 말에 얽매여요. 주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저희조차도요. 사고방식이나 소중한 것도 점점 변해가는 법이니까 그때그때 최선을 찾아가면 되고, 만약 두 사람의 최선이 전혀 다른 방향이라 여러모로 의논했는데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억지로 가족으로 지낼 필요도 없겠죠 -p303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과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과 같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만 과연 꼭 그래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데 이에 대한 답을 각자가 찾아야 할 것이다. 연애 뿐만이 아니라결혼도 보통이라는 것에 휩쓸리다보면 피로감이 배가 된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것에 괴로울 때면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돌아볼 일이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한발자국 물러나서 바라볼 때가 지금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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