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서른 살, 까칠하게 용감하게
차희연 지음 / 홍익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30대가 되면 괜찮은 차 한 대 있어야 할 것 같고, 집 장만할 돈도 모으고, 직장생활 10년이면 과장으로 진급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모아놓은 돈은 거의 없고,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중고차를 몰고 있습니다. 그나마 월세에서 벗어나 전셋집이라도 마련했다면 다행입니다. 한 가지 일을 10년간 진득하게 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열심히 버텨 왔지만 승진은 불확실하고, 과연 내가 전문가로 불릴 만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땅굴을 파던 어느 날 마침내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아, 내 삶은 실패한 거 같아!'​ -(프롤로그에서)

 

여자 나이 서른, 당당한 직장인을 꿈꿔보지만 쥐뿔도 없을 것만 같아 불안감이 스며든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못하진 않을까? 직장에서 여전히 이리저리 채이고 자리잡지 못하면 어쩌지? 자차도 없이 뚜벅이 생활의 연속이라면? 한 살 먹어갈수록 서른이라는 나이의 중압감에 치인다. 내가 꿈꾸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간신히 부여잡고 살아가는 삶이 희미하게 스치는 가운데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멈칫거립니다. 내 서른의 모습이 눈 앞에 아련해지는.

 

또한 저자는 말합니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여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고 말이지요. 1회 초에 10점을 내줘도 1회 말에 11점을 얻을 수 있는게 야구라구요.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30대를 야구 경기에 비유한다면 고작 3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모두 결정지어야 할 것 같아 초조한 서른 살, 어설픈 신입에서 벗어나 사람과 일을 파악하는 데 조금 더 노련해지는 것도,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까칠하고 용감하게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는 것도 이제부터라고 말이지요.​

 

 

감정표현에 인색한 사람들, 혹은 극도의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일과 인간관계를 망치는 여자들을 위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고 표현하며 사는 법을 책은 이야기합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표현 확실하게 이야기하라고 세상은 말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밀며 평가합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덜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죠. 생각과는 다른 말들을 꺼내어놓으며, 소리없이 숨죽여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분노하기, 감정 표출을 해야함을 이야기합니다.

 

직장내의 유리천장, 일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퇴사고민 등 서른무렵에 오는 고민거리와 문제들이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외로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p34 라는 글에서 멈칫, 생각보다 우리는 타인의 지난 행동을 오래 곱씹게 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우스운 사건들도 그 순간의 가십거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죠. 혼자 밥을 먹는 일, 두번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별 일 아니었다는 듯 잊혀져버립니다. 언제나 그 상황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은 나 자신이지요. 순간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만 있다면, 이 부정적인 감정을 오래 끌어안고 있지 않아도 되기에 끊임없는 감정코칭연구가 필요한게 아닐까요.

 

심리학자 하워드 카지노브와 레이먼드 칩이 집필한 <분노 관리하기>에서는 분노를 발생시키는 사건 중 80%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가 나는 사건의 70%는 친밀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집니다.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ug! Friends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히스이 고타로 지음, 금정연 옮김, 단바 아키야 사진 / 안테나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아지의 눈을 오래도록 보고 있노라면, 반짝거리는 눈빛 뒤에 감춰진 감정표현들이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서툴지만 교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지만, 저는 저자와 달리 '(어떠한 것에)미쳐있다' 는 아니랍니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그 쪽 일로 뛰어들어갈 용기는 없었던 거 같아요. 아마도 미쳤더라면 동물교감사가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이 책은 단바 아키야의 사진과 히스이 고타로의 짧은 글로 이루어진 몇 장 넘기면 끝나버리는 아쉬운 책입니다. 장문의 글도 아니고, 상황을 예측해보는 문장들에 불과하지만, 사진사 단바 아키야의 북극곰을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와닿습니다.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북극곰을 만나러 다니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극곰 사진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치열한 집념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환경운동을 통한 지구와 동물들의 미래에 관해 언론을 통해 기고하기도 하고 강의를 한다고도 하는데,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생태계의 변화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무심히 여기는 것들이 불러올 미래의 파장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소흘히 여기던 것에서 언젠가는 뒤통수 맞게 될 날 올지도.

각설하고 <허그 프렌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북극곰과 허스키입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어쩐지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은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책장을 넘기면 아차 싶어지는 둘의 관계를 발견하게되는데, 그것은 반년을 굶은 북극곰이 허기짐을 뒤로하고 허스키와 친구가 되기 위해 배를 보이고 뒹구는 행동들을 보입니다. 그 속에서 겁도없이 다가오는 허스키 한 마리와의 노님이 사진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광고 속 귀여운 이미지와는 달리 북극곰은 2미터의 키에 800킬로그램의 몸무게로서 거대한 바다표범을 단번에 제압하는 무서운 포식자라고 합니다. 얼음이 얼지 않는 봄, 여름은 꼬박 굶으며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단한 여행을 떠난다고 해요. 이동중에 만난 허스키를 잡아먹긴 커녕 함께 놀고 싶어하는 모습에 저자와 사진작가가 느꼈을 감정이 무엇이었을지 짐작케하는 부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배고픔, 추위 못지 않게 외로움 역시 큰 아픔을 남깁니다. 하나보다 둘일 때 힘겨움이 감소되는 것처럼, 북극곰도 함께 할 이들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소통할 수 없다면 삭막하기 이를 데 없겠죠.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도 때론 이같은 체온을 나누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따뜻함을 갈구하는,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한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 먼저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당신을 헤치지 않는다. 아니, 나는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 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것이 아닙니다
이승아 지음 / PUB.365(삼육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멋진 집을 꾸미며 살아온 아내와, 잘나가던 삼성맨에서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게 된 남편의 이야기 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빠른 속도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소중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란 감사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요, 물질적인 것을 비롯하여 내려놓는 것임을 말이지요.

  사랑하는 이를 일찍 떠나보내야 함에 절망감, 무기력에 빠져듭니다. 그  옛날을 회상하며 '그 때 참 좋았는데...' 다시 돌아가길 소원하며 추억에 젖어드는 일을 하게 됩니다. 악몽같은 현실 도피의 일종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녀 또한 이 글을 쓰면서도 적잖이 위로받았으리라 지레짐작해봅니다.

  각설하고,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을 뿐더러 'ㅜ.ㅜ ^^~' 와 같은 특수문자들이 활자의 가벼움을 전해줍니다. 탈고의 과정을 여러번 거치지 않은 느낌이 때때로 불편합니다. 순간의 기분을 즉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지나치면 독이 아닌가 합니다. 저자의 블로그 속 분위기에 더 적합한 문장들이 아니었을런지. 다듬어져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무한하기를 바라는 욕심에 주먹진 손을 꽉 잡은 채 펼쳐놓지 못하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움켜잡고 있어도 언젠가는 가진것들을 뒤로하고 사라져야 할 순간이 옵니다. 남겨질 이들과 내 뒷모습에 나는 무엇을 놓고 갈 것인가, 어떻게 내려놓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이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듭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많이도 아프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거 같습니다. 하여 무엇인가를 잃어버림에 있어 너무 오래 힘겨워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외수님의 글, 정태련님의 그림, 해냄출판사의 조합이 좋습니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관찰과 해학이 담긴 글이 맛깔나게 읽히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그림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악하악>, <절대강자>, <청춘불패>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질감과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이 이 책을 두 번 즐겁게 만듭니다. 때론 글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2014년 한 해의 시작이 눈에 선한데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기쁜 일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해가 아닐까 합니다. 잔인했던 4월, 봄이 지나갔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 아픔에 머물러 있습니다. '힘내세요'라는 말로 위안이 될 수 없을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무너져버린 일상을 바로 세우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주저앉아 한탄만 할 수도 없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지요.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말에 오뚝이 인형이 떠오릅니다. 몇 번을 쓰러져도 결국에는 일어서게 됨을 말하지만, 요즘은 흔들거림 속에서 사람을 뿌리채 뽑을만큼 강풍이 불어닥치는 듯 합니다. 회복할 수 없을만큼요. 적어도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는 쓰러질때마다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긴 커녕, 무참히 짓밟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각설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저자가 쓴 몇 가지 글들 가운데 공감이 되는 것들을 축약하여 생각을 나눌까 합니다.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하지만, 불편함도 때론 자리합니다. 결국은 자아 반성으로 이르러,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반성하라고 충언해 주면 반성 대신 반발을 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허걱이다 -p24

아픔도 없고 슬픔도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라. 국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맨밥을 무슨 맛으로 즐긴단 말인가. -p65

 

키 짧은 것이야 깔창이나마 뒷굽으로 보충하면 되지만 생각 짧은 것이야 무엇으로 보충할 방법이 있나. 인간이 양심을 상실하는 순간, 동물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을 자각지 못한다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교육이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115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옛말이 생각나서 동네방네 싸질러 다니면서 사람을 물어뜯는 미친개 한 마리를 몽둥이로 두들겨 팼더니 동물학대로 신고하겠단다. '미친개까지 사랑하는 마음이야 거룩하다 치자.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물어뜯기면 어쩌실 건가.'- p45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안일하게 든 첫 번째 생각은 동물보호협회에 전화해서 잡아가게끔 했더라면 이었지요.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은 마음에 문장을 오래도록 살폈습니다. 불현듯 미친개를 범죄자라고 정의했을 때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미미한 형벌을 내리는 대한민국 사회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언제쯤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 줄 날이 올까요?

'정치가들은 선거 때만 되면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비상카드처럼 꺼내 든다. (중략) 그분들은 또 유사시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릴 거다.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재미로 정치하나.' -p 라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사건이 터지고나면 제대로 된 수습은 커녕, 뒷짐 지고 앉아 계신 윗분들 정재계 입문하면 그만, 국민을 나몰라라 해도 되는 건가요? 책장을 넘기며 쓴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였지만, 결국 말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남습니다. 한 권의 책이 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지친 일상에 재충전이 되어준다는 것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패션이 돌고 도는 것처럼 연필, 샤프, 볼펜 역시 순환의 과정을 거친다. 일정시점이 되면 볼펜 혹은 키보드를 이용한 글쓰기에 더 익숙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료는 '볼펜(혹은 문서)으로 쓴 글이 오래도록 남는다'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연필 자국 역시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있다고 보는데, 나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나 묵직하게 써내려갔느냐에 따라 보존도 달라지지 않을까하고-.

 

  저자 정희재, 연필 애호가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날로그 멋을 떠올리게 합니다. 디지털에 익숙해져버린 시대, 옛 것보다 혁신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세대에게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은 아니오, 불편하다 하여 가치도 떨어진다 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필름 카메라, 아날로그 라디오, 무선 호출기 삐삐 등을 거쳐 지금의 편리함에 이르렀지만 누군가는 지난날을 더 소중히 여기기도 합니다. 손 때 묻은 물건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오감을 일깨울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저마다 애착을 갖는 물건으로 하여금 세상과 소통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저자의 경우는 연필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철학적인 생애를 통해 겸손함을 배움은 물론이거니와 연필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깎고, 다듬고, 종이에 쓰는 일련의 과정들이 성취감과 평화로움을 준다고 말이지요. 혹자는 대수롭지 않다 여기겠지만 애호가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근사한 일도 없다고 말입니다.

  자신이 애착하는 물건을 볼 때의 안도감과 희열감을 경험해봤더라면 저자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연필의 이야기에도 귀를 쫑긋하게 될 거 같습니다. 관심사가 같더라면 더 많은 화제로 나아갈 수 있듯, 슥삭슥삭 쓰여지는 연필소리를 공유하고 싶게 만드는 그의 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연필과 우리네 삶은 닮았다. 연필은 글자를 쓸 수 있는 자산과 기회가 유한하다는 것을 바로 확인하게 하는 필기구이다. 한 번 깎을 때마다 조금씩 키가 작아진다. 가장 손에 잘 맞는 길이가 되어 짧은 황금기를 누리다 몽당연필이 되고, 끝내는 연필로서의 생을 끝낸다. 마치 사람의 긴 인생을 축약해서 보는 것 같다.-p36

 

  다른이의 필통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자리잡았을까, 한 줄 그어내려가는 것에서 어떤 바람을 담고 있을까를 함께 나누고 싶게 만드는 그의 글에는 연필로 한 글자 한 글자 조심히 써내려간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알맞은 연필을 골라 신중하게 혹은 낙서하듯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이 행복은 참 별 거 아니구나 싶어집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로 끝냅니다. 일본의 미쯔비시 연필깎이 제조회사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연필깎이 입사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배로부터 연필에 대한 지도와 올바른 자세를 교육받고, 입사 마음과 5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글을 써보게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에는 "연필은 스스로 깎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입사후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을 닦아 나가길 바란다" 는 회사의 소신이 담겨져 있다고 해요. 정형화된 입사식보다는 더 뜻깊었던 거 같습니다.

 

  이미 지니고 있는데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얼마나 많을까. 둔했기에, 무심히 보아 넘겼기에 알아차리지 못한 내 안의 보석을 생각한다. 쉽게 힘들다고, 권태롭다고, 불운하다고 말하기 전에 우선 내가 무엇을 지녔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면 손때 묻은 연필 한 자루 속에도 경전이 들어앉아 있다.-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