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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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님의 글, 정태련님의 그림, 해냄출판사의 조합이 좋습니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관찰과 해학이 담긴 글이 맛깔나게 읽히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그림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악하악>, <절대강자>, <청춘불패>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질감과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이 이 책을 두 번 즐겁게 만듭니다. 때론 글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봅니다.

  2014년 한 해의 시작이 눈에 선한데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기쁜 일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해가 아닐까 합니다. 잔인했던 4월, 봄이 지나갔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 아픔에 머물러 있습니다. '힘내세요'라는 말로 위안이 될 수 없을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무너져버린 일상을 바로 세우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주저앉아 한탄만 할 수도 없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해야겠지요.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말에 오뚝이 인형이 떠오릅니다. 몇 번을 쓰러져도 결국에는 일어서게 됨을 말하지만, 요즘은 흔들거림 속에서 사람을 뿌리채 뽑을만큼 강풍이 불어닥치는 듯 합니다. 회복할 수 없을만큼요. 적어도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는 쓰러질때마다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긴 커녕, 무참히 짓밟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각설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저자가 쓴 몇 가지 글들 가운데 공감이 되는 것들을 축약하여 생각을 나눌까 합니다.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하지만, 불편함도 때론 자리합니다. 결국은 자아 반성으로 이르러,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반성하라고 충언해 주면 반성 대신 반발을 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허걱이다 -p24

아픔도 없고 슬픔도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라. 국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맨밥을 무슨 맛으로 즐긴단 말인가. -p65

 

키 짧은 것이야 깔창이나마 뒷굽으로 보충하면 되지만 생각 짧은 것이야 무엇으로 보충할 방법이 있나. 인간이 양심을 상실하는 순간, 동물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을 자각지 못한다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교육이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115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옛말이 생각나서 동네방네 싸질러 다니면서 사람을 물어뜯는 미친개 한 마리를 몽둥이로 두들겨 팼더니 동물학대로 신고하겠단다. '미친개까지 사랑하는 마음이야 거룩하다 치자.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물어뜯기면 어쩌실 건가.'- p45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안일하게 든 첫 번째 생각은 동물보호협회에 전화해서 잡아가게끔 했더라면 이었지요. 하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은 마음에 문장을 오래도록 살폈습니다. 불현듯 미친개를 범죄자라고 정의했을 때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미미한 형벌을 내리는 대한민국 사회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언제쯤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 줄 날이 올까요?

'정치가들은 선거 때만 되면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나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비상카드처럼 꺼내 든다. (중략) 그분들은 또 유사시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릴 거다.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재미로 정치하나.' -p 라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사건이 터지고나면 제대로 된 수습은 커녕, 뒷짐 지고 앉아 계신 윗분들 정재계 입문하면 그만, 국민을 나몰라라 해도 되는 건가요? 책장을 넘기며 쓴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였지만, 결국 말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남습니다. 한 권의 책이 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지친 일상에 재충전이 되어준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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