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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평점 :
쥐덫에 쥐는 없고 고양이가 잡혔다.(상세히 설명하자면, 고양이는 쥐덫에 있는 멸치를 훔쳐 먹으며, 3주 넘게 갇혀있었다.) 회사 내 지하서고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4일 만에 고양이를 구출했다. 그 과정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개와 달리 고양이는 다쳤을 경우만 구조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동물들을 구조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인력을 이해하지만, 가끔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 날 생명체를 구하고,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책을 읽으며 나는 좀 더 고양이의 시선에 머물러보았다.
개 의 생각 : 인간은 나를 먹여 주고 지켜 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은 신이 분명하다.
고양이의 생각 : 인간은 나를 먹여 주고 지켜 주고 사랑해 준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 작자 미상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한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스트까지 발병한다. 생존을 두고 두 종(인류와 고양이)은 적과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라는 내용보다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와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제3의 눈을 지닌 수컷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 지식을 쌓고, 경험을 통해 바스테트의 세계관은 확장된다.
집사인 나탈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간 소통을 꿈꾸는 바스타트의 포부는 일관성이 있다. 오해를 부르는 언어 장벽을 없애고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이 다른 이들이 무엇으로 수신과 발신을 할 수 있을까. 각기 다른 언어와 몸짓으로 의사표현을 하기에 이를 해석하는 것 역시 다르다. 가령, 고양이가 생쥐를 선물했지만 인간들은 고맙다 말하긴 커녕 인상을 찌푸린다. 비단 이것 뿐이겠는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일은 헤아릴 수 없다. 본성에서 비롯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병원을 가거나 새끼를 분양하는 일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의견없이 자행되는 것으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소통을 위한 가장 큰 길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이들이 양보하고 협력하여 해결해나가는 것에 있다. 그러나 적대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면서 결국 피를 보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상호 존중하며 현명한 대처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는가 자문해본다. 입으로 하는 소통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는 세상이길 바래본다.
재들은 왜 너희와 함께 싸우지 않지?
도망치는 거야. 누구든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있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p85(2권)
손바닥만한 세계에 만족하지 않고 야망과 호기심으로 똘똘뭉친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를 통해 고양이의 역사, 과학, 철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얻어나간다. 안락한 삶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양한 종과 교감하려 드는 바스테트를 보며 소통을 가장한 불통인 사회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한다. 안일함에 익숙해 나태한 사람이 되어가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새로운 지식은 때때로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배움은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일이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유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