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방금 결정했어
사에리 지음, 야마시나 티나 그림,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완연한 봄 날씨가 되었지만 내 마음속 계절은 냉기 가득한 한겨울방에 머물러 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상황 - 따사로운 햇빛, 포근하게 안아주는 바람에도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를 일으키는 일은 쉽지 않았고, 막연히 잘 될꺼라는 희망보다는 눈을 감고 꿈을 꾸기를 원했다. 퇴사라는 행복한 꿈을 꾸며 그렇게 버티고 있다 이 책을 집어든다. 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결정했어! 꼭 그렇게 되길 소망하며...

에세이라는 사실이 다소 아쉽다. 콩닥콩닥, 간질간질, 달콤한 '망상'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겠냐는 문구에 옳다구나 싶었고, 이것이 소설일거라 섣불리 판단한 것은 나의 실수다. 주인공에 몰입되어 상황에 빠져들길 바랬지만, 긴 호흡의 소설이 아닌만큼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건 본인 몫이다. 밤에 잠들기 전 조금씩 읽는다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알지만 모두가 겪는 건 아닌 연애의 달콤한 순간들을 이야기 한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상대로하여금 바라던 달달한 모습들이 하나씩 있지 않은가? 아래와 같은 것 말이다. 별 일 아님에도 미소 짓게 하고, 자꾸만 되새기고 싶게 하는 두근두근한 일들이 올 봄 모두에게 있길 바래본다. ※ 적당한 상상은 현실을 이겨내는 힘이지만, 과한 망상은 병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일에 치여 녹초가 되어 퇴근해 집 근처 역에 도착하니

볼륨펌을 해서 강아지 같은

귀여운 연하 남자 친구가 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힘들었지?"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편의점 봉투에서 부스럭부스럭 쭈쭈바를 꺼내

"자"하고 웃으며 반 잘라준다면

평생 불만이 없을 텐데

- p46

술자리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이거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하고 휴대전화를 보여주기에

"뭔데?"하고 들여다보니 메모 화면에

'둘이서만 몰래 빠져나가고 싶은데 안 될까?'하고 적혀 있는 거야.

놀라서 얼굴을 보니 그가 장난스럽게 웃길래 화면을 가리키며

"난 이거 좋아해" 하고 대답하고

그가 "나도" 하고 말하는 공범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 p142

당신이 꿈꾸는 로맨스, 설레이는 상황에 대하여 140자 꽉 채워 트위터에 올린 글을 엮었다. 연애하면서 겪었을 일이기도 하고, 희망사항이기도 한 사실무근의 이야기를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연애 감정이 너무 메말라있다면 촉촉한 단비가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특히나 곁들어진 일러스트를 보는 맛이 크다. 예나 지금이나 잘생긴 사람을 보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는데 현실에서 마주칠 일 없는 이들을 그림으로 대리만족한다. (드라마나 연애소설 또한 마찬가지의 즐거움을 주지만,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다.)

 


각박한 세상, 이따금 꿈꾸는 행복한 망상들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회색빛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화사하게 채색되는 색감으로 변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연애 ! 봄꽃이 만개하는 이 때 심쿵하는 사람 만나 행복하길 - 생생하게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올 해 모두에게 눈부시고 근사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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