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하루
손수현 지음 / 경향BP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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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전 어떤 곳에서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들여다본다. 나의 SNS에는 좋았던 일만을 기록했을 뿐, 하루 하루의 소중함은 없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길, 무탈하길 바라며 보낸 한 주, 한 달이 모여 일년이 지나갔을 뿐이다. 돌이켜보니 추억, 경험이라 이야기할거리도 마땅찮다. 한숨과 눈물로 속절없이 힘든 날을 버티는데 급급했고, 이제와 헛으로 보낸 세월 앞에 숙연해진다. 20대의 젊은 날이 그렇게 끝이 났고 이제 서른의 문턱을 넘는다.


통의 서른이 겪게 되는 아주 보편적인 날들 속에서 유난히 놓아주고 싶지 않은 날들의 기록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남긴다. 이는 옛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에 잠기듯 오래전 끄적였던 글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에세이를 읽는 동안 세상살이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너와 나의 공감되는 이야기에 적잖이 위로받는다. 또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에 있어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도 의의가 크다.

종점


버틸까

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건

이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뜻.

- p161




견뎌야만 뭐라도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 지나

즐겨야만 뭐라도 남는다고 믿는 시절이 왔다

버티면 이룰 수 있는지는

점점 확신할 수 없지만

즐기지 못하면 어디에도 쓸모없다는 건

갈수록 분명해지므로

- p167​ 



르페디엠을 외치지만 정작 실천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때론 쉬어야 더 멀리 내다보고 갈 수 있다. 책 한권이 주는 일상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이 버거울지 몰라도 그 속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 많길 바래본다. 갈증 해소에 마시는 음료 한 잔의 고마움을 알고, 멍 때리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길... 


경험

경헌한 것이 많아진다고

삶을 능숙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많아진다고

반드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해서

삶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듯이.

- p191


의 문턱

 

해야 했던 말은

매번 부족한 미완성이었고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말은

지나친 완성작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들은

오늘도 말의 문턱을 서성인다.

- p236



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 모든 순간이 좋았다는 말처럼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소소한 행복이 뒤따른다. 지극히 사적인 하루의 기록이 모여 소중한 추억이 되듯 감정을 메모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기 보다 어떤 방식으로 덜어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 이른다. 삼켜야하는 말과 내뱉어야 하는 말의 그 어디쯤을 찾아가는 일에 있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언어표현을 조심할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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