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식 맛을 맛깔지게 표현하는 이영자는 치킨 무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모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치킨 맛의 여운을 다 삼켜버리는 지우개라 말하였는데 가히 탁월한 표현력인 듯 하다. 먹신 다운 식견과 음식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언어에 의해 나는 슬며시 미소 짓는다. 단순한 맛 평가에 그치는 입장에서 이런 사람을 곁에 둔다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고 감칠맛나는 언어를 사용하고 싶다.

상적 글쓰기 활동에서 습관적 표현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유의어를 찾기보다 익숙함을 선택한 결과 뻔한 글이 나온다. 글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면 나의 글은 타성에 젖어 지루하다는 평이 많을 것 같다. 재치있는, 유머러스함과는 거리가 멀고, 새롭고 낯선 문장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다.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 못지 않게 다양한 글쓰기를 학습하여야 한다.


설 속 문장들이 새로운 카피로 재탄생되기까지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색다른 시선을 갖기 위해 그녀는 공감되는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필사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를 응용하여 문장에 활용하는데 전혀 다른 발상으로 사물을 대하고 해석하는 재미 역시 쏠쏠합니다.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것은 부지런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좋은 문장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습관은 누차 강조됩니다.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다고 하잖아" 이와이 슌지의 <립반윙클의 신부>에 나오는 글을 고가의 휴지통에 응용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통이라는 말보다 ​신이 머무는 곳 : 쓸모없고 더러워진 것들을 받아들이는 곳. 신의 너그러움이 없다면 이 모든 걸 받아줄 리 없다는 뻔하지 않은 문장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음에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단조로움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든 일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장을 읽고, 기록하고, 편집하여 내가 원하는 것으로 변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카피라이터는 단순한 것이라도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가치를 드높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직업적인 면을 떠나 공감가는 글을 수집하여 활용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대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메모의 중요성을 언급함과 동시에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즐거움을 느끼게되길 바랍니다.


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뻔한 말이 있습니다. 망신을 당할 정도로 베끼는 것은 옳지 않으나, 이를 변환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쓴다면 그 또한 의미있지 않을까요? 책을 덮으며 다음의 결론에 이릅니다.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스쳐지나가지 말고 이를 관찰하세요. 그리고 나만의 폴더에 저장하여 쉽게 찾아 꺼내 쓸 수 있게 하세요. 이 작은 습관을 갖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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