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의 힘 -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ㅣ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샌드라 거스 지음, 지여울 옮김 / 윌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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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를 읽으며, 흥미를 잃지 않고 단숨에 읽어갔던 소설들의 특징들을 생각해 보았다. 되짚어보니 생각만 길게 나열되었던 글이 아니라, 묘사와 표현이 섬세하게 되어있어서 머릿속에서 장면과 배경, 인물 등이 그림 그리듯 상상되었던 글들이였다.

 

그래서 특히 공상과학소설이나 판타지를 읽었을 때 묘사된 내용들을 그려보는 재미가 훨씬 있었다. 그 완성도 정도에 따라 세계관 구축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보기도 했었다.

 

이렇듯, 그동안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점을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분석해 놓은 책이였다. 왜냐하면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저자, 샌드라 거스는, 묘사는 말하기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각만 길게 나열하고 결과적으로만 적어진 글은 그저 말하기만을 하고 있는 글로, 좋은 글을 위해서는 ‘보여주기’가 되어야 하는데 바로 묘사를 말하는 것이다.

 

책 속에 든 예, 하나로 이 차이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_말하기: 그가 일부러 싸움을 걸려는 것이 명백했다.

 

보다시피 이는 결론이다. 그가 일부러 싸움을 걸려고 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보여주기: “지금 뭐라고 했어?” 그는 을러대며 존의 코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_

 

이외의 다른 예들을 읽으면서, 대략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쭉 읽어가면서는, 언뜻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 쓰는 입장에서는 평소에도 굉장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또다른 이유들로는 훌륭한 묘사에 대한 많은 조건들이 제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사를 사용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술적 조사나 수동적인 동사, 감정표현 단어들.... 형용사 등... 읽을수록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어졌다. ㅎㅎㅎ

 

글쓰기를 하고 고치고 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글 고치는 요령도 제시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까지는 혼자서도 따라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내가 글을 업으로 하는 이는 아니지만, 만약 글을 써야겠다고 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연습하고 싶다. 오래전 내글이 너무 관념적인 것 같아서 글쓰기와 독서를 모두 중단해버린 적이 있는데, 이 책 내용을 통해 인제야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이과였어도 글로 상도 좀 받고 했었는데, 그때 이런 조언이 있었으면 지금 달라졌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이 밤 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시작이 될 수 있는 안내서일 것 같다.

 

 

_이야기가 나아가는 기세를 꺾지 않도록 주의하며 처음 몇 장에 걸쳐 인물에 대한 묘사를 야금야금 흩뿌려 놓으라._[‘인물묘사’에서]

 

_

장황하고 길게 묘사를 늘어놓지 마라.

가장 뛰어난 묘사는 정적인 묘사다: 배경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 흐름을 멈춰서 인물을 외면하지 말고 인물이 배경과 상호작용하며 배경을 통해 움직이게 만들라._[‘배경 묘사’에서]

 

 

_대화는 훌륭한 ‘보여주기’ 방법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대화조차 ‘말하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_

 

_대체적으로 ‘보여주기’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사용하면 이야기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만다. 중요한 것들은 ‘보여주고’ 나머지는 생략하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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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no책읽기yes 2021-10-0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들이 온 몸으로 오감이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던 정유정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뇌가 좋아하는 공부 사전 - 심리학과 뇌과학에서 찾아낸 공부에 관한 놀라운 사실들
홋타 슈고 지음, 오승민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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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뇌과학을 바탕으로 뇌가 좋아하는 공부법을 찾아서 정리한 ‘뇌가 좋아하는 공부 사전’.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과학적인 방법들이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학생들이 공부를 더 즐기게 하고 싶어서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해하기 쉽게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따라해보기 쉽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공부 습관을 체크해볼 수 있는 항목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방해받지 않는 밤에 몰아서 공부한다.

텍스트를 스마트폰으로 읽는다.

손필기 대신 PC난 태블릿, 스마트폰에 입력한다.

암기한 내용은 바로 복습한다.

공부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한다.

든든하게 먹고 나서 공부한다.

졸리면 커피를 마셔서 뇌를 각성시킨다.

반드시 조용한 곳에서 공부한다.

하기 싫은 어려운 과목부터 시작한다.

 

이들 모두, 잘못된 공부법들이라고 하니, 하나라도 해당되면 이 책 내용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본문은 7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의 부제들은, 공부하는 뇌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핵심 공부 기술, 기억력 암기력 집중력 장악하기/ 공부의 시작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부터/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비결/ 공부한 만큼 성적이 안나오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 공부에 대한 오해가 성적을 갉아먹는다/ 실정에 약한 유리 멘탈을 강철 멘탈로 바꾸는 법, 이다.

 

공부방법부터 정신력 트레이닝까지 고루 다루고 있어서 각자 충분히 대입시켜 볼 수 있다.

 

 

제목에 걸맞게 뜻밖에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공부하기 전 가벼운 산책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게임에 관한 내용도 나오는데 심하지 않은 적당한 게임은 기분전환용으로 좋다고 하고 있다. 책읽기도 공부시간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권하고 있다.

 

태블릿PC에 손글씨로 메모할 때나 종이에 메모할 때나 뇌의 활동은 똑같다고 하니 정말 뜻밖이였다. 뇌의 활성화는 손글씨가 핵심이였다. 평소 지루함을 잘 느끼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잡음이 있는 환경이 적합하다고 하니 참고할 만 하다.

 

약간 배고픈 상태로, 간식으로는 초콜릿으로 준비하고, 좋아하는 음악은 ‘공부하기 전에 듣기’를 권하고 있다. 모차르트 음악은 소문대로 의욕과 집중력을 높인다고 하니, 이 책을 읽고 자녀들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부모님들이 많아질 듯하다.

 

역시, 무엇보다도 유의미한 학습이 중요한데, ‘기억은 근력운동과 비슷’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중요해’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이건 꼭 외워야지’하고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익혀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즉 뇌에 이 학습의 목적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뼈 때리는 이 내용,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공부뿐일까?! 변화를 위해서는 몸을 먼저 움직여야 된다는 것은 ‘뇌과학과 심리학의 상식’이 되었다.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서 싫다는 자녀를 가진 학부모님들,

뭔가 시작하고 싶은데 그 첫 도약이 잘 안된다는 이들,

싫증을 빨리 느껴서 끈기 있게 지속하기 힘든 사람들,

공부 중 휴식의 방법을 모르겠다는 이들...

 

모두 읽어보고 따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재미있고 부담없이 실천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팍팍 줘서 의욕이 생긴다~~

 

 

_공부하다 보니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점점 지루해진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순화 작용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되도록 똑같은 활동을 계속하지 않는 것입니다._ [‘홋타 교수의 공부 비결: 뇌의 순화를 막는 휴식법’에서]

 

 

_산책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고 결과적으로 뇌가 활성화되는 것입니다._

_까먹는 것은 꼭 외워야 한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중요하다고 의식하면서 공부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_

 

_밥을 잔뜩 먹고 “이제부터 공부해야지!” 하고 마음먹어도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약간 배가 고플 정도가 딱 좋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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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예리! ㅣ 특서 청소년문학 22
탁경은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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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이 소설집. 5명의 작가가 모여서 한 권으로 완성되었다.

 

장편이 아니라, 여운이 남는 열린 결말들로 이뤄진 5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서 훨씬 좋았던 책이다. 다양한 스포츠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더 그랬을 것이다.

 

각 편마다 작가가 다른 덕분에, 모든 작품들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스포츠를 다룬 청소년 소설은 처음으로 읽었다. 이 시기의 선택, 도전, 좌절, 경쟁, 성취 ... 그리고 고민들을 보면서, 어쩌면 스포츠를 일찍 시작한 이들은 인생굴곡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겪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일찍이 본인의 길을 찾아 매진하여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스포츠인들을 보며 일반일들과 다른 인생 곡선으로 사는 이들처럼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살짝 떠올렸다.

 

일찍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그네들이 부럽기도 했었고, 그 열정과 노력이 존경스럽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이런 성공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다. 청소년기의 아이가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고, 집중하고픈 것을 찾았을 때 나아가는 용기와 행동에 대한 내용들이였다. 도와주는 이들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_스키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 어떨까. 최종 목표가 스키 선수가 아니라면 오히려 더 다양한 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_ [‘스키를 타고 싶어’에서]

 

_“적어도 저긴 공평해. 열심히 해서 실력이 늘면 칭찬받잖아. 저기서는 시골 출신이라거나, 여자같이 생기지 않았다고 손가락질 받지는 않아.”_[‘나는 스트라이커’에서]

 

 

청소년시기를 다룬 이야기가 좋은 것은, 그 시기 특유의 풋풋함과 올곧음이 있기 때문이다. 핑계와 이유가 점점 많아지는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인생은 ‘맞아, 이거였지?’ 하는 순간들이 모여서 완성되는 것 아닐까?!..

 

_한 끗 차이로 공을 건드리지 못했지만 이혜지는 박수를 치면서 돌아섰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이게 축구구나.”_[‘나는 스트라이커’에서]

 

_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기를 들이켜고, 내 몸 곳곳으로 산소를 보내기 위해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했다. 살기 위해 내 몸이 이렇게 열심히 작동하고 있었음을 달이면서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최선을 다한 것이었네!’_[‘달고나, 예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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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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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판타지 소설 중 하나, ‘어스시 연대기’와 SF소설의 고전, ‘헤인 시리즈’ 작가, 에슐러 르 귄의 강연과 에세이, 서평들이 실려 있는 도서, <세상 끝에서 춤추다>를 읽었다.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1976년~1988년까지의 강연과 에세이 부분은 목차에서 ‘여성: 페미니즘’, ‘세계: 사회적 책임’, ‘책: 문학, 글쓰기’, ‘방향: 여행’, 이렇게 4가지 분류로 각 글에 표시해 놓았다. 그래서 주제별로 골라 읽어도 좋을 구성이였다.

 

전반적으로는, 에세이라고 만만하게 읽기 시작하면 안 되는 글들로, 굉장히 날카롭고 통찰력 있다.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으로 논지를 이어가는 그녀의 필치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로 처음 접한 에슐러 르 귄의 에세이나 서평류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이의 고민과 흔들림 없는 신념이 느껴졌었다. 이 책,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더 강하게 문제의식을 끌어내고 있다.

 

주제별로 표시해 둔 것은 신의 한 수 였는데, 해당 글을 읽다가 방향을 못 잡겠다 싶어지면 분류기호를 한번 더 살펴보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남는 글들은, 강연과 에세이에서는, ‘서사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어느 공주 이야기’, ‘누구의 물레’, ‘여자 어부의 딸’ 이였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주로 ‘책: 문학, 글쓰기’, ‘세계: 사회적 책임’ 위주이고, ‘여성: 페미니즘’ 도 섞여있는 글들이다. 아무래도 내 관심사와도 맞물려 있을 것 같다. 특히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통찰은 철학자와 토론하는 듯 하고, 페미니즘 글들은 정말 합리적이고 매력적이다.

 

_서사는 필멸의 전략이다. 삶의 방식이며 수단이다. 서사는 불멸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시간을 정복하거나, (서정시처럼) 시간으로부터 도피하려 하지 않는다. 서사는 방향성이 있는 시간, 경험된 시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정하고 긍정하며 그 속에 참여한다._ [‘서사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서]

 

 

서평 쪽에서는 ‘C.S.루이스의 [다크 타워]’가 인상 깊었는데, 추측컨대 글 안에 언급되고 있는 톨킨에 대한 내용때문인 것 같다. 특히 그의 악을 다루는 방식이 깊이 남는다.

 

_톨킨의 악당들은 오크와 검은 기수들, 그리고 인간으로 보인 적도 없고 인간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악의 화신이며, 증오의 보편 상징이다. 잘못된 일을 하는 인간들은 완성된 인물이 아니라 보완 요소로 작동한다. 사루만은 간달프의 어두운 자아이고, 보로미르는 아라고른의 어두운 자아다. 뱀혓바닥 그리마는 거의 대놓고 세오덴 왕의 약한 부분이다.

 

놀랍도록 혐오스러운 타락한 골룸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읽는 그 누구도 골룸을 미워하거나, 미워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 골룸은 프로도의 그림자다. 그리고 모험을 완수하는 존재는 영웅이 아니라 그림자 쪽이다.

 

톨킨이 악을 “타자”에게 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진짜 타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_[‘C.S.루이스의 <다크 타워>’에서]

 

정말 좋아하는 판타지 시리즈,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지만 이렇게 다른 판타지 저자에 의해 분석되는 내용은 무척 인상 깊었고, 내 생각의 지평도 넓혀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에세이 등으로 만나는 에슐러 K. 르 귄은, 매번 ‘한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의 할 일이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생각나게 한다. 그녀의 강연글을 읽다보면, 용기와 통찰력 있는 작가의 말은 정말 빈틈없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잔존하는 문제들이 안타깝고, 변하지 않는 진리에 반성하게 되며, 그렇게 배워간다.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불리는 ‘어스시 연대기’! 그 글 너머에 있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에슐러 K 르 귄의 에세이들, 서평들도 꼭 챙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_우리는 막강한 세력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빛입니다. 아무도 우리를 끌 수 없어요. 여러분 모두가 언제까지나 찬란하게, 꺼지지 않고 빛나기를 빕니다._ [‘어느 공주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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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 플라톤부터 BTS까지,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 ㅣ 서가명강 시리즈 19
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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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내 경우에는 미학과 음악을 연결 지어서 떠올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각적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다채로운 색을 가진 미술 방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창작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 모방에 대해서도, 그림을 먼저 생각했지, 음악을 떠올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편향적으로 생각해 왔던 미학과 그 요소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음악을 대하는 나의 관점도 훨씬 폭넓어지게 되었다. 저자 오희숙 교수는 음악미학과 현대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연주중인데, 현대음악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미학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디지털 현대음악과 AI 음악을 연구하면서 포스트휴머니즘 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저자 소개만 보더라도 BTS 까지 담고 있는 이 강의록이 얼마나 알찬 내용들을 품고 있는지 짐작가능할 것이다.

 

 

음악의 모방미학에 대한 설명 중, 참 아름다운 예를 들고 있는데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내용은 이렇다.

 

_피아노 독주곡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은 음악적 색채감을 중요하게 보았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작품이다.

....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을 들을 때 (제목 덕분인지) 달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연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 작품은 ‘달빛’의 정경을 음악적으로 모방한 것일까?

 

사실 달빛이 비치는 정경을 그림으로는 묘사할 수 있을지라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

드뷔시의 경우, 자신은 음향적 묘사보다는 대상에 대한 영혼의 움직임을 해석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분명 음악은 자기 특유의 방식으로 대상을 모방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_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에서]

 

이 곡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도 같이 들어있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염두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이런 ‘음악 듣기’ 박스를 통해 입체적으로 음악미학을 즐길 수 있었다.

 

 

‘음악에는 철학이 있다’ 에서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아도르노의 음악철학으로 훨씬 더 깊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철학자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음악을 감상으로만 분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챕터의 내용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역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음악’이라는 장르!

 

_니체는 비극의 본질을 음악의 상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고, 따라서 “음악에 비하면 모든 현상은 오히려 비유에 불과”한 것이었다. ..... “음악은 디오니소스적 보편성을 비유 형식으로 최고의 의미를 가지고 나타나게 한다.”_ [‘삶을 긍정하려면 음악이 필요하다’에서]

 


이 책의 마무리는 사회현상을 담는 음악의 참여성으로 하고 있다. 이 챕터의 내용은 평소 내 의견과도 일치하는 점이 많았는데, BTS(방탄소년단)의 <봄날>과 크라이들러의 <간접광고>, AI 작곡가, 크로스오버 뮤직 <범 내려온다> 내용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BTS의 <봄날>에 관한 아래 내용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시대변화에 따라 메시지 전달법은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었다.

 

_..... <봄날>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마음이 노래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듯하다. BTS가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직설적인 사회 반영이나 비판 대신 상징성과 열린 해석의 공간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일 것이다._[‘음악과 사회, 그 다이나믹한 관계’에서]

 

 

어떤 영역이든, 익히 알고 있었던 틀을 깨는 것은 무척 즐겁고 벅찬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미학, 음악철학.... 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른 음악장르의 진화 등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믿고 열어보는 ‘서가명강’, 역시 성장하는 시간 이였다. 나의 음악 듣는 법은 이 책을 읽기 전후로 나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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