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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_.. 인류세를 받아들인다는 건 뭘까? 그것은 인류의 행동주체agency를 인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구 차원의 생태 위기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해결 역량도 인정하는 것이다._p7
_탈인간은 이렇게 인간이란 개념에 스며들어 고착화된 관념들로부터도 탈피하고자 한다. 동시에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인의 모습이 본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님을 끊임없이 환기하려 한다._p11
기후위기로 궁지에 몰린 지구를 대신해서 여기 ‘탈인간 선언’을 한 작가가 있다. 바로 김한민!.... 기후/생태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의 일원으로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소에서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 저자가 토로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은 통쾌하고 덩달아 화내며 동감 동의하게 되고, 내안에서 많이 찔리고.... 뜨끔했다..
한 단어 안에 개념적 폭력성을 담고 있는 ‘물고기: 물의 고기’에서 시작하여 낚시 프로그램의 폭력성이 어떻게 우리까지 도달하는가에 대한 통찰, 스위스 안락사 클럽을 통해서 보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간의 직무유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악화되도록 손 놓고 있는 기후문제를 코로나시기의 강력한 규제처럼 해야만 하는 개연성 및 주장, 전 지구적인 생태위기가 와닿지 않는다는 우리네에 대한 날것 그대로의 비판,
‘보물 취급받는 예술과 함부로 다뤄지는 자연의 처지를 비교’한 뜻밖의 내용 -너무 맞는 말이였다는-, 많이 찔렸던 축산업과 기후변화 이슈, 그리고 멧돼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내용까지.....
이전에 몰랐던 내용이 있었다면 지식적인 면과 자각을, 알았지만 실천이 미적거리고 있었다면 낯뜨거운 부끄러움을, 그리고 인간과 인간사회, 생태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되고 저자가 생각하는 지금과 미래를 위한 대책을 배워갈 수 있었다.
다각도의 깊은 내용들을 담고 있었지만 결코 어렵지 않았고 비교적 짤막한 각 챕터들 덕분에 접근성도 좋은 편이였다. 환경에 관심이 있든 없든 한 번쯤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필독서로 넣고 싶은 책이고 이 시기에 꼭 필요한 도서라고 생각한다.
_기후위기야말로 경제, 안보, 노동, 식량, 보건 등 전 분야를 강타할 사상 초유의 재난이다. 초국가적 비상사태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들이 가능해진다._p42
_우리나라는 이미 싱가포르, 홍콩과 더불어 세계에서 빛 공해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 삶에 어둠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둠의 문제는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우리’는 비인간 동식물을 포함하는 광의의 우리여야 한다._p54
_정말로 나와 상관도 없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그토록 와닿고, 전 지구적 생태위기는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 피부가 문제다! 회복 불가능한 지구 가열을 막아낼 시간이 겨우 10년 남았다고? 그럼 가닿으라! 기후위기가 말 그대로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이미 게임 오버니까._p91
_툰베리는 어른들의 체면 따윈 안중에 없다. 오로지 진실과 팩트에만 관심 있다. 그래서 기성세대를 벌거숭이 임금으로 만들었으니 부끄러운 게 당연하다. 문제는 수치를 반성으로 전환시킬 만큼도 성숙하지 못해 얼른 역공격 태세로 전환하는 한심한 어른들이다. 일부는 인신공격을 넘어 ...... 그는 의연하게 기후 담론 확산에 집중한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변모할지 몰라도, 주변부에 머물던 기후 이슈를 이만큼 알린 공로만으로도 세계인들이 감사해야 한다._p178
_“우리가 누구였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