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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_화성에서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죽음이 너무나 가까운 탓이다._p23 ‘붉은 행성의 방식’ 에서
_화성에서는 폭풍 한가운데 서 있어도 모래바람이 보드랍고 감미롭다. 그 안에 살아서 그런지 화성 사람들은 다 그런 식으로 말한다. 말에 칼을 실어 던지는 사람은 없다. 안 그래도 화성에서의 삶은 거칠고 까끌까끌하니까._p121 '위대한 밥도둑‘에서
화성이주에 대한 프로젝트가 꾸준히 연구 중인 지금, 화성은 이제 더 이상 SF영화에 나오는 미지의 환상세계가 더 이상은 아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꿈만 같았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어서 나 같은 일반인들도 우주로 나가는 시나리오를 머릿 속으로 종종 해보게 되기도 한다.
배명훈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는 바로 이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소설들이 특히 유의미하게 읽혀졌는데, 왜냐하면 단순한 SF 단편소설들이라기 보다는 실재로 화성이주가 이뤄졌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우리네 사회의 모습들을 예리하게 짚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화성 환경과 화성 최초의 살인사건, 그리고 공동체를 떠날 수 없는 이곳 사람들에 관한 내용 및 화성 통합정부 수립, 화성과 지구의 기후차이만큼이나 힘들었던 두 사람의 관계과 감정변화들, 화성에서도 시끄러운 정치싸움,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지구-화선 간의 운송수단인 사이클러의 운행진들의 고민과 엉뚱한 결과를 통해서 보는 이 생활과 사회상,
그리고 역시나 사랑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거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관계를 다룬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지구의 영토확장을 생각나게 하는 화성의 개발 제한 구역인 레드벨트 해지를 둘러싼 내용이 이어졌다.
저자는 화성에 문명이 완성할 수 있는 시기는 역할이 정해져 있는 이들만 있을 때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살 수 있었을 때라고 말하고 있다. 읽다보면 지금 지구를 좀먹고 있는 사회/정치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류가 화성에 가서 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같은 과정으로는 제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이 다른 SF소설과 다르게 읽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일 것 같다. 그래서 등장인물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배명훈 작가의 말처럼, “부디 미래의 화성인들이 지구의 괴물을 그대로 화성에 옮겨놓지 않았기를. 새로 시작한 행성의 문명은 지구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한 문명이기를. 참된 평화와 조화로운 번영이 오래오래 당신들과 함께하기를!”..
_‘이 이상 다가가면 둘 다 불행해질 게 틀림없어.... 승선 스케줄이 어긋나는 사람은 만나는 게 아니라고. 그 사람과 나는 더 말할 것도 없지. 나는 천상의 순환에 영원히 묶인 사람이고, 그는 지상의 법칙대로 나이를 먹어갈 사람이니까.’_p167 '행성봉쇄령‘에서
_“....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화성 사회를 완성할 수 없었어. 왠지 알겠니? 처음부터 역할이 너무 분명하게 정해져 있으니까.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부품이야.”_p189 '행성 탈출 속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