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엄마에게 챙겨먹임 당하는, 아들은 좋겠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친구는, 친절하고 자상해서 천상 여자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인품을 겸비했더랬다. 국민 엄마 김혜자의 연기는 연기일까. 실제일까. 강명석의 인물분석에 의하면, 그는 모성애보다 연기욕심이 짙은 천상배우란다. 요즘 드라마 작가들은 엄마를 위해 '잘 다녀왔니? 밥을 먹었고?'라는 대사밖에 만들 줄 모른다며, 기꺼이 김수현의 뮤즈가 되어 뿔난 엄마로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조차도, 김혜자의 모성성은 의심받지 않았다. 

 봉준호가 갈때까지 가는, 폭주하는 엄마를 그린다고 했을때 김혜자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상냥하고 자상하고 여리고 순수한 우리들의 엄마가 걱정스러웠던 탓이다. 마더에서 그녀는 눈동자를 이동하고, 손가락을 바르르 떨면서까지 온몸으로 연기했다. 이것이 40년 연기인생의 내공이었구나 감탄할 따름이었다. 

 왜 영화감독이 카메라 모델을 하는걸까 했더만, 이 아저씨 사진찍듯 영화를 만든다. 화면에는 필요한 요소들이 알맞게 들어가도록 구성되고, 전경을 담은 화면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맨하튼이란 술집 내부컷의 인물배치와, 진구와 대면하는 집안컷의 조명각도, 증거품 골프채를 입수하는 순간의 긴장된 편집이, 웰메이드 영화의 명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살인장소와 골프장, 보리밭, 진구집, 고물상, 심지어 교도소까지 꼼꼼한 헌팅의 노고가 그대로 묻어나 컷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마지막 고속버스신의 석양은 단연 압권이었다.  

 엄마는, 뭐 그러려니 한다.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 대가를 바라지 않기에 빛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처연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억척스러움은 마냥 옹호받을 수 없는 광기가 있다. 그 사실을 봉준호가 부러 알려주지 않아도 알 법 하다. 

 하지만, 바보새끼.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라고 배운 바보 새끼는 오래된 박카스병만 기억하고, 엄마 없는 바보새끼는 칠칠치 못한 흔적으로 없는 죄도 뒤집어쓴다. 허벅지에 침을 놓고 기억을 삭제하고 싶다고 한들, 쌀떡이란 슬픈 은어가 지워질리 있을까. 두부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불에 그을린 침통을 비밀리에 전한다고 한들, 진실을 알고 있었던 정직한 장사꾼의 죽음의 진상이 궁금할리 있을까.  

 정직한 리얼리티와 시대정신의 미덕을 갖춘 감독, 그의 차기작이 기대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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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엄마, 혹은 아줌마.

 명랑한 전화벨이 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던 그 엄마, 혹은 아줌마 덕분에 -1점.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대적인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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