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Vicky Cristina Barcelon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를 읽힐 수 없다며, 출판되지 않을 시를 쓰는 할아버지. 만큼이나 줏대있는 할아버지 우디알렌의 대중적인 영화란다. 내 취향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것일까. 말랑말랑 발랄명랑한 로맨스가 심금을 울려주시는, 바야흐로 봄인게다. 
 
 일대일 연애관계에 익숙한 우리풍토에서 평화로운 삼각관계가 웬말이냐. 싶겠지만,
 그래서 영화가 아니겠는가. 현실의 문제로 닥치기 전에 필요한 가상 시뮬레이션.

 '아내가 결혼했다'만큼 질척거리지도 않고, 꽤나 설득력있게 연애한다. 물론, 한국이 아닌 '유럽'의 문화적 풍토하에 가능한 설정이다마는. 게다가, 결혼이 아니라 '연애'니까 가능한 해피엔딩이다마는. 해피엔딩이라고 해봐야 결국 그들은 그냥 그렇게 계속 또 살았습니다. 이지만서도.

 원작 제목 그대로 주인공은 세개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해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비키와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감정에 충실한 연애주의자 크리스티나가 중심을 잡는 핵심인물이다. 이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만나는 스페인 화가와 그의 부인 마리아는 아무래도 조연이다. 그래서 페넬로페 크루즈가 아카데미에서 받은 상이 여우조연상이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따위 포스터라니. 쩝.

 다시 본론으로, 여행지에서 싹트는 로맨스라는 공식은 이미 수없이 많은 영화에서 차용되고 있는 바, 바르셀로나라는 공간은 사랑이 무럭무럭 솟아나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나를 충동질하신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가우디의 예술작품이 솟아있고, 카탈루냐 전통기타의 선율이 흐른다. 낭만과 열정의 땅, 바르셀로나에서 연애를 꿈꾸지 않은자. 유죄렸다.

 논문쓰는 비키는 안정적인 직장인과 약혼중인지라 처신을 단정히 한다.

 그랬던 비키가 자유로운 스페인의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이혼남과 못잊을 밤을 보낸다. 평소처럼 이성적이지 못한 불장난이었다. 라고 하기에는 그에 대한 마음이 한순간의 쾌락으로 끝내버릴 종류도 아니었던것이 문제인게다. 총으로 피를 보기 전까지, 그녀는 계속 흔들렸다. 

 영화찍는 크리스티나는 그림그리는 이혼남의 도발적인 대쉬에 적극호응한다.

 그랬던 크리스티나였기 때문에, 사랑은 거칠것이 없었다. 유럽 예술가들과의 교류로 풍부한 영감을 받고 스스로의 사진에 용기를 가지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혼남의 전부인과 더불어 평화로운 삼각구도에 균형을 잡아서 너무너도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때, 돌연 결별을 선언한다. 불만도 없고, 갈등도 없었다. 어느순간, 불쑥, 뜬금없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생각할때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성격일 따름이라고 했다. 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충동이 너무 잘 이해되는거다. 대부분 이성적이지만, 가끔 충동적인 내 결정들의 축적이 나인 까닭이다.

 세여자와 연애하는 매력적인 이혼남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일단, 처음 본 사람에게 '눈동자가 무슨 색깔이죠'라고 물으면서 1박2일 여행을 제안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예술적 뮤즈가 되어준 전부인 마리아가 아플때는 보호자를 자처했지만, 크리스티나를 위해 영어를 사용하라고 종용할만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완성되지 않은 사랑이 로맨스로 남는다'며 뿔난 여자를 다독일 줄 알았고, 뽀인트는 매순간 만나는 여인에게 진실했고 충실했다는데 있다.

  이 영화가 주말내내 날 달뜨게 했던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비키와 크리스티나에게서 내 양면성을 발견했던 탓이다. 안정되고 싶어도 좀처럼 고요해지지 않고, 무작정 감정에 몰입하려니 자꾸 주춤거리는 내 꼬라지가 보였다.

 과시적 소비로 위로하고, 돈벌이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지겨운 인생의 시시함과 욕망에 부응하고, 자극을 즐기면서 예술과 정치를 논하는 아찔한 젊음의 권태로움.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걸 알면서도 인생의 한페이지. 우리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게 바람이건, 실수이건, 사랑이건 어떤 이름으로 불려지던가에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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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따위 '도발적'인 제목과 포스터로, 엄연한 주인공 비키의 비중을 축소시킨  국내배급사의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어 -1점. 

 그러고보니, 스칼레요한슨의 작품은 언제나 타이틀 번역이 문제.
 진주 귀고리가 아니라 귀걸이를 한 소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고 번역된 Lost In Translation까지.
 스칼렛 요한슨이 무슨 죄겠냐마는.

 그리고 덧말 하나. 남자 주인공 하비에르 바르뎀. 처음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자. 두번째는 '씨인사이드'에서 존엄사를 희망하는 전신마비환자. 세번째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매력적인 화가. 하나같이 내가 원츄하는 필모그래피. 페넬로페 크루즈와 연애중이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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