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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 Old Part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널널한 마음으로 조조시간에 맞춰 동네 영화관을 찾았건만, 왠걸, 남은 좌석 한개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기대이상의 흥행에 감독도, 출연진도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이나, 영화의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로 '비주류'라는 사회적 마이너리티였고, 영화는 단관개봉해서 조기종영하기 일쑤였다. 혜미양이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의 전단지를 보고 관심을 보였을때도, 이건 비주류 다큐멘터리임을 확신했다. 그런데 박스오피스 1위에 290만의 관객이라니, 피와 아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묵묵히 일하는 소와 할아버지가 일하는 기계였다면, 할머니는 극을 이끌어가는 생명력으로 호흡하는 인간다웠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야 어쨌건, 판이 커지고 일이 커질수록,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넘쳤다. 그리고 내게는 일상적으로 들려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오십대 아주머님은 말하셨다. "워낭소리 별거없어. 지지리 가난하게 사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키우던 소가 죽는 거야" 감독님이 옆에 계셨다면, 실제 그 노부부가 그리 가난하지도 않다고 첨언해주셨겠지만, 그들의 삶이 '가난'으로 눈에 박히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자식들이 영화를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도 그러했겠지만.
팔려가는 날을 직감하고 눈물까지 보인 소를 어떻게 500만원에 흥정하려 할 수 있냐고. "시골삶에서의 생태적인 순환에 부응하지 않은 인위적인 설정이다"라는 의견에서부터, "할아버지에게 소는 애완용 교감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용 도구였던거 아니냐"라는 문제제기까지. 감독님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 포크레인을 불렀다는데, 연출이 빠지면 다큐멘터리가 CCTV와 다른게 무엇이겠소이까. 주제가 '생태적인 순환'이나 '애완용 소와의 우정'이 아닌게죠.
난 지극히 정적인 화면이 좋았다. 계절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꽃과 벌, 밀과 보리, 이들을 가만히 주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마음에 닿았다.
소에게 먹일 꼴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든지, 농약과 사료에 대한 불신 때문이든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동수단을 대신한 달구지를 타고 시내병원을 향할때, 수입쇠고기시위대 앞에서 주춤하던 장면도 유쾌했다. 물론, MB와 그 일당은 전혀 웃지 않았다고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틱한 '절정'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소가 외양간이 아닌 밭에서 일하다 죽었더라면 어땠을까. 내용은 훨씬 더 극적이었지만, 사실성을 결핍한 과도한 설정으로 상황의 설득력은 잃었을 것이다. 3년동안의 수고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소처럼 묵묵히 그의 죽음을 기다린(?) 감독의 성실함에 근거한다. 소소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일소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 나도 영화를 보다가 눈물 한줄기 쏟아냈으니, 이 영화는 '소통'과 '공감'을 위한 예술적 역할을 충실히 해낸 수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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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를 듣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것. 너무 많은 사람들의 영화가 되었으니까. 1점은 회수해서 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