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각국에서 군사적 주권을 서서히 국제연합에게 양도하도록 하여, 그것을 통해 국제연합을 강화, 재편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헌법 제9조 있어 전쟁방기는 군사적 주권을 국제연합에 양도하는 것입니다. 각국에서 이와 같이 주권의 방기가 이루어지는 것 외에 국가를 지양하는 방법은 없습니다.(P.225)  
   

  내면적 감정의 소요에 천착하는 말랑말랑 글들에 빠져있던 가운데, 동발검의 의지로 읽은 가라타니 고진이다. 이제 차마 국가나 자본주의같은 거시담론을 논하기 민망할만큼이나 사회과학으로부터 멀리 와버렸지만, 한때는 소설보다 재밌다고 느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던가. 한참을 신나게 읽고 내려진 희망찬(!) 결론에 실소가 터졌다. 서둘러 출판일을 확인했더니, 2006년이다. 아니,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고, 도쿄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의 결단을 보면서도 '자본'과 '네이션'의 '국가'가 '어소시에이션'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대항적 이념의 견제없이 신자유주의로 돌진하는 21세기에 이념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어소시에이션을 상정할 수 있다. 이건 노암 촘스키의 '리버테리언 사회주의'와 같은 좌표에 존재하며 프루동의 아나키즘과 맑스의 사회주의가 결합한다. 자본과 네이션(통상 민족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국가가 '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통해 세계공화국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자본=네이션=국가라는 매듭을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부 교환형식에서는 신자유주의국가하에서 화폐와 상품으로 통칭되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복지국가에서 행해지는 탈취와 재분배, 국가사회주의 하에서의 증여와 답례를 협동조합적, 유기적 공동사회의 '교통'으로 포섭한다.  각체제별 교환양식은 각각 지배적인 시대가 존재했지만, 하나만 떼어내서 다룰 수는 없으며, 각 좌표평면 외부로부터 대항하지만 사회구성에 함께 내속하고 있다. 상품교환이라는 위상에서 생겨난 자유로운 개인 위에서 호수적 교환을 회복하려고 하는것. 이것이 어소시에이션의 방식이다.  

 2부 세계제국은 원시사회, 봉건국가를 지나 '국가'의 기운을 탐색한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떠올려야 한다. 국가를 가자가 그들의 자연권을 한 사람에게 양도한다는 사회계약말이다. 뽀인뜨는 이 계약이 폭력에 의해 강제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이라는 주체는 절대주의 왕권에 복종하는 신하로서 형성된 것이며, 주권자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의해 폭력적인 '자연상태'가 사라진다. 원자화된 개인의 뜻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라 주권자에 대한 복종으로 안녕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화폐와, 신용, 유통과 교역에 관한 중요한 지점들이 설명되지만, 절대적인 취향의 문제로다가 인상적이었던 몇가지. 

   
 

 화폐축장자는 이런 '질권'을 축적하기 위해 실제 사용가치를 단념하는 자인 것입니다. '황금욕'이나 '치부충동'은 결코 물건(사용가치)에 대한 필요나 욕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수전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물질적으로 무욕인 것입니다. 정확히 '천국에 보물을 쌓기'위해서 이 세상에서는 욕망이 없는 신앙자처럼 말입니다. 

 자본가는 합리적인 수전노입니다. 즉 상인자본 운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수전노의 축적충동(화폐 페티시즘)과 같습니다. '합리적 수전노'로서의 자본가는 자본을 증식하기 우해 무리하여 유통 속으로 뛰어듭니다. (p.89 )

 
   
   
   예언자 종교는 이런 주술을 부정하지만, 거기에서도 역시 주술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종교적 행위는 '신 예배'가 아니라 '신 강제'이고 신에의 호소는 기도가 아니라 주문이다." "즉, '받기 위해 준다'라는 것이 넓게 고루 미치고 있는 그 근원적 특질이다. 이와 같은 성격은 모든 종교에 갖추어져 있다. '차안적인' 외면적 재화를 피하고 또 '차안적인' 외면적 이익에 마음을 기울이는 것, 이런 것이 가장 피안적인 종교에서조차도 모든 통상의 '기도'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