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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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해야 할 이름, 크리스토퍼 히친스.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만 'NO'라고 말하는 사람. 그가 마르크시스트이던 트로츠키스트이던 심지어 네오콘일지라도, 난 그의 '소수의견'을 지지한다.

 힘과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그의 글은 분명하고 단정적인만큼 위험했다. 그렇게 강경한 어조로 감히 마더 테레사를 욕보였을땐, 그에게도 그만의 무기가 있었음에 분명하다. 공격적이면서 설득적인 논리, 종교라는 성역안에서 무색해지는 인간의 이성은 크리스토퍼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무정치를 핑계로 정치적이었던 일련의 일들이 떠올랐다. 가깝게는 청와대 부대변인 김은혜를 출연시키며 '오락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방송, 멀게는 비운동권을 표방하며 당선되기 무섭게 이명박 강연회를 개최한 총학생회. 도무지 내게는 비정치적인게 없는데 대개의 사람들은 비정치적인것을 옹호한다. 마더 테레사는 그런 풍조의 수혜자였고, 나는 이런 풍조의 비주류일 따름이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무지'를 방패삼아 '권력자'를 두둔하고, '용서'를 권유해서 '불합리'에 힘을 실어주는 그녀의 역할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명'이라는 지고지순한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피임과 낙태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용서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녀를 '제대로 알게한 것만으로도 별 다섯개를 받아야 마땅하다.

 

- 밑줄긋기-

 마더 테레사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벵골 지역에 일급 진료소 여럿을 차리고도 남을 액수라는 점을 잊지 말자. 만약 의료업계의 어느 분야에서든 그렇게 운영했다면 항의와 소송 세례를 받았을 게 분명한 마구잡이식 날림 시설을 운영키로 결정한 것은 심사숙고의 결과다. 목적은 고통을 성실하게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고통, 그리고 굴종에 기반한 일종의 신흥종파를 선전하는 것이다. 마더 테레사(그녀 자신은 심장 질환 및 노환과 싸울 때 서양에서 가장 우수하고 값비싼 병원들에서 치료받았다는 사실에 유의하자)는 언젠가 촬영한 인터뷰에서 속내를 드러낸 적이 한 번 있다. 그녀는 말기암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던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더 테레사는 미소 띤 얼굴로 카메라를 보며 자신이 그 환자에게 한 말을 되풀이했다. "당신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처럼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께서 당신에게 입 맞추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 아이러니가 지불해야 할 대가를 짐작하지 못한 채 그녀는 환자의 대답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 입맞춤을 제발 멈추라고 말해주세요." 너무도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극한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마더 테레사에게 바라온 바는, 그녀가 저러한 형이상학적 포옹을 좀 삼가고 실제 고통에 더 귀를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 p.68-69 )

 부유한 세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무언가 제3세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믿기를 좋아하고, 믿기를 원한다. 이런 이유에서, 아무리 대리적일망정 그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그의 동기와 실천을 너무 깊게 파고들려 하지 않는다. 위대한 백인의 희망이 거대한 블랙홀을 만나며, 이교도를 향한 사명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라는 위안이 되는 신화와 뒤섞인다. 늘 그렇듯이, 선교가 배달되는 진짜 주소는 후원자와 기부자의 자기만족이지 짓밟힌 자들의 필요가 아니다. 의지할 데 없는 아기들, 버려진 낙오자들, 나환자와 말기 환자들은 동정의 과시를 위한 원자재들이다. 그들은 불평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수동성과 비천함은 훌륭한 면모로 여겨진다. 이 거짓된 위안의 세계적이고 지도적인 대변자, 마더 테레사 자신의 우중선동가이며 우민정책가이고 세속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 p.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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