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취하다 - 다나루이가 홍콩에서 찾은 121가지 로망, Mad for Hong Kong
다나루이 지음 / 조선일보생활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럴땐 참 고민스럽다. '조선일보'계열사따위 돈벌게 할 수는 없으니 이 책을 사고 싶지는 않으나 홍콩을 안내할 착실한 친구삼기에는 이 책만한 적임자가 없는 탓이다. 삼성 MP3를 살 때 만큼이나 고민스러웠다. 그리고는 헌책방에 매물나오면 조달하기로 타협한다. 내게는 남산도서관이 있으니 괜찮다.

 홍콩에는 오며가며 찍는다고 5번 정도 방문했고, 어지간한 관광지는 섭렵했지만서도 쇼핑에 큰 즐거움이 없는 내게 그닥 매력적이랄게 없었다. 요란한 간판의 침사추이가 첫인상이었다면, 헐리우드 거리에서 바라보는 브랜드 광고판이 두번째 인상이었고, 아찔하게 치솟은 고칭 빌딩이 세번째 인상이었으니 자본으로 치장한 도시에 감흥은 만무했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여러번 방문하다 보니 무심히 스쳐갔던 사소함들에 마음이 쓰였고, 맛있는 디저트 식당 한개와 예술서점 PAGE 1,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부근의 호젓한 오솔길을 발견하고서야 홍콩이 좋아질 수 있었다.

 그런 내게 '홍콩여행'에 대한 문의를 하는 자 때문에 부랴부랴 찾아 본 책이 '홍콩에 취하다'였건만, 덕분에 홍콩에 몹시 가고 싶어진건 정작 나 자신이었다. 이 책은 기본적인 여행 가이드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에 대한 안내가 작가의 경험을 살려 성실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4년동안 거주한만큼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결결이 묻어난다. '론리플래릿'류의 잡다한 정보제공에 급급한 가이드북과는 달리 알짜 정보만 쏙쏙 뽑아서 제공하고, 그들의 관습과 역사, 문화에 대해 틈틈이 조언도 아끼지 않으니 가이드 역할은 톡톡히 해낸다. 나도 그녀에게 홍콩식 에그타르트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구별하는 법, 해피아워에는 buy 1, get 1의 바람직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펍에 대한 알짜 정보를 얻었다. 이건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자칭 코즈모폴리탄인 작가의 스타일리쉬한 취향이 아마도 우리가 홍콩에 기대하는 로망의 전형일 것이다. 사람들이 이국스러운 만남을 찾아 이태원을 찾아가듯, 영어, 중국어, 광둥어, 혹은 일본어등 다양한 언어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다문화의 힘이 홍콩 전역에 퍼져있을테니 말이다. 홍콩식 에그타르트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구별하는 재미,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템들이 가득한 편집숍은 진정 트렌드의 중심으로 손색이 없다. 전세계의 식재료를 구경할 수 있는 시티슈퍼는 홍콩의 머스트 고 스팟이라 할만하다.

 홍콩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구할 수 있는 안내책자에는 원하는 취향의 여행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공항에 상주하는 한국 여행사 부스에서는 한국어로 된 홍콩지도도 제공한다. 그러니 특별히 여행가이드북을 구입하느니, 맨몸으로 떠나는게 낫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챙겨본다면 좋을테고, 광둥어의 간단한 인사말 몇마디를 익히는게 훨씬 유용하것이다.  

 대신에 여행에세이인척 위장한 이 책은 여행가이드북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근래 본 여행서적 중에서 제대로 역마살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상냥한 대화체 글솜씨로 술술 읽혀버려 딱히 되새김질이 필요한 밑줄긋기는 생략. 대신에 다음번 홍콩행을 위하여 몇가지 팁을 메모하기.

- 그녀가 안내한 쉴만한 물가 리펄스베이에서 스탠리를 거닐기.

- 라마섬에서 하이킹후 해산물먹기.

- 오가닉 헬스 카페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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