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외면 - 이병진 포토에세이
이병진 글.사진 / 삼호미디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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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에 소문이 자자했더랬다. 월드컵 경기도 부디 이병진이 중계해주길 바랬을만큼 그의 입담은 재치 넘쳤고, 저급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그의 어휘에서 얼핏 문화적 소양(?)을 엿보기도 했다. 전문가가 찍어준 사진에 약간의 셀프샷을 더해 이름만 거는 여타 연예인의 사진집에 비한다면 직접 동호회 모임을 운영하며 사진을 즐겼던 과정의 기록. 그 착한 과정만으로도 단연 으뜸으로 꼽을만하다. 연예인이라는 단서를 빼더라도, 세상과 사람을 향하는 그의 따뜻한 시선은 전문 사진작가로 손색이 없다.

 다만, 포토에세이란 부제에 걸맞게 각가의 사진에 촌평이 함께 담겨있는데 글은 사진만큼 매끄럽지 못하다. '포토'에 방점을 찍는다면 백마디 말을 대신할 그의 사진 한장이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살짝 반감될뻔 했던 반면, '에세이'에 방점을 찍는다면 평소 그의 '소신'과 그의 '그녀'를 훔쳐보는 맛이 있을게다. 하지만 이미지보다는 텍스트에 민감한 본인의 개인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병진의 사진은 오로지 이미지로 마주했을때 훨씬 더 많은 얘기를 건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말하는 내 사진에도 구절구절 부연설명에 심지어 인용까지 넘쳐 흐른다.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줄긋기. 난 활자를 사랑하는고로.

 겸연쩍음 - 당신의 삶의 터전을 단지 사진 찍을 곳으로 쉽게 생각하고 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소박한 꿈이 있었고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제 모습이 어딘가 겸연쩍게 느껴집니다. : 남산시민아파트에서 내내 미안해하던 이병진님의 고백, 내가 그 마음 안다 아이가.

 카메라 -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도시, 깨끗한 거리를 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 쏟아지는 물소리 그리고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을 멋진 추억까지. 무심코 찍은 듯한 한 컷의 사진, 그 뒤편에는 이렇게 많은 단상들과 그리고 소망이 숨어있다. : 풍경을 담는 똑딱이에 촛점을 맞춘 사진, 내게 사진은 잊지 않기 위한 발악. 기억될 수 있다면 감사할뿐.

 아들에게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을 꼭 닮은 아들을 품에 안고, 그 아들의 맑은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이다. 아들이 태어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느 사진집에서 본 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구절이다.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도 태어난다' : 그래서 가끔 난 우리 아빠한테 미안하다. 태어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눈이 너무 깊어서.

 세가지 시선 - 무심한 표정들과 바쁜 발걸음들..... 어디를 향해, 무슨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늘 같은 태양 아래 똑같은 빛을 공유하고 또 같은 어둠을 느끼지만 모두가 다른 삶의 모습을 그리고 생각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세명의 일행이 담긴 사진. 나의 푼크툼 되시겠다.

 겸손해지라 -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지구가 쌓아온 유구한 시간 속에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 시간이란 그저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하자. 겸손해지자. : 지배가능했던 그 '찰나'의 순간이나마 있었던 적이 있나요? 겸손해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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