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링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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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 응원 목소리  "

 

조규미의< 페어링 >을 읽고 



“너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순간 찾아온 목소리 -

 

'입시'라는 주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다. 어쩌면 이 입시 문제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때도 이 입시문제는 나의 삶과 생각을 지배하고 나를 괴롭히던 것이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입시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성적에 비관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교육은 이 입시라는 틀에 갇혀서 앞으로 전진하지도 못하고 후퇴만 거듭해왔다. 더군다나 3년 간 계속되어온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여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더 떨어지고 입시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왔다. 

 

그런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이 책 『페어링』을 읽어보면 조금이라도 입시 문제로 힘들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  『페어링』은 입시 문제를 수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판타지 소재로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그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청각이 예민한 소녀인 수민과 모든 게 완벽해보이지만 위태한 모습을 보이는 세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기 첫날부터 아끼는 이어폰을 잃어버린 수민은 그 일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산다. 그래서 친구들은 오랜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학교 방송부에 입부 신청을 하려는 수민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결국 친구들의 미움과 시선에 부담감이 커진 수민은 면접을 망쳐서 탈락하게 된다. 

한편 공부도 언제나 전교 1등을 하고 학급의 반장이기도 한 세진은 수민에게 봉사활동과 심화 보고서 작성을 함께 하자고 한다. 세진은 '다차원' 멤버이며 스펙 형성을 위해 그 멤버들과 보육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함께 간 봉사활동에서 세진이를 비롯한 다차원 멤버들의 형식적이고 거짓된 봉사활동의 실제 모습을 보며 수민이는 크게 실망한다.

 

한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심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방송실에 들른 수민은 거기에서 잃어버린 이어폰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인 것일까.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노래로 세상과 최소한의 담을 쌓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 경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계에 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가 여태까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한마디를 했더니 용기가 생겼다. 조금 더 크게 말해 보았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아서 그래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 한숨 소리에 타인의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휴우우우, 그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면서 마치 파도가 온몸을 휘감은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있다. 이어폰 너머에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의 모든 감각이 얼어 버린 것만 같았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쯔쯔, 밥도 안 먹고 뭐 하니?”
- p.70

 

수상한 목소리를 통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그동안 외롭고 힘든 수민은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이렇게 수민을 위로하는 수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페어링』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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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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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역사를 겪으며 이 땅에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  "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을 읽고 



"저 멀리 작은 땅에 살았던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기다려온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 -

 

요즘 들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불어닥친 애플 드라마 『파친코』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이민진 작가가 쓴 원작소설인 『파친코』 책이 제고까지 바닥이 나서 부랴부랴 인쇄에 들어가서 올 여름에 개정판이 새로 나왔을 정도이다. 그 한류열풍에 맞춰서 나도 『아리랑』시리즈, 『태백산맥』 시리즈 등을 읽으면서 우리가 걸어온 격동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의 출간 소식이 반갑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넓은 미국 땅에 살면서도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온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며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6년이라는 오랜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그녀의 꿈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저자는 1918년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쳐 1964년 박정희 정권까지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격동의 역사를 거쳐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헐벗고 못 배운 평민들이었다. 1919년 한일합방으로 일제 강점기에 들어간 이후 1945년 광복이 되는 그날까지 그 고통의 26년 간의 시간 동안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견뎌오면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독립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와 주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마 지금까지 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 등장하는 기생 옥희, 걸인같은 생활을 하는 정호, 가난한 고학생 한철, 옥희의 친구이자 기생의 딸인 연화와 월향, 독립운동을 돕는 기생 은실과 예단 등과 같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힘을 가진 우리와 같은 소시민 덕분인 것이다.  김주혜 작가는 이 책에서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바로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왜 옥희는 기생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사냥꾼인 아들인 정호는 왜 구걸과 동냥을 통해 다른 소년들과 함께 다리 밑에서 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기생인 은실과 예단은 독립자금을 만들어서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전달한 것일까. 나는 지금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살았냐'라고 질문을 던지지만, 그들에겐 '왜' 라는 질문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 라는 대답이 가장 적절한 것이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 속 눈 속을 헤매는 사냥꾼의 이야기로부터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표범을 쫓던 사냥꾼은 일본 장교를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인해 그들은 인연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되고 그들은 운명처럼 연결된다. 바로 그들의 인연으로부터 반세기에 걸친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냥꾼, 기생, 학생, 사업가, 독립운동가, 군인 등 각자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격동의 세월과 역사 속에서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펼쳐지며 그들의 인연은 마치 사슬처럼 연결된다. 우연하게 만나게 된 옥희와 정호처럼 그들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며 질긴 인연을 보여준다. 

 

그 질긴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들은 반세기 역사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등장인물과 함께 나도 함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강점기 시대로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과 고난에 가슴이 먹먹해져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들의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참 아팠다. 이미 우리 민족이 겪고 그 시간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옥희, 정호, 예단과 같은 우리 민족이 있었음을 말이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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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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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가진  K-미스터리  "

 

경민선의<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 죽였다 >을 읽고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최우수작-

 

이 세상에 '투명인간'이 있을까. 영화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인데 만약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존재한다면 어떨까. 사람을 죽이듯 투명인간도 죽일 수 있을까. 투명인간의 존재도 낯선데, 하물며 투명인간 살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보았을 때,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투명인간의 등장과 활약으로 인한 SF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투명인간인 묵인(默人)은 이 책에 대한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소외당한 이들을 빗대어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은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부문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마도 소외된 이웃을 투명인간으로 빗대어 표현한 소재의 기발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훨씬 더 스토리를 실감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한수는 1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동창인 기영에게 기묘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라는 내용의 메시지에 한수는 우스갯소리하는 줄 알았지만, 기영의 집에 가본 한수는 그 내용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가 있었던 것이다. 친구 기영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죽인 것일까. 일명 이 투명인간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만질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 처리를 함께 해달라는 기영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한수는 기영과 함께 그 시체를 야산에 파묻는다. 그런데 그 시체를 파묻은 후 2일 후에 기영은 목을 매서 자살한다. 기영의 자살 소식에 한수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건강해 보이기만 했던 기영은 왜 갑자기 죽었을까. 그의 죽음이 보이=이런 기영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투명인간의 시체와 관련이 있을까. 기영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던 한수는 기영의 발자취를 쫓게 되고, 살아 있는 또 다른 투명인간의 습격을 받게 된다. 

 

과연 한수는 투명인간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수는 기영이 숨겨왔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도대체 이 투명인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무수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추격전으로 긴강잠을 더하고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이 투명인간의 정체의 진실 속에서는 꿈을 좇기 힘든 한국 사회의 민낯과 투명인간로 표상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소외된 자들의 모습이 있다. 청년 백수인 주인공 한수의 꿈을 좇기 위한 과정과 돈과 명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직업과 경제적인 생활 등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한국 사회 현실일 것이다.

 

"살아보니까 배경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지훈이처럼 근본부터 관료 가문이거나, 기중이나 윤환이처럼 아버지가 임원이라 확실히 끌어주거나, 하다못해 한수 봐봐. 부모님이 빵빵하시니까 저렇게 놀면서 살아도 걱정 없잖아. 배경이 없으면 기영이처럼 재능이 있어도 못 펴."

-p. 17

 

소외된 자로 표상되는 투명인간은 어쩌면 우리 곁에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일까. 소외되어 그 존재조차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투명인간과 우리와의 경계를 구분짓고 서로의 삶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국정원이나 아람 목재 같은 기득권 세력이 그 묵인들을 이용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처럼 국가 권력은 그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함축적 의미를 빼놓고서도 투명인간의 추적과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수는 죽은 기영의 뜻을 받들어 투명인간 사사녀와  함게 투명인간을 가두어놓은 곳을 찾아 투명인간인 묵인을 풀어주게 된다. 그 과정 또한 악한 투명인간의 습격과 방해로 인해 순탄치는 않았지만, 한수는 투명인간에게 자유를 주고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는 단순히 묵인들이 갑자기 나타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놀랍게도 투명인간은 한두 명이 아니라 무리지어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오래 전부터 인간과 함께 이 땅 위에 존재해 온 것이다. 정말 이 사실이 진짜라면 어떨까.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존재일지 모르지만, 나는 왠지 그들이 실존하고 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쪽은 정체가 뭔데요? 귀신? 투명인간? 초능력자?”
“우릴 부르는 명칭이 있지.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뭔데요, 그게?”
“묵인. 사람 할 때의 인이다.”
묵인. 이름을 붙인 이가 누군지, 부르는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들이 불리는 이름이었다. 침묵과 묵언, 묵살 할 때의 묵과 사람의 인이 합쳐진 기묘한 합성어인 것 같았다. 그 이름 자체가 으스스한 느낌을 줬다.
- p.68

 

갇힌 묵인들 해방, 적들의 기습, 납치 사건 등 묵인들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거침없이 몰아친다. 투명인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묵인의 존재, 묵인들의 특징 및 그들의 공동체, 그들을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배후 세력 등의 요소들과 합쳐져서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탐욕도 보게 된다. 재미와 스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소외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크기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존재들, 투명인간이라고 불러 마땅한 존재들이 기척을 숨긴 채 우리 사회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 한 명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p. 7,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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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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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모든 것 "


사만다 로즈 힐의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과 사상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한나 아렌트' 그녀는 누구인가? 내가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그녀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저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가 빅터 프랑클과 같은 유대인이며 빅터 프랑클처럼 그녀 또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유대인으로서 갖은 핍박과 고통을 감내해왔다는 것이다. 사실 한나 아렌트 또한 빅터 프랑클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세계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스스로 사유함으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겼는 문제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는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인물의 삶, 그녀의 인생과 사랑, 그녀의 사상, 업적, 저서 등 한나 아렌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한나 아렌트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관심이 그녀가 죽은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미 국내에서 한나 아렌트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처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지 모른다.

 

이 책  Part 1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출생과 성장과정, 연인과의 사랑 등 그녀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유대인 철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다. 특히 이 Part 1 부분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적 성장과 발전의 모습도 아울러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가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과의 교제를 통한 학문적 성장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도 전체주의라는 정치적 상황과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정치적 망명, 강제 수용소 수감 등 유대인으로 갖은 핍박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내면의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이제는 전체주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을 하며 반유대주의를 표방하고 정치적 행동을 한다. 그 당시 시대 상황과 한나 아렌트의 삶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정치철학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정치철학자로서 변화된 그녀의 모습이 Part 2 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특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그녀 스스로가 유대인이라는 자각을 하며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유감스러운 사실 중 하나는, 유대인 문제가 정치적 문제임을 적군은 알았으나 정작 유대인 친구들(유대인 자신들)은 몰랐다는 것이다."

-p. 157, <전체주의의 기원>의 서문 중에서-

 

한나 아렌트가 쓴 <전체주의 기원>에서 한나는 유대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 책 내용에 따르면,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쓴 저서들인 《그림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등이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가 왜 그 시기에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  그 저서들의 핵심내용들은 무엇인지, 그 내용들은 그녀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한나 아렌트 사상의 핵심을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그녀의 개인적인 삶과 연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상과 저서들 내용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한나 아렌트에게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특히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 중 많은 논란과 오해을 자아내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 대해 저자는  Part 4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1963년 2월 15일부터 3월 16일까지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보고서를 잡지 <뉴요커>에 시리즈로 실었다. 그리고 이 출판물이 5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이다. 한나는 이 책 말미에 재판부가 내린 판단과 판결을 거부하고 스스로 아이히만에게 판결을 내렸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짓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하는 이 세상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기에 아이히만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히만은 인간 조건의 기본 원칙인 다원성을 위반하였다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이 보고서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과 사건들을 사건의 전개와 함께 다루었다.


과거로 돌아가 이 고난이 따를 걸 알면서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하겠느냐고 묻자 노년의 한나는 대답 대신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정의만은 영원히”라는 오래된 격언을 언급하고는 곧 철회했다. 그리고 스스로 더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는가?” 한나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15장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중에서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나 아렌트의 업적과 그녀의 저서에 따른 논란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뿐만 아니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여자의 개인적인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라고 말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험하고 생각하는 삶을 통해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아울러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더불어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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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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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만나는 인생의  상실 종언 "

 

에쿠니 가오리의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를 읽고 



"세 사람은 왜 섣달 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을까"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항상 남녀간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만 이야기해오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이번엔 죽음과 인생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모습과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행복, 이별로 인한 슬픔 등을 이야기해왔는데 이번 신작인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사랑이 아닌 죽음과 죽음을 통한 상실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보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겪게 된다. 아마 인생의 고난들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고 가슴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떻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하면서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 노인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면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있다.

 

이야기는 섣달 그믐날 밤, 호텔에 모인 세 명의 노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80대  노인인간지, 츠토무, 치사코는 처음에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인연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함께 공부 모임을 통해 그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그들은 함께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을 보러 다니거나  술도 마시면서 우정도 쌓아온 것이다. 그래서 그 우정을 바탕으로 죽음조차도 함께 하려고 호텔에 모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일까. 저자는 왜 그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했고 함께 죽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그들은 엽총으로 자살을 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말해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그러나 저자는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그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 이유조차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라 할지라도 저자는 그 죽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야기와 그 노인들이 죽기 전에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그들의 인생이 비참하거나  슬프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그 노인들의 죽음보다는 남겨진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진다. 남겨진 그들의 아들, 딸, 손녀, 손자, 옛 동료, 부하 직원 등을 통해 그 노인들의 인생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펼쳐진다. 그와 함께 남겨진 이들이 느끼는 슬픔, 원망, 자책, 후회, 감사 등 그들이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 그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드러난다. 처음에는 고인에 대한 부재를 강하게 느끼며  힘겨워한다. 그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 고인에 대한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을 맥락 없이 또 한다. 이것은 치사코 씨가 없는 세상이라고. 치사코 씨는 가고 없는데 세상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움직이고, 나는 연인과 걷고 있다, 라고.

-p.54-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p. 143-

 

그렇게 문득문득 찾아드는 고인에 대한 흔적과 추억이 남겨진 이들을 힘들게도 하지만, 그 추억을 통해 고인과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추억들, 은사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 엄마와 연락을 끊고 소원하게 지냈던 딸의 엄마에 대한 추억 등 그들은 고인과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이미 그들은 죽고 없지만, 남겨진 이들의 기억과 시간 속에서는 계속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건 할아버지한테 물으면 틀림없이 가르쳐 줬을 텐데 이제 할아버지에게는 말을 걸 수는 있어도 물을 수 없었다.'

-p. 225

 

물론 남겨진 이들은 일상 속에서 고인들의 부재를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들과 함께 있음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상실의 고통을 서둘러 해소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슬픔으로 인해 일상 생활을 망치거나 포기하지도 않는다. 남겨진 이들은 고인의 죽음 이전이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들의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인생의 상실이나 종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서 죽음을 포함한 우리가 인생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상실과 종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작품 속에 반영함으로써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코로나에 대처해가는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반갑기도 하고 공감도 갔다. 코로나 시대 3년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을 통해 인생의 수많은 상실과 종언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살아가야 함을 말하고 싶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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