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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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가진  K-미스터리  "

 

경민선의<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 죽였다 >을 읽고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최우수작-

 

이 세상에 '투명인간'이 있을까. 영화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인데 만약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존재한다면 어떨까. 사람을 죽이듯 투명인간도 죽일 수 있을까. 투명인간의 존재도 낯선데, 하물며 투명인간 살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보았을 때,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투명인간의 등장과 활약으로 인한 SF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투명인간인 묵인(默人)은 이 책에 대한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소외당한 이들을 빗대어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은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미스터리 부문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마도 소외된 이웃을 투명인간으로 빗대어 표현한 소재의 기발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면 훨씬 더 스토리를 실감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한수는 1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동창인 기영에게 기묘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라는 내용의 메시지에 한수는 우스갯소리하는 줄 알았지만, 기영의 집에 가본 한수는 그 내용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가 있었던 것이다. 친구 기영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죽인 것일까. 일명 이 투명인간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만질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체 처리를 함께 해달라는 기영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한수는 기영과 함께 그 시체를 야산에 파묻는다. 그런데 그 시체를 파묻은 후 2일 후에 기영은 목을 매서 자살한다. 기영의 자살 소식에 한수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건강해 보이기만 했던 기영은 왜 갑자기 죽었을까. 그의 죽음이 보이=이런 기영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투명인간의 시체와 관련이 있을까. 기영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던 한수는 기영의 발자취를 쫓게 되고, 살아 있는 또 다른 투명인간의 습격을 받게 된다. 

 

과연 한수는 투명인간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수는 기영이 숨겨왔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도대체 이 투명인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무수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추격전으로 긴강잠을 더하고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이 투명인간의 정체의 진실 속에서는 꿈을 좇기 힘든 한국 사회의 민낯과 투명인간로 표상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소외된 자들의 모습이 있다. 청년 백수인 주인공 한수의 꿈을 좇기 위한 과정과 돈과 명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직업과 경제적인 생활 등은 아마도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한국 사회 현실일 것이다.

 

"살아보니까 배경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지훈이처럼 근본부터 관료 가문이거나, 기중이나 윤환이처럼 아버지가 임원이라 확실히 끌어주거나, 하다못해 한수 봐봐. 부모님이 빵빵하시니까 저렇게 놀면서 살아도 걱정 없잖아. 배경이 없으면 기영이처럼 재능이 있어도 못 펴."

-p. 17

 

소외된 자로 표상되는 투명인간은 어쩌면 우리 곁에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일까. 소외되어 그 존재조차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투명인간과 우리와의 경계를 구분짓고 서로의 삶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국정원이나 아람 목재 같은 기득권 세력이 그 묵인들을 이용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처럼 국가 권력은 그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함축적 의미를 빼놓고서도 투명인간의 추적과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수는 죽은 기영의 뜻을 받들어 투명인간 사사녀와  함게 투명인간을 가두어놓은 곳을 찾아 투명인간인 묵인을 풀어주게 된다. 그 과정 또한 악한 투명인간의 습격과 방해로 인해 순탄치는 않았지만, 한수는 투명인간에게 자유를 주고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는 단순히 묵인들이 갑자기 나타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놀랍게도 투명인간은 한두 명이 아니라 무리지어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오래 전부터 인간과 함께 이 땅 위에 존재해 온 것이다. 정말 이 사실이 진짜라면 어떨까.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존재일지 모르지만, 나는 왠지 그들이 실존하고 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쪽은 정체가 뭔데요? 귀신? 투명인간? 초능력자?”
“우릴 부르는 명칭이 있지.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뭔데요, 그게?”
“묵인. 사람 할 때의 인이다.”
묵인. 이름을 붙인 이가 누군지, 부르는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들이 불리는 이름이었다. 침묵과 묵언, 묵살 할 때의 묵과 사람의 인이 합쳐진 기묘한 합성어인 것 같았다. 그 이름 자체가 으스스한 느낌을 줬다.
- p.68

 

갇힌 묵인들 해방, 적들의 기습, 납치 사건 등 묵인들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거침없이 몰아친다. 투명인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묵인의 존재, 묵인들의 특징 및 그들의 공동체, 그들을 이용하고 조종하려는 배후 세력 등의 요소들과 합쳐져서 스릴있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탐욕도 보게 된다. 재미와 스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  『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소외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크기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존재들, 투명인간이라고 불러 마땅한 존재들이 기척을 숨긴 채 우리 사회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 한 명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p. 7,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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