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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격동의 역사를 겪으며 이 땅에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 "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을 읽고

"저 멀리 작은 땅에 살았던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기다려온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 -
요즘 들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불어닥친 애플 드라마 『파친코』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이민진 작가가 쓴 원작소설인 『파친코』 책이 제고까지 바닥이 나서 부랴부랴 인쇄에 들어가서 올 여름에 개정판이 새로 나왔을 정도이다. 그 한류열풍에 맞춰서 나도 『아리랑』시리즈, 『태백산맥』 시리즈 등을 읽으면서 우리가 걸어온 격동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의 출간 소식이 반갑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넓은 미국 땅에 살면서도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온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며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6년이라는 오랜 집필 기간을 거쳐 드디어 그녀의 꿈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저자는 1918년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쳐 1964년 박정희 정권까지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격동의 역사를 거쳐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헐벗고 못 배운 평민들이었다. 1919년 한일합방으로 일제 강점기에 들어간 이후 1945년 광복이 되는 그날까지 그 고통의 26년 간의 시간 동안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견뎌오면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독립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와 주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마 지금까지 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에 등장하는 기생 옥희, 걸인같은 생활을 하는 정호, 가난한 고학생 한철, 옥희의 친구이자 기생의 딸인 연화와 월향, 독립운동을 돕는 기생 은실과 예단 등과 같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힘을 가진 우리와 같은 소시민 덕분인 것이다. 김주혜 작가는 이 책에서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바로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역사인 것이다. 왜 옥희는 기생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사냥꾼인 아들인 정호는 왜 구걸과 동냥을 통해 다른 소년들과 함께 다리 밑에서 살 수 밖에 없었을까. 왜 기생인 은실과 예단은 독립자금을 만들어서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전달한 것일까. 나는 지금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살았냐'라고 질문을 던지지만, 그들에겐 '왜' 라는 질문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 라는 대답이 가장 적절한 것이다.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 속 눈 속을 헤매는 사냥꾼의 이야기로부터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극한의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표범을 쫓던 사냥꾼은 일본 장교를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인해 그들은 인연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되고 그들은 운명처럼 연결된다. 바로 그들의 인연으로부터 반세기에 걸친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냥꾼, 기생, 학생, 사업가, 독립운동가, 군인 등 각자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격동의 세월과 역사 속에서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펼쳐지며 그들의 인연은 마치 사슬처럼 연결된다. 우연하게 만나게 된 옥희와 정호처럼 그들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며 질긴 인연을 보여준다.
그 질긴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들은 반세기 역사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의 등장인물과 함께 나도 함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강점기 시대로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과 고난에 가슴이 먹먹해져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들의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참 아팠다. 이미 우리 민족이 겪고 그 시간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옥희, 정호, 예단과 같은 우리 민족이 있었음을 말이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