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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8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 "
조규미의< 페어링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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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순간 찾아온 목소리 -
'입시'라는 주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다. 어쩌면 이 입시 문제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때도 이 입시문제는 나의 삶과 생각을 지배하고 나를 괴롭히던 것이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입시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성적에 비관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교육은 이 입시라는 틀에 갇혀서 앞으로 전진하지도 못하고 후퇴만 거듭해왔다. 더군다나 3년 간 계속되어온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여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더 떨어지고 입시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왔다.
그런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이 책 『페어링』을 읽어보면 조금이라도 입시 문제로 힘들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 『페어링』은 입시 문제를 수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이라는 판타지 소재로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그저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청각이 예민한 소녀인 수민과 모든 게 완벽해보이지만 위태한 모습을 보이는 세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기 첫날부터 아끼는 이어폰을 잃어버린 수민은 그 일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미움을 산다. 그래서 친구들은 오랜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학교 방송부에 입부 신청을 하려는 수민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결국 친구들의 미움과 시선에 부담감이 커진 수민은 면접을 망쳐서 탈락하게 된다.
한편 공부도 언제나 전교 1등을 하고 학급의 반장이기도 한 세진은 수민에게 봉사활동과 심화 보고서 작성을 함께 하자고 한다. 세진은 '다차원' 멤버이며 스펙 형성을 위해 그 멤버들과 보육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함께 간 봉사활동에서 세진이를 비롯한 다차원 멤버들의 형식적이고 거짓된 봉사활동의 실제 모습을 보며 수민이는 크게 실망한다.
한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심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방송실에 들른 수민은 거기에서 잃어버린 이어폰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상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인 것일까.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노래로 세상과 최소한의 담을 쌓으려는 순간, 누군가 그 경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계에 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내가 여태까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한마디를 했더니 용기가 생겼다. 조금 더 크게 말해 보았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 주지 않아서 그래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 한숨 소리에 타인의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휴우우우, 그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면서 마치 파도가 온몸을 휘감은 것처럼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있다. 이어폰 너머에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의 모든 감각이 얼어 버린 것만 같았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쯔쯔, 밥도 안 먹고 뭐 하니?”
- p.70
수상한 목소리를 통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그동안 외롭고 힘든 수민은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이렇게 수민을 위로하는 수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페어링』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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