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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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매력 로맨틱 미스터리"

베스 올리리의  <내가 빠진 로맨스> 을 읽고 



"만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트 노쇼, 삼중 연애, 반전 과거까지
베스 올리리가 새롭게 정의하는 로맨틱 미스터리-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커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 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초코렛을 주며 고백한다는 날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사이에도 초코렛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날, 사랑하는 남자에게 바람을 맞으면 어떨까? 여자는 한껏 발렌타인데이 초코렛과 멋진 이벤트를 기대하고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얼마나 황당하고 짜증이 날까. 상상만 해도 화나고 당황스러운 일이 세 여자들에게 일어났다. 

 

이 책  『내가 빠진 로맨스』의 세 여자는 같은 날, 같은 남자에게 바람을 맞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모든 연인들에게 최고의 날인 발렌타인데이에 말이다. 그것도 남자는 양다리도 아닌 문어발로 삼중연애를 하면서 말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세 여자 시오반, 미란다, 제인은 한 남자에게 모두 바람을 맞는다. 만나기로 약속했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고의적인 행동일까. 아니면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일까. 전형적인 바람둥이의 스타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단순히 세 여자를 사귀는 바람둥이 남자의 연애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발렌타인데이에 여자를 바람맞히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 남자의 구구절절한 변명과 사과에 넘어가 용서를 하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왜 저렇게 또 넘어가지 하면서 엄청 열내면서 읽었다.

만약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추천평과 찬사도 없었을 것이고, 소니 제작사 영화화 확정, 아마존 에디터 선정 화제작 같은 부제도 따라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시오반, 제인, 미란다 세 여자와 함께하는 삼중 연애 스토리가 이어져서 즐겁고 재미있고 읽을 수 있었다. 마치 가벼운 연애 소설을 본다고 할까.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었다면 아마 난 이 책의 내용이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뻔했다. 그리고 예상하기에 나중에 바람둥이 조지프의 정체가 탄로나서 세 여자 모두에게 버림받을 것이라고 예상도 했었는데, 여지없이 내 예상은 빗나가고 작가에게 한 방 크게 맞았다. 

 

이야기는 세 여자의 각각의 시점에 따라 전개되어 그 연애 스토리가 별개로 보였다. 즉 시오반, 제인, 미란다 시점으로 각각 따로 전개된 세 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렇게 따로 떨어져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베일에 쌓였던, 의심스러웠던 조지프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말 그대로 뜨아아 했다. 작가가 이런 충격 반전을 마지막에 숨겨놓을 줄이야. 

 

작가는 시오반, 제인, 미란다의 시점을 통해 조지프라는 남자의 정체를 조금씩 밝히기 시작한다. 세 여자는 조지프를 만나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점점 조지프에게 빠져들고 사랑하기 시작한다. 만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 그는 그날 오지 않은 것일까?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조지프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마지막에 가서는 아! 하는 깨달음과 무한한 감동이 올 것이다. 그리고 조지프가 그렇게 나쁜놈이 아닌, 사랑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면서 조지프가 한없이 매력적인 남자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떤 반전과 무한한 감동이 올지는 이 책을 직접 읽으며 스스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뻔한 사랑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었다가 마지막에는 충격적 반전과 무한한 감동이 찾아오는 이 책 『내가 빠진 로맨스』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밝혀지는 비밀, 시험에 드는 관계, 마침내 발견되는 행복.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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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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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기쁘고도 고독하게 살아가는 일상 기록"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 몇 개입니까> 를 읽고 



"혼자일 때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 때 고독은 왜 이리 끔찍한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기쁘고도 고독한 에세이-

 

흔히들 사람들은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한다. 결혼 10주년을 지난 지금에야 그 말에 100프로 공감한다. 연애때는 매일 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며 시간을 보내길 바랬는데, 결혼은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찌 항상 연애때의 설레임과 애틋함만 있으랴.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것은 아무리 부부 싸움을 해서 집을 뛰쳐나가도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런 감정과 생각이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느끼는 기쁘고도 고독한 감정일까.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이번에는 그녀 자신의 사랑의 모습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안정과 위태로움에 대해 16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16개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그녀가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비단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1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라면 사랑과 기쁨 속에 숨겨진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 또한 아이와 남편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이 시간 그런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고독의 시간을 오히려 반긴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간에 글을 쓰면 없던 영감도 떠오르며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이 샘솟아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결혼과 결혼 생활은 과연 무엇일까.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속에서는 행복과 기쁨만 있는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는 남편과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같은 장소에서 마치 다른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론 그런 남편의 무심함과 다름에 서운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 말처럼 서로 다른 풍경이기에 멋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서로 같은 풍경을 본다면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 올린 풍경에.

-p. 66, < 풍경> 중에서 

 

작가는 "혼자일 때의 고독은 기분이 좋지만, 왜 둘일 때 고독은 끔찍한 것일까?" 질문을 한다. 여행도 따로, 설날 명절 때 각자 따로 자기네 부모들과 설을 보내고, 공원 산책도 그녀는 혼자 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꿈꾸지만,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최근하는 남편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과 생각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결혼 생활을 보면,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은 아직도 연애 감정에 빠져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남편은 이미 결혼은 현실을 깨달은 느낌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현실적인 남자, 그들이 만들어가는 결혼 생활 모습 속에서 여자는 더더욱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여자도 생활에 쫓기고, 육아에 시달리면 그런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하지 않을까.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결혼 생활에 비하면, 나의 결혼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게 보인다. 작가가 아직 아이가 없기에 이런 여유와 낭만을 품고 있는 듯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의 사사로움, 그 번거로움, 그 풍요로움,

혼자가 둘이 되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p. 57, < 색> 중에서 

 

 

남편과 낭만적인 시간, 연애를 즐길 시간을 찾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해줄 수 있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결혼 생활이고, 이것 또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은 'struggle" 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p. 79, < 노래> 중에서 

 

작가의 말대로 정말 결혼 생활은 투쟁의 과정인 것 같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가치관도 다른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면서, 때론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이 투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의 콩깎지는 벗겨진 지 오래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젠 사랑이 아닌 정으로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견디고 인내하고 투쟁하는 과정이 결혼임을 결혼해서 살아보면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는 아직은 '사랑'을 믿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비록 물 한잔 자기 손으로 가져다 먹지 않아 일일히 물을 가져다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느끼며 남편 곁에서 잠들고 싶다. 

 

결국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p. 149, < RELISH> 중에서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에 열정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사랑의 기적과 기쁨을 믿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결혼 생활의 모습이 참으로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이게 보인다. 항상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사랑에 진심인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작가의 연애, 결혼관이 반영된 결과였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을 통해 작가의 모습이 아닌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로서의 에쿠니 가오리의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고, 그동안  궁금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일상곽 결혼생활, 사랑의 모습을 아낌없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작가님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마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과 결혼 생활에 대해 수다 떠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응원하며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신간도 기대해본다. 




소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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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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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이후 살아가는 우리들을 비추는 따스한 불빛"

임재희의  <세 개의 빛> 을 읽고 



개인적·사회적 비극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
비극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추는 작지만 따스한 불빛

- 제 1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  -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 소식을 접할 때면 예전에 읽었는 던 책 한 권이 생각이 난다. 그것은 바로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1999년 4월에 발생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총기난사사건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요즘에도 뉴스에서 우리는 총기난사사건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해자가 한국인인 경우에는 왠지 마음이 너무 불편해진다. 그 먼 미국 땅에 가서 왜 그 한국인은 총을 쏘며 죄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끝내 그 자신도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가. 그는 사회부적응자인 소시오패스거나 폭력적 성향이 심한 사이코패스인가?

 

이 책  『세 개의 빛』 속에서도 총기난사사건이 등장한다. 2017년 4월 16일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인 유학생에 의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다. 이 책은 두 주인공 노아와 은영이 뉴스에서 그 총기난사사건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한다. 그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입양아인 노아와 한국계 미국인 1.5세인 은영은 알지 못하는 혼란과 절망을 느낀다. 

 

같은 동양인이고,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괴로워한다. 특히 노아는 어렸을 때 양아버지가 총으로 양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을 겪었고 그 뉴스로 인해 그때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깊은 우울에 빠지고 그 절망감과 고통에 헤어나지 못한다. 끝내는 싸늘한 주검으로 짦은 생을 마감한다. 이에 노아의 여자친구인 은영은 노아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힘겨워하다가 노아의 흔적과 기록을 찾으로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노아가 남자아이-1이라는  어떠한 존재감과 의미도 없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영은 친구 현진의 도움으로 노아가 입양될 당시에 운영된 입양 기관을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흑인과 아시아인의 혼혈로 미국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리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리사와 현진의 도움으로 은영은 노아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되고 비로소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노아라는 이름 외에 동아라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이름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은영은 노아의 기록과 삶의 흔적을 쫓으면서 진정한 애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진정한 애도는 슬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삶의 흔적과 발자취를 따라 살아생전 그를 추억하고 그의 뜻을 기리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마음 편하게 좋은 마음으로 그 사람을 마음 속에서도 떠나보내는 것이리라. 

 

은영이 노아를 위해 현진과 함께 '남자아이-1, 노아, 동아' 라는 이 세 가지 이름으로 된 등을 달고 그의 길을 밝혀주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비록 노아의 죽음은 안타깝고 비극적일 수 있지만, 그를 사랑하고 추억하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기에 그 죽음은 더이상 슬프지 않다. 

 

또한 노아와 리사처럼 한국전쟁과 같은 시대적 비극에 의해 희생되고 힘든 사람들을 살았던 사람들에 생각해본다. 정든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땅으로 이민을 가야했던 은영의 가족이나, 실향민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현진이 겪었던 삶의 고난들, 또한 버려졌다는 상처와 함께 파양 후 입양된 노아의 삶, 유년의 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리사의 삶 그들 모두의 삶이 시대가 낳은 비극적 결과인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온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민자, 입양인, 여성, 흑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해석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그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의 결을 천천히 공을 들여 보여준다. 작가는 그들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면서 점차 화해와 회복의 길을 나아가야 함을 우리들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야 뭔가 다 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여전히 내 등 뒤에 남아 있는 것도 같았다. 가끔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희미한 총성처럼 나와 함께 살아갈 것들이었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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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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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오십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를 읽고 



"인생은 읽는 만큼 끊임없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북 칼럼니스트 박균호가 제안하는 '소설 인문학'의 세계 -

 

요즘 고전읽기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번 달 고전문학 작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백치>이다. 예전에는 러시아 문학작품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조금씩 작가와 시대적 배경 및 그 당시 문화 등 작품의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읽으니 이해하기가 좀더 수월했고 지금은 즐겁게 이 작품들을 읽고 있다.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많이 읽어야한다고 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어린 나이에 고전을 읽었다면 지금처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서야 고전을 읽으려면 단순히 작품의 줄거리만 따라가는 '수박 겉핥기'식 독서가 아닌 보다 깊이있는 독서가 필요함을 느낀다.

 

오십이란 나이는 독서하기에 어떤 나이일까? 나는 아직 오십의 나이에 이르지 않았지만, 나도 오십이 되면 이 책의 저자이자 북칼럼니스트 박균호씨처럼 새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의 저자는 오십은 젊었을 적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기 좋은 나이라고 말한다. 오십의 경륜은 지금껏 책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깨닫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서부터 하루키의 작품까지, 또한 각각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작품들 속에 담긴 역사, 종교, 인간의 본질 등 다양환 인문학적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그 작품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작품들도 있었는데, 저자의 작품에 대한 배경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니 그 작품들이 새롭게 보였다.

 

좋은 소설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뛰어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경험을 '소설 인문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이야기를 접하는 즐거움이 '소설 인문학'이다. 인문학도 따지고 보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p. 8, <글을 시작하며>

 

우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을 통해 러시아의 시대적 상황과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죄와 벌>에서 드러난 싱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과 고통, 시베리아 유형 생활 등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생생하게 그 당시 역사와 문화를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배우고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전작품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 권의 소설을 읽더라도 작품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시대적, 역사적 배경, 작가의 생애, 역사와 문화, 생활 모습 등을 파악하며 읽는다면 더욱더 깊이있고 풍요로운 독서를 할 수 있다.

평소 다양한 책들을 읽고 희귀본이나 초판본을 수집해온 저자는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배경지식을 마음껏 펼쳐놓는다. 작품을 딱딱하게 해설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고전 인문학 이야기를 해준다. 

 

저자는 1부, 2부, 3부 이렇게 3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준다. 1부에서는 주로 러시아 고전을 포함해서 역사의 일면을 담은 소설들을 소개해준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작품을 통해 러시아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생애 등을 탐구하고, 존 인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통해 1990년대 미국 대공황의 늪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복잡한 인간 내면을 다룬 작품들을 통해 질투와 몽상, 호기심, 권력 등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레베카> 작품을 통해 질투의 속성과 질투가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한다. 

 

3부에서는 비교적 현대에 쓰인 작품들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인문학적 의미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재인 개, 고양이, 고서점, 요가, 위스키, 다이어트 등을 탐구한다. 언급된 작품들 중 미카미 엔 작가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종착점인 고서점 이야기라 그런지 나중에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이렇게 한 권에 모아 두어서 마치 여러 작품들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책을 읽을 때 좀더 줄거리뿐만 아니라, 책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파악하는 깊이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수록된 고전작품들도 찾아 읽으면서 깊이있는 독서, 사색적인 독서, 기존과 다른 독서를 해봐야겠다.

 

우리는 누구나 소설 같은 생애를 살아왔다. 이제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도 복잡다단한 사람 속도 '아는 만큼 보이는 ' 나이,  인생은 읽는 만큼 끊임없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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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 팍팍한 현실을 보듬어 안는 인생 돌봄 에세이
안희정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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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돌봄 에세이"

안희정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를 읽고 



 

"가고자 하면 길이 보이고

넘어진다고 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팍팍한 일상을 보듬어 아는 인생 돌봄 에세이-

 

우리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할까. 우리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혹시 우리가 산 인생이 마지못해 산 인생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남들이 사는대로 그렇게 마지못해 산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 책  『마지못해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는 저자는 그렇게 마지못해 사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삶의 행복을 발견하며 '그래도 살아낼 만한 삶'으로 바꿔야 한다고 일상 속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삶이 우리는 낙심하게 만든다고 당하기만 해선 안 된다. 삶의 노예가 아닌 주체로 살아가는 것, 이것은 나와 당신, 우리가 짊어진 공통의 과제다. '마지못해 사는 삶'을 '그래도 살아낼 만한 삶'으로 바꿔야 한다.

-p. 6, <프롤로그>

 

23년 째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환자를 돌보고 보살피는 삶을 살아온 저자가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을 돌보기 시작했다. 약을 먹듯이 글을 쓰고 글을 통해 고단한 인생에 대한 저항력을 키웠다고 한다. 이제는 저자에게 글은 인생의 비타민처럼 여기지며 지금도 저자의 글 쓰는 삶은 계속된다.  브런치에 하나하나 올린 일상 속 이야기들이, 저자의 생각과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어느 새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저자의 인생 스토리가 내가 너무나 닮고 싶은 모습이기에, 저자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생각들이 너무나 공감이 갔다. 너무나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저자는 보석과 같은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찾아냈다. 나는 그동안 항상 너무나 똑같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평 불만만 하고 내 삶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저자는 그 속에서 값진 보석을 찾았던 것이다.

 

이제 인생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영혼을 갉아먹는 침입자에 맞서 정신면역력을 키워보자. 그날그날 버티던 하루를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축제로 탈바꿈시키길 바란다. 생의 여정을 걸으며 나를 웃기고 울리고 감동하게 했던 흔한 날의 숨겨진 의미를 당신도 알아챘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삶의 단편을 통해 당신이 짊어진 삶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길 기대한다.

 -p. 7, <프롤로그>

 

이 책에 수록된 수십 편의 삶의 단편들이 저자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특별해보이지도, 대단해보이지도 않는다. 너와 내가 살아가는 일상처럼 지극히 너무 평범하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와 달리 그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저자의 말처럼 '마지못해 살아가는 삶'이 아닌 그래도 살만 한 삶, 내가 삶의 주체가 되는 삶으로 만들면서 가능하다. 

 

그런 삶은 남과의 비교의 감옥에서 벗어나 소중한 사람과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가능할지 모른다. 즉 저자는 현재에 충실하고 순간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말로 최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삶의 에피소드들 속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일과 육아 그리고 글쓰기 이 모두들을 최선을 다해 하려는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보인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에, 얼마든지 우리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삶의 주체자로 삼고 자신에게 집중하면, 우리는 그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충분히 보석같은 소중한 순간과 행복이 많은데도 눈앞의 보석을 보지 못하고 멀리서 우리의 행복의 '파랑새'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삶의 단편들을 보면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내 삶 속에도 나를 웃고 울리고 감동하게 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은 있다. 

힘겨운 날보다는 눈부신 날에 집중하자.

 

특히 마흔다섯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 글쓰기가 꾸준히 이어져서 마침내 한 권의 책이라는 결실을 낸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힘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꿈을 쫓아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다. 나 또한 그런 꿈을 꾸지만, 아직은 용기가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나 또한 그렇게 꿈을 꾸며 노력하다보면 나의 꿈 또한 이루어지는 날이 올까 

 

꿈의 드라마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되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따라 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꿈을 다시 켜본다. 당신도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꿈을 다시 한번 깨워보면 어떨까. 늦었다는 말이야말로 힘껏 끊어버리자.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조차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 꿈꾸는 자에게 기회는 언제든지 되살아난다.
-p.92

 

 

그렇게 저자는 일상 속 에피소들을 통해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건네주며 힘든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우리에게 우리의 인생이 중요함을, 우리의 인생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빛나는 삶이라는 것을,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오기에 언제든지 꿈을 잊지 말고 꿈을 꾸라는 것 등 아낌없이 인생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준다. 그런 말들이 지치고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집에 가는 길에 교통 신호를 만나 잠깐 멈추고 언뜻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먹구름은 사라지고 휘황찬란한 오렌지빛 황혼이 하늘 전체에 퍼져 있었다. 말문이 막히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저릿했다.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비록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는 사람과 편안하게 잡담을 나누고 가끔은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행복이란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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