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루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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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에서도 선한 본성 삶 추구한 사람"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라우루스> 를 읽고 



 

“삶은 신성한 것이다.”

-러시아의 움베르트 에코라 불리는 예브게니 보톨라스킨이 

세계문학사에 더한 장엄한 고전 -

 

구원한 연민의 마음을 가진 인간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은 가능한가?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소설 『백치』를 읽으며 유로지브이와 같이 타락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려고 했던 주인공 미쉬킨 공작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결국 미쉬킨이 가진 연민과 구원의 마음은 나스타샤의 죽음으로 끝이 나고 미쉬킨 공작 또한 그 절망감과 고통에 못 이겨 백치가 되어 떠나게 되는 결말 속에서 결국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고 그리스도의 구원은 어려운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라우루스』는 폐허 속에서도 선한 본성을 추구하며 의사에서 성자로의 길을 걸어간 '라우루스'의 일대기이다. 15세기 중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당시에는 페스트가 창궐해서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아르게니 또한 어렸을 때 역병으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게 되면서 할아버지인 흐리스토포르에게 약초술과 의술을 배웠다. 하지만, 그의 의술로도 그의 아내와 아이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그때부터 그의 속죄의 기나긴 여정은 시작된다. 

 

“자네는 앞으로 힘든 여정을 겪게 될 것이네. 자네 사랑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니 말일세. 아르세니, 이제 모든 것은 자네 사랑의 힘에 달려 있을 거라네. 물론 자네 기도의 힘 역시 중요하다네.”

-p. 143
 

비록 자신의 아내와 아이는 죽이지 못했지만, 그는 제대로 된 약과 치료도 없었던 그 중세 시기에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서 생명을 구해준다. 의사로서 그는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그는 아르게니 라는 본래 이름을 버리고 '우스틴'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거룩한 바보 성자인 유로지브이가 되어 자기희생과 고행의 길을 간다.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병든 자들을 치료하듯이, 그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거룩하고 성스러운 마음으로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거룩한 신앙으로 치유와 이적을 보이게 되고, 그의 명성이 알려짐에 따라 몸이 불편한 자들, 맹인들, 절름발이들 등 아픈 사람뿐만 아니라 단순히 그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러시아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까지 그를 찾아온다. 

 

그렇게 치유와 이적의 역사를 보인 의사 아르게니이자 유로지브이 우스틴은 암브로조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나게 된다. 암브로조는 미래를 예언하고 세계의 종말을 기다려왔던 이탈리아 사람이었는데, 아르세니는 치유를 통한 희생과 구원이 아닌 보다 더 거룩하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기꺼이 예루살렘 성지 순례에 나선 것이다. 이제 단순히 아르세니는 의사나 성자가 아닌 세상의 종말에 대해 준비하고 예언하는 수도자인 것이다. 하지만 성지순례 길은 고행의 길이자, 죽음의 길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 대한 사랑과 구원에서 시작된 그의 연민과 속죄의 마음이 더욱더 커져 인류애적인 사랑과 구원으로 확대되었음을 그가 의사에서 수도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알게 된다. 자신의 선한 행동과 자기 희생과 봉사를 통해 그는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살아서 구원받지 못한 자신의 아내 우스티나와 아이를 구원하고자 한다. 

그런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 복종은 그의 예루살렘 순례 이후 더 커져서 그는 드디어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자 '라우루스'가 된다. 이제는 약초나 의술이 아닌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믿음으로 그는 치유의 능력을 보여준다.

 

"저는 이제 제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아르세니였고, 우스틴이었고, 암브로시우스였으며, 이제는 라우루스가 되었습니다. 서로 닮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이름과 서로 다른 몸을 가진 네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중략) 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저였던 사람들과 저를 더 이상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삶은 모자이크와 유사해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 494

 

 

  그가 말한 것처럼 그는 아르게니, 우스틴, 암브로시우스, 라우루스라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으로 삶을 살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이 모자이크처럼 흩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로서의 아르게니의 삶도 우스틴, 암브로시우스, 수도자 라우루스 또한 모두 그 자신이고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가 결국 라우루스라는 이름으로 수도자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르게니의 삶을 살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구원과 속죄의 서사가 비록 아내와 아이에 대한 속죄에서 시작하였지만, 결국 그는 러시아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고 안아줄 수 있는 성자로 거듭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의사인 아르게니가 성자 라우루스가 되기까지 과정을 통해 절망과 폐허 속에서도 자신의 선한 본성과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신앙으로 구원과 자기희생의 길을 간 한 인간의 삶을 조망할 수 있었다.  감동적인 서사, 인간에 대한 구원, 자기희생, 속죄 등을 통해 삶의 신비와 인간의 선한 본성과 연민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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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 교유서가 소설
박이강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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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믿음에 대하여"

박이강의  <어느 날 은유 찾아왔다> 를 읽고 



"내일을 위해 바치는 오늘은 기쁨일까 고통일까,"

-박이강 작가의 '믿음'을 주제로 한 9편의 단편집-

 

오늘도 당신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견뎠다.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 당신의 영혼을 갈아넣은지도 어언 10년 째이고 이제는 더이상 갈아넣을 영혼조차 남아있지도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어서 이미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진지 오래이다. 이런 회사원의 애환과 고통을 회사원이 아니라면 그 누가 알까. 

 

이 책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서 작가는 회사 생활에 영혼을 잠식당하며 발이 묶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오피스를 배경으로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삶과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있다. 작가 본인이 회사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직장인으로 느끼는 애환과 고통, 직장 생활에 대한 사유 등이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관행처럼 이야기하는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그 믿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날카롭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파헤치고 있다. 

 

9편의 단편들 중 특히 표제작인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서 작가는  화자인 '나'를 통해 하려다 말고, 하고 싶은데 못 하고, 못 하는 것도 아닌데 안 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고 충동조차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는 친구 경태의 권유로 충동적으로 제주도에 가게 된다. 이렇게 내가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잊은 이유는 '회사에 돈값을 해야 하는''죽어라고 안간힘을 써야 120퍼센트를 겨우 해내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돈값. 맞는 말이다. 월급을 받는 사람은 돈값을 해야 한다. 돈값이 5천원 인 자와 1억인 자가 치러야 할 대가가 같을 수는 없다. 죄지은 자인 나는 시선을 떨구고 벌하는 자인 그의 심판을 담담히 기다린다.

(중략) 회사란 마조히스트로 훈련되는 새장이다. 그 새장 속에서는 영혼이 빠져나가 머리가 작아져야만 가볍게 훨훨 날 수 있다. 나는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는 너무 낮게 그리고 천천히 날고 있다.

 -p. 254~255


 

그런 나에게 '은유'가 나타난다. 은유를 만나면서 나는 자신의 인생이 '발신인 불명 편지' 처럼 되돌려보낼 수 없이 살아왔음을 인식하게 된다. 사무실이 있는 9층 버튼을 깜박 잊고 놓친 나는 은유의 말대로 옥상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그 곳에서 자신이 추락하게 될지, 하늘로 날아가게 될지 더이상은 두려워하지 않고서 말이다.

 

"가보면 알겠지. 추락하게 될지, 하늘로 날아갈지, 그냥 내려올지, 아니면 한동안 별구경이라도 실컷 하다 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해."

-p. 266

 

 

<흔들리는 것들>이나 <파라다이스 리조트>처럼 워커홀릭의 짧은 휴가를 다룬 작품들도 인상깊었다. 일만 하는 워커홀릭에게는 휴가란 어떤 의미일까.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작가는 2년 째 휴가도 반납하고 일에만 전념하는 전형적인 워커홀릭인 희수가 환상의 섬인 몰디브에서 보낸 휴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혼여행지로 최고의 각광을 받은 환상적인 최애의 섬인 몰디브도 희수에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녀가 몰디브로 간 것은 연말 휴가에 대해 사장이 한 말에 맞장구를 쳤기 때문이었다. 

 

연말 휴가가 화제에 오르자 사장은, 그에게 최고의 휴가란 열대 리조트 풀장에서 마타니를 마시며 밀린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p. 97

 

 신임 사장의 신임을 받고 직속 상사와 같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희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설 <월든>까지 챙겨서 몰디브 섬으로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워커홀릭이었던 희수는 휴가지에서도 인터넷이 안 되어 확인하지 못한 이메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중요한 인사고과 시기에 이렇게 한가롭게 휴가를 떠나온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시종을 맡은 버틀러인 아니쉬에게 무례하게 대하고 무시한다. 그동안 희수에게 일을 제외한 나머지 삶이란 '설마 이렇게 끝나진 않겠지'하는 기대 때문에 참고 보노는 지루한 영화 같았다. (p. 106)

 

우여곡절 끝에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희수는 자신이 전혀 최고의 휴가를 보내지 못했음에도 사장에게 '몰디브요? 최고의 휴가였어요.정말 100퍼센트 충전됝 기분이에요.(p. 122)이렇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기분좋아한다. 

 

 

<오피스>나 <도시는 밤>처럼 회사원들의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들도 인상깊었다. 특히 <오피스>에서는 화자인 '나'를 통해 상사에게 비굴에 가까운 선의를 보이면서 비굴하지 않은 내일을 꿈꾸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는 밤>에서 작가는 3년째 계약직만 떠돌고 있는 지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출근시간은 정확히 8시 55분으로 정하고, 점심 같이 먹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은 회사를 떠날 때라고 생각해왔다. 전 직장에서의 상처 때문에, 지수는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고 끼여들지 않고 방임하는 것이 지금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며 계약직을 떠도는 생활을 계속한다. 

 

그 외에 서울의 고급 빌라에 사는 부부과 그들에게 찾아온 외국인 손님과의 만난 이야기인 <방문객>이나, 금융업계의 거물이며 미술계의 큰 손인 디디를 기다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들을 보여주는 <디디를 기다리며>, 소식을 끊고 산 이복 자매인 혜린과 혜선의 이야기인 <2백만 원어치의 마음>도 인상깊었다. 

 

9편의 이야기들 모두 오피스를 배경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 중에는 이미 직장에서 비슷하게 겪어보거나 생각하고 느낀 내용도 많아서 더욱더 공감할 수 있었다. 

 

'소설을 쓰는 일로 기업 세계에서의 삶을 견디는 시간을 지나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 속의 9편의 단편들이 내일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공감과 위로을 주길 바라는 바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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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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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들 숨겨진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의  <마지막 거짓말> 을 읽고



"모두를 다 속인 거짓말이 당신을 놀라게 한다."

-7년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라일리 세이거의 대표소설-

 

15년 전, 한 여름 캠프에서 소녀들이 사라진다.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아이들을 찾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15년 후, 다시 열린 캠프에서 또다시 소녀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어난다. 과연 이 소녀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고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이 이 책  『마지막 거짓말』의 주인공인 에마에게 그런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는 사라진 소녀들과 같은 오두막을 사용했는데 그녀만 그들과 동행하지 않고 오두막에 남아 있었다. 어찌보면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버린 에마는 사라진 소녀들의 행방을 찾으며 15년 동안 그녀를 괴롭힌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녀는 15년 동안 항상 같은 주제로 실종된 소녀들의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시달려온 나이팅게임 캠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던 중 15년 동안 페쇄되었던 나이팅캠프 캠프에 다시 열리게 되고 에마는 캠프에 미술강사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캠프에 참가해서 캠프의 비밀과 소녀들이 사라진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 

 

그래서 작가는 15년 전 나이팅게일에 참여한 에마와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이 사라질 때까지 일어난 일과 15년이 지난 후, 다시 캠프에 참가해서 일어난 일 이렇게 두 개의 방향으로 나뉘어서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15년 전, 에마는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여름방학을 맞아 나이팅게일 캠프에 가게 된다. 그리고 숙소가 모자라서 세 살 위인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과 같은 오두막을 쓰게 된다. 세 명의 언니들 중에서 에마는 리더격인 비비언과 친분을 나누게 되고 그녀를 따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밤, 비비언이 제안한두 진실, 한 거짓 게임을 즐기게 된다.

 

"이제부터 게임을 하려고. '두 진실, 한 거짓말이라는 게임이야.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세 가지를 말하는 거야. 세 가지 말 중에서 둘은 반드시 진실이어야 해.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하겠지. 그런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이 거짓인지 맞히는 거야."

-p. 114

 

이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진실을 빙자하여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고 치부를 드러낸다. 이 게임의 핵심은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라, 진실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말을 통해 상대방을 속이고, 공격하고 비방하게 된다. 주인공 에마 또한 이 게임을 통해 비비언을 공격하고 비비언의 비밀을 폭로하고 분노하게 된다. 결국 그것은 비비언을 포함한 세 명의 소녀들의 실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실종 사건이 있은 지 15년 후, 에마는 다시 그 나이팅게일 캠프에 참여하고, 일부러 그 때와 같은 오두막을 사용하게 된다. 세 명의 소녀들의 실종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에마는 15년이 지난 후 다시 참가된 그 캠프에서 과연 소녀들의 실종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그 소녀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일까. 아니면 미드나이트 호수에 빠져 익사한 것일까? 

 

작가는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나이팅게일 캠프와 소녀들의 실종에 대한 단서들을 제공하면서 15년 전 실종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게 한다. 비비언이 숨겨둔 일기장을 통해 에마는 1800년대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자들과 캠프와 미드나이트 호수에 얽힌 비밀들을 알게 된다. 그 이후, 15년 만에 다시 시작된 나이팅게일 캠프에서는 15년 전과 똑같은 비극이 벌어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에마와 함께 같은 오두막을 사용하게 된 세 명의 소녀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또 반복될 수 있을까. 누가 아이들을 데려간 것일까?

누가 과연 범인인지, 15년 전 용의자로 의심받고 곤욕을 치른 테오인지,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주인공 에마인 것인가. 똑같이 반복된 소녀들의 실종에 대해 에마가 용의자로 몰려 의심을 받는다. 정말로 에마가 모든 사건의 범인인가? 

 

난 미치지 않아. 난 미치지 않아. 난 미치지 않아.

-p. 257

 

나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이제 비밀을 혼자 간직하는 게 두렵다. 비밀이 아니라 모두를 속이는 거짓말이다. 나는 이제 진실을 말하고 싶다. 어쩌면 그동안 나를 괴롭혀온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p. 306

 

 

이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충격적인 반전과 결말을 만나게 된다. 정말 '헉' 하고 놀랄 정도로, 에마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까지도 감쪽같이 속이는 거짓말이 이 책 속에 숨겨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마지막 거짓말'이라고 해서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무엇이 마지막 거짓말일까?" 궁금해하며 책 속 내용 중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책 끝부분에서 그 마지막 거짓말과 그 속에 담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짜맞혀지지 않았던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 그림을 보면서 비로소 빵조각과도 같았던 에마가 발견한 비비언의 단서들, 비비언이 에마에게 했던 말들, 나이팅게일 캠프와 미드나이트 호수의 비밀, 비비언의 언니 캐서린의 죽음 등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 퍼즐을 맞추고 그 퍼즐이 만들어낸 그림들을 보고 마침내 밝혀진 범인을 알고 나니 소름이 끼치고 전율이 일었을 정도였다. 

 

여러가지 단서들과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들 속에서 마침내 찾은 마지막 거짓말이었던 단 하나의 진실! 이 진실을 발견하고 밝히기 위해, 작가는 실종 사건뿐만 아니라, 캠프에 참가한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을 보여준다. 마치 작가가 우리에게 두 가지 진실, 한 가지 거짓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비언의 말대로 작가는 우리를 완벽하게 속인 것 같다. 

 

그 진실과 마지막 거짓말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의 결말까지 열심히 읽어보라고 할 수 있다. 그 거짓말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아마 당신도 숨 막히는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 때문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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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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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작은 빛 따라가는 사람들"

권여름의  <작은 빛 따라서> 를 읽고 



“실패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

-2021년 제 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 -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이 있다면, 그 삶은 힘들지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 꿈과 간절함이 있기에 고통과 시련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와 사랑 속에서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 책 『작은 빛을 따라서』는 인생의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작은 빛을 따라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생을 사는 데 어찌 위기와 실패가 없겠는가. 하지만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든데, 이 책 속 필성 슈퍼 사람들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끈기가 있다. 마치 살아남는 잡초처럼 쓰러질듯 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내장산 길목에 위치한 '필성 슈퍼'를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와 은세, 은동, 은율의 세 자매와 할머니 이렇게 3대가 모여 산다. 마치 가족 기업처럼 가족 모두가 슈퍼 운영에 뛰어든다. 긴급한 상황이 될 때는 내 일, 너의 일 할 것 없이 가족 모두가 일심동체가 된다. '왜 내가 배달을 해야 하느냐' 왜 내가 가게를 봐야 하느냐' 등 평소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도  SOS 상황에 집합 명령이 떨어지면 한 자리에 바로 모인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간의 끈끈한 애정과 단결력을 보여준다. 

 

그렇게 아무런 걱정도 없이 평상시 매출을 올리던 그들의 앞에 엄청난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주변에 입점한 대형마트의 등장이다. 처음에는 엉터리마트였고 그 마트가 망하고 난 뒤 샘골마트가 등장했다. 물론 이 샘골마트 입점 이전에 외국계 대형마트가 등장하려고 하긴 했지만, 다행히 결사적인 투쟁과 서명 활동으로 그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샘골마트는 정말 그들에게 닥친 초대박 위기 상황이었다. 이름도 전통적이고 지역성을 품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또한 칠성 슈퍼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물품을 팔고, 각종 할인 이벤트와 청결한 인테리어로 개점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칠성 슈퍼를 어떻게든 망하지 않고 운영해보기 위해 '두부 한 모도 배달'이나 '배추를 절여드립니다' 와 같은 다양한 방얀을 마련해서 그 위기를 돌파해보지만, 이미 대형 마트로 돌아선 사람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슈퍼를 운영해보려고 고전분투하는 그들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p.243

 

또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다. 주인공 은동은 배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배우 아카데미 학원비를 모으고 있고, 할머니는 한글을 읽고 쓰기 위해 은동을 통해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할머니가 한글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황서운'이 아닌 '황서은'이라는 것을 알고 감격하고 기뻐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부모가 딸이라서 서운해서 서운이라고 지었다고 알았는데, '서은'이라는 이쁘고 세련된 이름이라는 것을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 비로소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쓰고 가족들 이름을 쓰면서 한글을 배워 나가고 나중에는 시까지 써서 문예대회에 금상 수상까지 하는 과정들은 정말 감동적이기도 했다.

또한 은동 역시 비록 배우 아카데미 학원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섬에 나가서라도 물건을 팔고 무엇이라도 해서 슈퍼를 일으키려는 은동의 부모의 노력도 너무나 눈물겨웠다. 

 

모두가 그렇게 자신의 삶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간당간당'하게나마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시련과 위기가 그들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그들은 절대 쓰러지지 않고 '간당간당'하게 잘 버틸 것 같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메일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에 문을 닫는 부모님을 보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기쁨과 존재의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그들은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작은 빛'을 따라 가는 꺾이지 않는 사람들이니깐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아마 우리 인생에도 이런 위기와 시련이 닥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위기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 기쁨, 꿈이 모여 만든 작은 빛이 있기에 우리는 그 빛을 따라갈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닥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어서 좋았다. 

 

'실패의 순간에 도사리는 성공의 순간들'

우리 삶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며 변모한다. 이를 종종 잊기에 나는 이 이야기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p. 262, <작가의 말>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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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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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피터 스완슨의  <살려 마땅한 사람들> 을 읽고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8년 만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죽여 마땅한 사람들>후속 시리즈-

 

8년 만에 피터 스완슨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 후속 시리즈인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와 함께 말이다.

전작에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 인간성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책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과 함께 다시 한번 선과 악의 경계와 기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자신이 판단하는 선악 기준에 따라 마땅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조앤과 리처드, 그들의 살인은 정당한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살인 행각에 대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완전 범죄라고 말하고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과연 그것은 완벽한 범죄이고 살인인가?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남편의 외도 조사를 의뢰하러 온  조앤과 몇 십년만에 조우하게 된 사립탐정이자 조앤의 옛  스승인 킴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한 불륜 조사일거라 생각했지만, 불륜 상대인 조앤의 남편인 리처드와 내연녀였던 팸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전면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이 관계를 끝내자고 하는 팸의 이야기에 분노해서 우발적으로 총을 쏜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이 살인에는 숨겨진 교묘한 트릭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부분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다르다. 1부에서는 조앤과 킴볼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킴볼의 이야기에서는 그가 조앤의 남편 리처드와 팸의 불륜을 확인하기 위해 미행하는 과정 등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면에 조앤의 이야기는 조앤이 리처드를 처음 만났던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 특히 그들의 살인의 시작인 두에인 익사 살인 사건이 이루어지게 된 과정이 나타난다. 익사를 가장한 살인의 성공 이후 조앤과 리처드는 더 대범해져서, 살인을 조장하고 조종하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총격살인사건을 일으켜서 리처드의 친구 제임스가 조앤의 친구인 메디슨을 총으로 쏴 죽이고 제임스 또한 자살하게 만든다.

 

이 두번 째 살인 사건은 2부에서 등장한 '세 번째 인물' 인 리처드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2부에서는 리처드와 킴볼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킴볼은 조앤의 언니인 엘리자베스의 시집을 통해 살인 사건의 단서를 잡고 조앤과 리처드의 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리처드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고, 발각되었다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리처드는 캠벨은 폭탄 테러를 감행한다. 2부에서는 리처드의 얘기를 통해 조앤과 리처드의 살인 모의와 실제적 살인 실행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니 그들이 평상시 서로 모른 채 하면서 거리를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리처드 또한 조앤의 목적에 의해, 조앤을 위해 희생이 된다. 

따지고 보면, 살인 충동과 살인 모의를 해서 살인을 지시한 사람은 조앤 뿐이었다. 리처드는 그런 조앤의 살인 지시를 따른 것뿐, 어쩌면 죽여 마땅한 사람은 바로 '조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3부에서는 죽여 마땅한 인물인 조앤을 처치하려 '착한 살인자' 인 릴리를 본격적으로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릴리 또한 예전에 살인을 했던 인물이지만, 그녀는 조앤과 달리 정말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앤은 그녀 자신이 직접 살인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처드를 조종하여 그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교사하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릴리보다 더 그 죄가 크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릴리와 조앤은 살인을 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의도와 목적면에서 그래도 착한 살인을 한 릴리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듯 하다. 착한 거짓말이 있듯이, 착한 살인도 존재하는 것일까.  

 

착한 살인자 릴리가 결국은 모든 악을 처단하고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다. 악한 자를 벌하고 처단하기 위해 또다시 살인이라는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이 살인은 조앤과 리처드의 살인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인 선이고 악인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착한 살인은 정당한가? 

 

내 생각에 조앤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맞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p.478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서도 여전히 작가는 우리에게 선악의 기준에 대해 묻고 있다. 조앤과 리처드가 죽였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이 아닌 살려 마땅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죽여 마땅한 사람과 살려 마땅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우리는 감히 한 인간의 생명을 두고, 너는 나쁜 행위를 했으니 죽여 마땅하고, 너는 악인을 처벌했으니 살려 마땅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악인을 처벌하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행위를 과연 정당화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도 해본다.

"나는 과연 살려 마땅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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