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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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작은 빛 따라가는 사람들"

권여름의  <작은 빛 따라서> 를 읽고 



“실패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라고 있다.”

-2021년 제 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 -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이 있다면, 그 삶은 힘들지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 꿈과 간절함이 있기에 고통과 시련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와 사랑 속에서 힘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 책 『작은 빛을 따라서』는 인생의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작은 빛을 따라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생을 사는 데 어찌 위기와 실패가 없겠는가. 하지만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든데, 이 책 속 필성 슈퍼 사람들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끈기가 있다. 마치 살아남는 잡초처럼 쓰러질듯 하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내장산 길목에 위치한 '필성 슈퍼'를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와 은세, 은동, 은율의 세 자매와 할머니 이렇게 3대가 모여 산다. 마치 가족 기업처럼 가족 모두가 슈퍼 운영에 뛰어든다. 긴급한 상황이 될 때는 내 일, 너의 일 할 것 없이 가족 모두가 일심동체가 된다. '왜 내가 배달을 해야 하느냐' 왜 내가 가게를 봐야 하느냐' 등 평소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도  SOS 상황에 집합 명령이 떨어지면 한 자리에 바로 모인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간의 끈끈한 애정과 단결력을 보여준다. 

 

그렇게 아무런 걱정도 없이 평상시 매출을 올리던 그들의 앞에 엄청난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주변에 입점한 대형마트의 등장이다. 처음에는 엉터리마트였고 그 마트가 망하고 난 뒤 샘골마트가 등장했다. 물론 이 샘골마트 입점 이전에 외국계 대형마트가 등장하려고 하긴 했지만, 다행히 결사적인 투쟁과 서명 활동으로 그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샘골마트는 정말 그들에게 닥친 초대박 위기 상황이었다. 이름도 전통적이고 지역성을 품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또한 칠성 슈퍼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물품을 팔고, 각종 할인 이벤트와 청결한 인테리어로 개점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칠성 슈퍼를 어떻게든 망하지 않고 운영해보기 위해 '두부 한 모도 배달'이나 '배추를 절여드립니다' 와 같은 다양한 방얀을 마련해서 그 위기를 돌파해보지만, 이미 대형 마트로 돌아선 사람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슈퍼를 운영해보려고 고전분투하는 그들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p.243

 

또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이루고 싶은 꿈들이 있다. 주인공 은동은 배우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배우 아카데미 학원비를 모으고 있고, 할머니는 한글을 읽고 쓰기 위해 은동을 통해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할머니가 한글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황서운'이 아닌 '황서은'이라는 것을 알고 감격하고 기뻐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부모가 딸이라서 서운해서 서운이라고 지었다고 알았는데, '서은'이라는 이쁘고 세련된 이름이라는 것을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 비로소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쓰고 가족들 이름을 쓰면서 한글을 배워 나가고 나중에는 시까지 써서 문예대회에 금상 수상까지 하는 과정들은 정말 감동적이기도 했다.

또한 은동 역시 비록 배우 아카데미 학원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섬에 나가서라도 물건을 팔고 무엇이라도 해서 슈퍼를 일으키려는 은동의 부모의 노력도 너무나 눈물겨웠다. 

 

모두가 그렇게 자신의 삶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간당간당'하게나마 위기 상황 속에서도 가족간의 믿음과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시련과 위기가 그들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그들은 절대 쓰러지지 않고 '간당간당'하게 잘 버틸 것 같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메일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에 문을 닫는 부모님을 보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삶의 기쁨과 존재의 가치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그들은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작은 빛'을 따라 가는 꺾이지 않는 사람들이니깐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아마 우리 인생에도 이런 위기와 시련이 닥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위기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 기쁨, 꿈이 모여 만든 작은 빛이 있기에 우리는 그 빛을 따라갈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닥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어서 좋았다. 

 

'실패의 순간에 도사리는 성공의 순간들'

우리 삶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며 변모한다. 이를 종종 잊기에 나는 이 이야기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p. 262, <작가의 말>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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