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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평점 :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피터 스완슨의 <살려 마땅한 사람들>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09/pimg_7526911564078574.jpg)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8년 만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죽여 마땅한 사람들>후속 시리즈-
8년 만에 피터 스완슨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 후속 시리즈인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와 함께 말이다.
전작에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 인간성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책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당신은 살려 마땅한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과 함께 다시 한번 선과 악의 경계와 기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자신이 판단하는 선악 기준에 따라 마땅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조앤과 리처드, 그들의 살인은 정당한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살인 행각에 대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완전 범죄라고 말하고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과연 그것은 완벽한 범죄이고 살인인가?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남편의 외도 조사를 의뢰하러 온 조앤과 몇 십년만에 조우하게 된 사립탐정이자 조앤의 옛 스승인 킴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범한 불륜 조사일거라 생각했지만, 불륜 상대인 조앤의 남편인 리처드와 내연녀였던 팸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전면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이 관계를 끝내자고 하는 팸의 이야기에 분노해서 우발적으로 총을 쏜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이 살인에는 숨겨진 교묘한 트릭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부분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다르다. 1부에서는 조앤과 킴볼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킴볼의 이야기에서는 그가 조앤의 남편 리처드와 팸의 불륜을 확인하기 위해 미행하는 과정 등 현재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면에 조앤의 이야기는 조앤이 리처드를 처음 만났던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 특히 그들의 살인의 시작인 두에인 익사 살인 사건이 이루어지게 된 과정이 나타난다. 익사를 가장한 살인의 성공 이후 조앤과 리처드는 더 대범해져서, 살인을 조장하고 조종하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총격살인사건을 일으켜서 리처드의 친구 제임스가 조앤의 친구인 메디슨을 총으로 쏴 죽이고 제임스 또한 자살하게 만든다.
이 두번 째 살인 사건은 2부에서 등장한 '세 번째 인물' 인 리처드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2부에서는 리처드와 킴볼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킴볼은 조앤의 언니인 엘리자베스의 시집을 통해 살인 사건의 단서를 잡고 조앤과 리처드의 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리처드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고, 발각되었다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리처드는 캠벨은 폭탄 테러를 감행한다. 2부에서는 리처드의 얘기를 통해 조앤과 리처드의 살인 모의와 실제적 살인 실행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니 그들이 평상시 서로 모른 채 하면서 거리를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리처드 또한 조앤의 목적에 의해, 조앤을 위해 희생이 된다.
따지고 보면, 살인 충동과 살인 모의를 해서 살인을 지시한 사람은 조앤 뿐이었다. 리처드는 그런 조앤의 살인 지시를 따른 것뿐, 어쩌면 죽여 마땅한 사람은 바로 '조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3부에서는 죽여 마땅한 인물인 조앤을 처치하려 '착한 살인자' 인 릴리를 본격적으로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릴리 또한 예전에 살인을 했던 인물이지만, 그녀는 조앤과 달리 정말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앤은 그녀 자신이 직접 살인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처드를 조종하여 그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교사하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릴리보다 더 그 죄가 크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릴리와 조앤은 살인을 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의도와 목적면에서 그래도 착한 살인을 한 릴리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듯 하다. 착한 거짓말이 있듯이, 착한 살인도 존재하는 것일까.
착한 살인자 릴리가 결국은 모든 악을 처단하고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다. 악한 자를 벌하고 처단하기 위해 또다시 살인이라는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이 살인은 조앤과 리처드의 살인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인 선이고 악인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착한 살인은 정당한가?
내 생각에 조앤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맞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p.478
이 책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서도 여전히 작가는 우리에게 선악의 기준에 대해 묻고 있다. 조앤과 리처드가 죽였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이 아닌 살려 마땅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죽여 마땅한 사람과 살려 마땅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우리는 감히 한 인간의 생명을 두고, 너는 나쁜 행위를 했으니 죽여 마땅하고, 너는 악인을 처벌했으니 살려 마땅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악인을 처벌하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행위를 과연 정당화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도 해본다.
"나는 과연 살려 마땅한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