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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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따른 슬픔과 고통을 다룬 심리 스릴러"

 

박산호 <너를 찾아서>를 읽고 



 "그녀가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스릴러 번역가 박산호의 첫 번째 심리 스릴러 작품-

 

 

어느 날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이, 사랑하는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려서 흔적 조차, 어떤 단서조차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너를 찾아서』에서 저자는'아랑'이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인 선우,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아난, 그녀의 다섯 살 아들인 연구가 각각 느끼는 감정과 심리에 대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추적해 나간다. 

 

저자는 그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였다. 오랜 기간 스릴러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배운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직접 스릴러 소설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책 『너를 찾아서』이다. 작품 속 등장 인물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그 등장인물과 관련된 세 명의 인물들이 각각 자신의 시점에서 보고 느낀 것을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은  『토니와 수잔』처럼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등장인물인 선우, 아난, 연우 세 사람의 이야기가 각각 자신의 시점에서 각각 따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액자식 구성 같은 형태도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과 목적 아래 세 사람의 다양한 시점과 심리를 통해 작품을 다각도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작품은 먼저 '선우'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선우는 자살한 엄마와 난봉꾼 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이 높였지만, 정작 아들인 선우에게 관심도없고 자식이 아닌 자신의 체면을 지켜줄 그런 존재로 취급한다. 그의 아버지는 가정을 등한시한채, 난봉꾼처럼 문란한 생활을 하게 되고, 이런 남편의 행동에 힘들어하던 선우의 어머니는 자살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족조차 버린 선우의 앞집에 한 여자가 이사오게 된다. 남편도 없이 혼자 갓난아이를 키우는 여자 '아랑'은 선우네 집 옆집에 와서 생활을 하게 된다. 아랑의 다정하고 강단있는 모습에 반한 선우는 아랑에게 빠지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랑이 사라져버리고 선우는 아랑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아랑을 찾아 10년을 헤매게 된다. 15살 사춘기 소년의 풋풋한 사랑에서 시작된 아랑에 대한 마음이 성인이 된 선우의 마음 속에 남았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된 선우 앞에 아랑과 닮은 모습의 '지아'기 나타나는데, 지아는 과연 아랑과 무슨 관계일까. 지아의 목에 걸린 오른쪽 하트 목걸이와 아랑이 항상 차고 있던 왼쪽 하트 목걸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다음 이야기는 아랑의 쌍둥이 언니인 아난의 이야기이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 덕분에 아랑과 아난 쌍둥이 자매는 미국에서 자랐다. 그러다 갑자기 아난이 임신과 함께 홀연히 한국으로 떠나게 된다. 아난을 비롯한 가족들은 아랑과 거의 소식을 끊은 채 생활하던 중, 어느 날 한국에서 아랑의 실종 소식과 함께 아랑의 아들 연우의 소식이 들려온다. 갑자기 사라진 아랑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린 선우를 돌보러 아난은 한국에 가게 된다. 그녀는 한국에 가서 연우를 돌보면서 아랑의 흔적을 찾으러 나선다. 그러나, 아랑이 왜 사라진 것인지, 어디로 간 것인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아랑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는 아랑의 아들 연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인 아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연우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그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연우는 엄마인 아랑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갓난아이였던 연우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그녀는 아이마저 버리고 가버린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다.

 

10년이 넘도록 아랑을 행방을 찾는 세 명의 사람들 선우, 아난, 연우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랑을 만날 수있을까. 도대체 아랑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랑을 찾겠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그 세 명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나중에 각각 떨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고 난 후 밝혀지는 어두운 비밀 또한 충격적이다.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구성과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 같다.

 

 

내게 팔을 잡힌 선우가 날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그렇듯 어마어마한 현기증이 일었다. 그 바람에 선우에게 몸이 기울어지자 엉겁결에 나를 받쳐 주려던 그가 내 목을 봤다. 순간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뭐라고 한 거지? 그러더니 내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도로를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가 비틀거렸다. 발을 헛디딘 게 분명했다. 때로 운명은 한 순간에 결정된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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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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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본 식물의 이동 역사"

 

루크 키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를 읽고 

 


"한 식물 애호가의 호기심은 어떻게 세계 역사를 바꾸었나"

-역사가이자 큐레이터인 루크 키오가 전 세계를 돌며 추적한 워디언 케이스의 흔적-

 

식물원이나 아름다운 정원 속 이국적인 식물을 보면 이 식물들을 어떻게 우리나라로 가지고 왔을까 하고 궁금해한 적이 있다. 단순히 그런 궁금증에 그친 그 생각과 호기심을 발전시켜서 전 세계 역사를 바꾼 사람이 있다. 바로 워디언 케이스를 만든 장본인 '너새니얼 워드'이다. 식물의 역사에 있어서 식물의 이동성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발명품이 워디언 케이스이다. 이것은 일종의 휴대용 테라리움 장치를 말한다. 이 워디언 케이스 덕분에 세계 식물 종을 수집해서 '살아있는 채로' 유럽으로 운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는 워디언 케이스의 발명부터 시작하여 이 워디언 케이스가전 세계 식물을 옮기며 세계사에 변혁을 일으킨 자취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또한 식물을 운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세기에 걸쳐 담겨있다. 특히 자연을 향항 인간의 인식과 그 관계가 식물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능력에 따라거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워디언 케이스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이 워디언 케이스의 발명이 세계 식물의 역사에 끼친 영향 등 워디언 케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순서에 따라 역사적으로 조망한다. 확실히 워디언 케이스는 기술 수단으로서 식물 운반의 가능성을 열었고, 밀폐 상자로서 식물과 식물 이외의 부산물을 운반하였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며, 워디언 케이스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이다. 

 

워디언 케이스는 단순한 운반 수단이 아니라 전 세계 환경 작동 방식의 큰 변화를 목격한 “핵심 운반 수단”이었다.
- p.16

 

그러나 워디언 케이스의 발명으로 다양한 식물 운반이 가능해지기도 했지만 유익하거나 비싼 작물을 자배하여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열망, 이로 인해 이루어진 식물의 이식, 인간이 감당해야했던 환경의 변화 등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하였다. 

저자는 식물 운반이나 이동이라는 가능성 외에도 다양한 식물 유입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에도 주목을 한다. 

 

우리의 환경 정책은 식물의 운반에서 이제는 그 흐름을 규제하는 것으로 지난 2세기에 걸쳐 변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균형은 우리 인간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워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운반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 p.34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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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강지영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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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야기들

 

강지영, 윤자영, 정명섭, 전건우, 조영주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를 읽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느와르의 향기를 입혔다."

-다섯 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느와르 소설들-

 

 

당신은 느와르 소설을 좋아하는가?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범죄 이야기를 즐겨 읽는 사람으로써, 이 책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에서 강지영, 윤자영, 정명섭, 전건우, 조영주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느와르 향기를 입은 이야기들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런데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범죄 이야기들이 우리 일상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은 얼마든지 우리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 속의 주인공들이 겪은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일어날 사건 일수도 있을 것이다. 

 

전건우 작가의 『프리랜서에게 자비는 없다』에서 주인공 도민혁이 겪는 이야기는 정말 '어떻게 일상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말 신기하고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살아가다보면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실제로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 작가로서 주로 느와르 소설을 쓰는 도민혁, 그는 결혼을 앞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한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려면 4대 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안정되고 번듯한 직장이 필요했기에 그는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낸다. 그런데 치명적인 실수로 인하여 원하던 '스토리 회사'가 아닌 '조폭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프리랜서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만 보고 그만 실수로 조폭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버린 것이다. 

 

"서방 유통에 입사한 걸 축하하네."

김서방 대표는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는 것을. 다시는, 평범했던 프리랜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p. 27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일상 속에서 펼쳐진다. 불안정한 프리랜서 일을 청산하고 그저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여 결혼하는 게 목표였는데, 조폭 회사에 취직하다니 정말 실수도 이런 어쩌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의 주인공 도민혁은 이 곳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폭들에게 그의 정체를 들키는 날에는 그는 끝장날텐데 말이다. 그런 걱정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정말 영화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마치 주인공 도민혁이 그가 지금까지 써 온 느와르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로서의 기지와 지혜로 슬기롭게 위기 상황을 벗어난다. 

 

그동안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힘든 삶을 살아온 그의 말을 통해 프리랜서로 불안무나 그 삶이 절박하고 힘겹기에 자비를 베풀 여유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불안정하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당한 힘겨움과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프리랜서 작가들도 그런 고충을 느끼면서도 오늘도 묵묵히 노트북 키보드를 누르고 있지는 않을까.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제가 회사에 들어갈 거라니까 누가 그러더라고요. 후배들 앞길 막지 말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네가 절박함을 알아? 배고픔을 알아? 집 없고 돈 없는 설움을 아느냐고! 솔직히 이 바닥에서는 다 경쟁자 아닙니까? 후배라서 봐주고, 동료라서 봐주는 게 어디 있습니까? 절박하면, 자비가 없어집니다. 자비를 베풀 여유가 없는 거죠. 하하.”
-p.53

 

 

나머지 4편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느와르 소설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한국 소설을 리드하는 다섯 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어둡고 비정한 느와르 세계를 통해 재미와 통쾌함을 느껴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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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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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바뀌면 인생도 바뀔 수 있을까"


이시카와 히로시카 <외모 대여점>을 읽고 



"희망하신 외모를 준비해두었습니다

이 외모로 대여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이야기-

 

 

TV  드라마 속 예쁜 연예인을 보면서 그들의 외모에 부러워하며 '나도 저런 외모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직도 외모에 의해 차별 당하고 평가 당하는 세상에서 정말 자신이 원하는 외모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이 실제로 이야기가 되어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외모 대여점』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외모로 바꿀 수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면서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보았다. 

 

외딴 마을 변두리에 자리잡은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는 먼가 특별한 것이 있다. 평범한 대여점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특별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여점에는 특별한 직원들과 점장이 있다. 바로 점장인 안지와 그의 직원들인 구레하, 사와카, 호노카, 마토이 이다. 처음에는 이름과 외양을 보았을 때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 직원들은 인간으로 둔갑한 '변신 여우'이다. 변신 여우라면 천년 묵은 구미호를 떠올리게 되는데 비슷한 것일까. 이들은 변신 여우로써 무엇으로든 둔갑할 수 있는 만능둔갑술을 지녀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서 외모 대여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신 여우들을 부리는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의 점장인 안지가 있다. 그는 할아버지인 소노지로부터 여우를 부려 외모를 바꿔 주는 신비한 능력을 물려받았다. 대학교 1학년 생이며 헝클어진 부스스한 머리와 목이 늘어난 줄무늬 티셔츠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점장인 아즈마 안지의 이런 부시시하고 헝클어진 모습에 반해 그의 직원들은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빼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복장을 갖추고 멋진 외모의 구례하, 흰색이 잘 어울리는 쿨하고 잘 생긴 외모의 사와카, 뒤돌아볼 만큼 엄청난 미소녀의 모습인 호노카, 잘생긴 미소년의 모습인 마토이, 그래서 외모 대여점에 찾아온 손님들은 먼저 직원들의 외모에 반하게 된다.

 

겉보기엔 잡다한 물건들을 빌려주는 대여점이지만 이 대여점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그 특별한 규칙들은 무엇이고, 그들은 손님이 원하는 외모가 무엇이든지 대여가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외모를 대여하고자 하는 손님과 사람으로 둔갑한 변신 여우와 혼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과 관련해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 범죄 행위에 이용하지 말 것.
두 번째,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

 

첫 번째 규칙은 충분히 다른 사람 외모로 범죄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꼭 필요한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두 번째 규칙이다. 외모를 대여할 때  변신 여우와 손님의 혼이 바뀌게 된다. 즉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외모로 둔갑한 변신 여우의 외모를 가지고 변신 여우는 본래 손님의 외모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손님들은 자신의 외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손님의 외모를 한 변신 여우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그런 두 가지 특별한 규칙을 준수하면서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는 10명의 각각 다른 나이와 외모를 가진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원하는 외모는 '여장을 해도 봐줄 만한 남자', '팜브파탈 같은 여인' '엄청나게 귀여운 여자 아이' 등 원하는 외모도 각기 다른데, 그들은 대여한 외모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10명의 손님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외모를 빌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대여한 외모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외모를 한 채 자신과 동행하는 변신 여우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나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들이 반할 만한 '미소녀'의 모습으로 대여하기를 원하는 17세 소녀는 외모 대여를 통해 외모라는 것이 얼굴 생김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외모 대여를 통해 한층 더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다. 또한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는데, 아동폭력과 아동방치에 의해 위험한 처한 아이를 구해주기 위해 '성인'의 외모를 대여한 11살 소녀이 있었다.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경찰에 신고하면 믿어주지 않고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서, 어른의 외모가 되어 경찰에서 찾아간 것이다. 

 

"나 자신도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다른 애를 구해달라고 부탁할만한 어른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p. 104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비쩍 마른 남고생'의 외모를 대여한 손님이 있었다. 자신이 과거 섭식 장애를 가져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과 똑같은 장애를 겪은 소년을 도와주고 싶었다면서 외모 대여의 이유를 밝힌 38세 남자도 있었다.

이들 외에도 나이와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외모 대여를 주문하는 외모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 그리고 그 외모 대여의 이유도 각각 다르지만, 그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공감을 자아내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외모, 성별, 나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우리가 얼마나 평가받고 고통받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여우술사인 안지와 직원들인 변신 여우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중간 중간 여우술사가 된 점장 아즈마 안지의 출생의 비밀과 여우술사가 된 과정이 밝혀진다. 그 중에서 가혹한 것은 여우술사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은 궁합이 좋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규칙이다. 그것 때문에 아즈마 안지는 친구 하나 없이, 사랑하는 사람 없이 그렇게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즈마 안지는 그런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변신 여우들과 함께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들이 그 대여점을 운영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그 대여점 이야기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가게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런 가게가 있다면 나는 어떤 외모를 대여하고 싶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조금은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책 『외모 대여점』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한 외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닫게 된다. 10명의 손님들의 사례를 통해 외모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게 된다. 외모가 바뀐다고 인생 자체가 달라지지 않겠지만, 평소 자신이 동경했던 외모를 대여함으로써,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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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 좋은 사람과 만만한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함광성 지음 / 웨일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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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에게 맞추는 삶을 벗어나기 위한 심리 연습"

 

함광성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를 읽고

 


"처음 보는 사람의 눈치는 보면서
왜 
내 눈치는 보지 않나요?"

-강박적 배려, 타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관계를 맺는 법-


우리는 지금까지 '배려는 미덕'이라고 배워왔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해왔다. 타인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곤 했다. 그런데 정말 항상 나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할까. 자신을 먼저 챙기고,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미덕이 아닌 강박이 된 것은 아닐까. 

 

요즘 인간 관계로 인해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등 내가 맺고 있는 인간 관계들이 때론 버겁게 느껴진다. 나 또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교육받아온 세대라 나를 먼저 챙기고 생각하는 것이 왠지 잘못된 행동같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교 사상에 젖어 있어서 더욱더 그런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는 강박적으로, 습관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다 보면 정작 나를 배려하는 방법을 점점 잊어버리게 된다고 이 책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의 저자이자 상담 심리 전문가 함광성씨는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남 탓보다는 내 탓이 자연스럽고 습관적인 자책으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사람들, 즉 타인에게는 따뜻하고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차갑고 엄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의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마치 저자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또한 그런 타입인 것 같고, 그래서 남에게는 관대하고 친절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나를 스스로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고 그가 제시하는 솔루션이 마음에 와닿았다. 

 

저자는 남에게 맞추는 삶, 내 탓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마 누구나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는데 마치 그 문제 발생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 같고, 내 잘못인 것 같이 느껴질 때는 없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나치게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있지 않나.정작 나 자신은 미워하고 예쁘게 봐주지 못하면서 말이다.

 

“나 역시도 늘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엄격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 내 탓을 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죄송하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고 살았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잘 봐주지는 않으면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살았다.”

-저자의 말-

 

저자 또한 남에게 맞추는 삶을 살아왔고, 자신의 탓을 하기에 바빴고,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저자의 솔직한 고백을 통해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어쩌면 당연한듯이 여겨왔던 남에게 맞추었던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타인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고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을 미덕이 있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칭송해왔고,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강요해왔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1장에서는 죄책감과 수치심이 우리 삶을 얼마나 괴롭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2장을 통해 이러한 죄책감과 수치심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말해준다.

이러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3장에서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5가지 방법들 중에서 첫 번째 방법인 '문제로부터 나를 분리하는 방법'이 지금 내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 같다. 보통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마치 나의 문제, 나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심각하면 마치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 같이 느껴진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을  '이상한 나'로 스스로 정의해버리는 것은 본인을 셀프로 문제아로 낙인찍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면 자신을 더 심하게 자책하고 비난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스스로 위로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와 나를 분리해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도 있지만,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능력 밖의 일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저자는 수년 간 다정하고 세심한 상담가로 내담자들과 상담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치유해주는 일을 담당해왔다. 저자는 저자의 내담 경험과 심리학 이론들이 잘 결합하여 효과적인 심리 솔류션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죄책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를 존중하는 마음,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관심의 초점을 남이 아닌 나에게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알아차림은 내 마음 속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킨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우리를 자꾸만 미루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남이 아닌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저자가 제시하는 효과적인 심리 솔루션을 당신의 문제 상황에도 적용해보면서 남에게 맞추고, 지나치게 남을 배려하는 삶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Fake it till you make it!"


이라는 말처럼 자존감이 높아질 때까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척 해보면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진정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당신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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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순 2022-12-21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맞는 말입니다.. 글 너무 잘 쓰셨네요! ㅎㅎ 🙌👏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는 제목만으로도 너무 힐링 됐어서 저도 바로 구입해서 후루룩 읽은 책이에요 ㅋㅋㅋㅋ 이번에 비슷한 맥락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도 훅 꽂히더라구요 지금 예약 판매 중이던데 바로 장바구니 담아놓고 내일 배송 오는 거 기다리고 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