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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평점 :
"외모가 바뀌면 인생도 바뀔 수 있을까"
이시카와 히로시카의 <외모 대여점>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909/pimg_7526911563552335.jpg)
"희망하신 외모를 준비해두었습니다
이 외모로 대여하시겠습니까?"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이야기-
TV 드라마 속 예쁜 연예인을 보면서 그들의 외모에 부러워하며 '나도 저런 외모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직도 외모에 의해 차별 당하고 평가 당하는 세상에서 정말 자신이 원하는 외모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이 실제로 이야기가 되어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외모 대여점』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외모로 바꿀 수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면서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보았다.
외딴 마을 변두리에 자리잡은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는 먼가 특별한 것이 있다. 평범한 대여점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특별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여점에는 특별한 직원들과 점장이 있다. 바로 점장인 안지와 그의 직원들인 구레하, 사와카, 호노카, 마토이 이다. 처음에는 이름과 외양을 보았을 때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 직원들은 인간으로 둔갑한 '변신 여우'이다. 변신 여우라면 천년 묵은 구미호를 떠올리게 되는데 비슷한 것일까. 이들은 변신 여우로써 무엇으로든 둔갑할 수 있는 만능둔갑술을 지녀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서 외모 대여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신 여우들을 부리는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의 점장인 안지가 있다. 그는 할아버지인 소노지로부터 여우를 부려 외모를 바꿔 주는 신비한 능력을 물려받았다. 대학교 1학년 생이며 헝클어진 부스스한 머리와 목이 늘어난 줄무늬 티셔츠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점장인 아즈마 안지의 이런 부시시하고 헝클어진 모습에 반해 그의 직원들은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빼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복장을 갖추고 멋진 외모의 구례하, 흰색이 잘 어울리는 쿨하고 잘 생긴 외모의 사와카, 뒤돌아볼 만큼 엄청난 미소녀의 모습인 호노카, 잘생긴 미소년의 모습인 마토이, 그래서 외모 대여점에 찾아온 손님들은 먼저 직원들의 외모에 반하게 된다.
겉보기엔 잡다한 물건들을 빌려주는 대여점이지만 이 대여점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그 특별한 규칙들은 무엇이고, 그들은 손님이 원하는 외모가 무엇이든지 대여가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외모를 대여하고자 하는 손님과 사람으로 둔갑한 변신 여우와 혼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과 관련해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 범죄 행위에 이용하지 말 것.
두 번째,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
첫 번째 규칙은 충분히 다른 사람 외모로 범죄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꼭 필요한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두 번째 규칙이다. 외모를 대여할 때 변신 여우와 손님의 혼이 바뀌게 된다. 즉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외모로 둔갑한 변신 여우의 외모를 가지고 변신 여우는 본래 손님의 외모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손님들은 자신의 외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손님의 외모를 한 변신 여우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그런 두 가지 특별한 규칙을 준수하면서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에는 10명의 각각 다른 나이와 외모를 가진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원하는 외모는 '여장을 해도 봐줄 만한 남자', '팜브파탈 같은 여인' '엄청나게 귀여운 여자 아이' 등 원하는 외모도 각기 다른데, 그들은 대여한 외모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10명의 손님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외모를 빌리려고 한다. 처음에는 그 대여한 외모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외모를 한 채 자신과 동행하는 변신 여우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나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고등학교 여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들이 반할 만한 '미소녀'의 모습으로 대여하기를 원하는 17세 소녀는 외모 대여를 통해 외모라는 것이 얼굴 생김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외모 대여를 통해 한층 더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다. 또한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는데, 아동폭력과 아동방치에 의해 위험한 처한 아이를 구해주기 위해 '성인'의 외모를 대여한 11살 소녀이 있었다.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경찰에 신고하면 믿어주지 않고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서, 어른의 외모가 되어 경찰에서 찾아간 것이다.
"나 자신도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다른 애를 구해달라고 부탁할만한 어른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p. 104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비쩍 마른 남고생'의 외모를 대여한 손님이 있었다. 자신이 과거 섭식 장애를 가져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과 똑같은 장애를 겪은 소년을 도와주고 싶었다면서 외모 대여의 이유를 밝힌 38세 남자도 있었다.
이들 외에도 나이와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외모 대여를 주문하는 외모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 그리고 그 외모 대여의 이유도 각각 다르지만, 그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공감을 자아내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외모, 성별, 나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우리가 얼마나 평가받고 고통받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여우술사인 안지와 직원들인 변신 여우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중간 중간 여우술사가 된 점장 아즈마 안지의 출생의 비밀과 여우술사가 된 과정이 밝혀진다. 그 중에서 가혹한 것은 여우술사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은 궁합이 좋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규칙이다. 그것 때문에 아즈마 안지는 친구 하나 없이, 사랑하는 사람 없이 그렇게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즈마 안지는 그런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변신 여우들과 함께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들이 그 대여점을 운영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그 대여점 이야기가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가게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런 가게가 있다면 나는 어떤 외모를 대여하고 싶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조금은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상상도 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책 『외모 대여점』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한 외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닫게 된다. 10명의 손님들의 사례를 통해 외모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게 된다. 외모가 바뀐다고 인생 자체가 달라지지 않겠지만, 평소 자신이 동경했던 외모를 대여함으로써,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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