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별에 따른 슬픔과 고통을 다룬 심리 스릴러"

 

박산호 <너를 찾아서>를 읽고 



 "그녀가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스릴러 번역가 박산호의 첫 번째 심리 스릴러 작품-

 

 

어느 날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이, 사랑하는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려서 흔적 조차, 어떤 단서조차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너를 찾아서』에서 저자는'아랑'이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인 선우,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아난, 그녀의 다섯 살 아들인 연구가 각각 느끼는 감정과 심리에 대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추적해 나간다. 

 

저자는 그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였다. 오랜 기간 스릴러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배운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직접 스릴러 소설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책 『너를 찾아서』이다. 작품 속 등장 인물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그 등장인물과 관련된 세 명의 인물들이 각각 자신의 시점에서 보고 느낀 것을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은  『토니와 수잔』처럼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등장인물인 선우, 아난, 연우 세 사람의 이야기가 각각 자신의 시점에서 각각 따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액자식 구성 같은 형태도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과 목적 아래 세 사람의 다양한 시점과 심리를 통해 작품을 다각도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작품은 먼저 '선우'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선우는 자살한 엄마와 난봉꾼 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의 아버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이 높였지만, 정작 아들인 선우에게 관심도없고 자식이 아닌 자신의 체면을 지켜줄 그런 존재로 취급한다. 그의 아버지는 가정을 등한시한채, 난봉꾼처럼 문란한 생활을 하게 되고, 이런 남편의 행동에 힘들어하던 선우의 어머니는 자살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가족조차 버린 선우의 앞집에 한 여자가 이사오게 된다. 남편도 없이 혼자 갓난아이를 키우는 여자 '아랑'은 선우네 집 옆집에 와서 생활을 하게 된다. 아랑의 다정하고 강단있는 모습에 반한 선우는 아랑에게 빠지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랑이 사라져버리고 선우는 아랑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아랑을 찾아 10년을 헤매게 된다. 15살 사춘기 소년의 풋풋한 사랑에서 시작된 아랑에 대한 마음이 성인이 된 선우의 마음 속에 남았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된 선우 앞에 아랑과 닮은 모습의 '지아'기 나타나는데, 지아는 과연 아랑과 무슨 관계일까. 지아의 목에 걸린 오른쪽 하트 목걸이와 아랑이 항상 차고 있던 왼쪽 하트 목걸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다음 이야기는 아랑의 쌍둥이 언니인 아난의 이야기이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 덕분에 아랑과 아난 쌍둥이 자매는 미국에서 자랐다. 그러다 갑자기 아난이 임신과 함께 홀연히 한국으로 떠나게 된다. 아난을 비롯한 가족들은 아랑과 거의 소식을 끊은 채 생활하던 중, 어느 날 한국에서 아랑의 실종 소식과 함께 아랑의 아들 연우의 소식이 들려온다. 갑자기 사라진 아랑 때문에 엄마를 잃어버린 선우를 돌보러 아난은 한국에 가게 된다. 그녀는 한국에 가서 연우를 돌보면서 아랑의 흔적을 찾으러 나선다. 그러나, 아랑이 왜 사라진 것인지, 어디로 간 것인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아랑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는 아랑의 아들 연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인 아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연우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그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연우는 엄마인 아랑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갓난아이였던 연우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그녀는 아이마저 버리고 가버린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다.

 

10년이 넘도록 아랑을 행방을 찾는 세 명의 사람들 선우, 아난, 연우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랑을 만날 수있을까. 도대체 아랑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랑을 찾겠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그 세 명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나중에 각각 떨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고 난 후 밝혀지는 어두운 비밀 또한 충격적이다.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구성과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 같다.

 

 

내게 팔을 잡힌 선우가 날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그렇듯 어마어마한 현기증이 일었다. 그 바람에 선우에게 몸이 기울어지자 엉겁결에 나를 받쳐 주려던 그가 내 목을 봤다. 순간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뭐라고 한 거지? 그러더니 내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도로를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가 비틀거렸다. 발을 헛디딘 게 분명했다. 때로 운명은 한 순간에 결정된다.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