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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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판타지 무한한 세계"


이장우의<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을 읽고 


"인간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다면"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탄생과 진화, 우주의 질서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서사-

 

만약 당신이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삭제하고 싶은가? 또 이미 지나간 기억을 복원할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스럽고 힘겨웠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아직도 코로나는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 많고 특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재작년 한해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누군가가 나의 기억에서 그 기억을 싹둑 잘라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처럼 기억은 우리 인생의 행복, 슬픔, 고통 등과 관련 있다.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생성되고 저장되는 것일까. 뇌과학의 발달로 기억에 대한 미스터리가 많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뉴런과 시냅스의 작용에 따른 활동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우리에게 기억이 가지는 의미는 그보다 더 심오하고 큰 것 같다. 

 

이 책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은 인간의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탄생, 진화 나아가 우주의 질서까지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억을 삭제하고 복원하는 에스프레소 샷을 판매하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생각했는데, 656쪽의 방대한 서사를 읽고 나서는 단순히 기억의 삭제와 복원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이었던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 사건으로 등장하였다. 코로나의 발생, 발생원인, 코로나의 구조, 코로나의 변이 등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접선을 하고 소통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을 꾀할 수 있을까 등 현실적인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논의까지 서술이 되어 있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등장한다. 에스프레소 샷을 주문하면 기억을 삭제하거나 복원할 수 있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을 비롯해서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하여 인간의 기억을 저장, 편집, 가공, 재생산하는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기억재생 원두를 만들고 보관하는 기억리저브 매장과 로스터리 매장 등 이 모든 기관들이 기억과 관련된 일을 한다. 또한 인간의 탄생과 진화 또한 기억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며, 이런 인류의 역사와 진화 발전 과정을 기억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마치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를 통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산하에 있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와 같은 여러 기관들과 그 기관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크리스퍼 요원들을 포함한 뉴클레아스 요원들의 활약으로 인해 인간의 기억은 저장되고 보존되고 삭제되어 온 것이다.

 

 작가는 코로나 사태를 반영하여 작품 속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기억이 조작되는 기억 파편 현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코로나 총사령부의 최고 지휘자인 술탄코로나와 교신을 가능하게 한다. 심해기억저장위원회의 핵심 지도자인 닥터 제닝스는 술탄코로나와 교신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종족이 절대복종하는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이것을 통해서만 인류의 코로나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하고 인류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는 특수 임무를 받은 크리스퍼 요원들의 활약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 탄생 신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전자 코드나 진시황릉 병마용갱 속에 감춰진 기억 이라든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과학적, 의학적, 역사적 지식의 방대함과 철저한 자료조사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과연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아 나선 우리의 뉴클레아스 요원들은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결국 해결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 제거가 아닌 공존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인간의 이기심과 잘못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오직 우리 코로나족의 안전한 번영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을 생각했을 뿐이네. 앞으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이 있을 것이야.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를 가장 많이 해치고,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가장 많이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도 파괴하는 종족이거든. 아마 뉴클레아스 어쩌고저쩌고도 공격당할지 모르겠네. 내가 오히려 인간을 걱정하다니, 나 참..."

p. 645-646

 

이 책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은 기억 판타지의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를 통해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기억의 삭제와 복원을 에스프레소 샷을 통해 가능한 커피페니를 비롯한 이 책의  등장하는 모든 기관들과 인물들의 다양함과 창의성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정말 이 정도 상상력은 해리포터의 상상력을 능가하며 작가의 전무후무한 상상력에 대단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기억의 판타지의 무한한 세계로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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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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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설 속 여성의 모습은 나약하고 남성의 보호를 받는 약자의 모습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강인하고 엄청난 힘을 가진 여성 영웅의 모습이라고 하니 어떤 내용일지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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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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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속에 감춰진 진실"


최석규의< 마그리트의 껍질 >을 읽고 


"모든 건 당신 안에 있어!"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여기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 남자는 다리 추락 사고로 인해 2년 전 기억을 잃어버렸다.역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일상의 기억은 잃어버리지 않았지만, 사고가 나기 2년 전 기억은 없다. 과연 그 남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마그리트의 껍질』은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억 상실은 심리적인 충격이나 스트레스 등 뇌의 손상이나 정신적인 질환으로 발생하는데, 이 남자는 무슨 이유로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일까. 그런 궁금증으로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본다.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2년 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으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노력한다. 물론 그는 강규호라는 자신의 이름이나 감시 카메라 회사라는 직장과 필드 엔지니어라는 직장 업무 등 일상적인 기억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심쩍은 것이 몇 가지 존재한다. 정신과 의사가 일상의 기억을 적으라고 준 기억 노트의 책 표지와 화장실 비밀금고와 숨겨진 어떤 여자의 사진 등은 여전히 뭔가 숨겨진 진실이 있을 거라는 복선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 기억노트의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같은 허공에 뜬 채 껍질이 반쯤 벗겨진 사과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과 그림에 대해, 또 르네 마그리트라는 작가에 대해 별다른 의심없이 읽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모든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였음을  말이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일상의 사소한 기억들을 노트에 적어 나간다. 그러나 여전히 화장실에서 발견된 소형 비밀 금고와 숨겨진 스냅 사진 속의 여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렇게 기억을 잃어버린 채 회사로 복귀한 그는 회사-집-편의점-책 대여점을 오가는 무료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계속해나간다. 그렇게 그는 일상의 단편적인 기록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조금씩 맞추어가고 있다. 그는 2년 전 자신이 엄청난 책을 읽었던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을 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강규호는 회사에서 사장의 비서인 차수림을 만나고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다. 단조로운 그의 일상 속에서 차수림과의 만남은 새로운 활기였고 그는 그녀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 차수림을 쫓아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고 차츰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강규호와 차수림 그들은 사내 연애를 비밀리에 하게 된다. 사귀게 되면서 차수림은 강규호에게 자신과 계속 사귀려면 두 가지 부탁을 하게 된다. 첫째, 콜라를 마시지 말 것!,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지 말  것! 처음에는 이 약속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지만, 이 또한 미스터리를 푸는 해결의 열쇠가 됨을 알게 된다. 또한 결정적인 단서는 술에 취한 사장이 강규호에게 술김에 말한 '마그리트의 껍질' 이라는 말!  그리고 자신을 미행하던 남자가 죽으면서 남긴 열쇠 하나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점점 더 상황은 미스터리 속으로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억 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기억 되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한 방 크게 먹였다. 그래서 나중에 마그리트 껍질에 숨겨진 모든 진실은 나에게 놀라움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과연 마그리트 껍질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 모든 각각의 퍼즐 조각들이 모여서 만들 퍼즐의 큰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통해 악의 근원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악을 제거하면 정말 인간은 행복할까. 우리가 가진 껍질을 벗기면 무엇이 남을까. 정말 그 껍질을 벗기면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겉을 감싼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 똑같이 생긴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p. 245

 

이 책  『마그리트의 껍질』은 인간의 폭력성을 제거해 안전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려는 자와 그들을 쫓는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와의  추적을 스릴있게 그려낸 범죄 미스터리 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 소설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선과 악에 대한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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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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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기 대륙에서 펼쳐지는 가족과 사랑의 서사시 "

 

위화의< 원청 >을 읽고 



"이건 아직 시작도 되지 않고 끝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허삼관 매혈기>, <인생>, <제 7일> 이후 8년 만에 나온 위화 작가의 신작-

 

 

평소 중국 소설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고 중국 작가에 대해 잘 몰랐던 나를 중국 문학의 세계로 인도해준 작가가 한 명 있다. 그 작가는 바로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알게 된 '위화 '이다. 위화는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매혈로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위화는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히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허삼관 매혈기>, <인생> , <제 7일> 등 대부분의 그의 작품 속에서 그려왔다.

 

이 책 『원청』에서도 마찬가지로  끝없는 여정 길 위에 선 한 인간의 고단하고 절망스러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청'이라는 아무도 모르고 들어본 적도 없는 미지의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나는 린샹푸의 고달픈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위화는 그 여정은 청나라로 대변되는 구시대가 저물고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대격변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위화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맞아 고고분고투하는 민중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인생>에서는 1950년 대약진운동을 배경으로,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를, <형제>에서는 자본주의 중국사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화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역사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민중들이 그 역경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히 견디며 살아왔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원청>의 지리적 배경은 중국의 시진이며 역사적 배경은 청나라 시대가 끝나고 중화민국이 시작되는 1900년대 초반 신해혁명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동안 민중들의 삶은 어땠을까. 작품에 등장하는 토비에 의한 환란과 북양군과 국민혁명군과의 싸움, 전쟁으로 인해 민중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제대로 입고 벗고 자고 할 수 없는 가난한 경제 형편으로 인한 생계 유지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대격변기 속에 린샹푸, 천융량, 구이민, 샤오메이 등의 삶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린샹푸는 황허 북쪽의 농촌에서 지주의 아들로 살아간다. 부모의 유산으로 받은 전답 덕분에 먹고 사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나이가 먹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하고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린샹푸에게 아창과 샤오메이가 찾아오면서 어둠뿐인 그의 외로운 삶에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자신이 오빠라고 말하며 자신이 떠나있는 동안 동생 샤오메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아창은 떠나버린다. 샤오메이와 같은 집에 살게 된 린샹푸는 샤오메이의 착한 마음과 아름답고 청초한 외모에 반해 샤오메이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처럼 선녀의 옷을 보여주자 선녀가 떠나버렸듯이, 그동안 애지중지 모아온 금괴를 샤오메이에게 보여주자, 샤오메이는 금괴 조금 훔쳐서 도망가버린다. 금괴와 샤오메이 둘다 잃어버리고 다시 혼자가 된 린샹푸는 절망적이고 비통한 나날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린샹푸가 그녀의 모습을 잃어버릴 즈음, 갑자기 샤오메이가 돌아온다. 뱃 속에 린샹푸의 아이를 품은 채로 말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어느 날 또다시 떠나버리고 이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과 딸아이를 두고 떠나버린 그녀를 찾으러 린샹푸는 끝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아창이 말했던 그 '원청' 이라는 도시를 목적지로 삼은 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원청이라는 도시를 찾을 수 없었다. 원청은 찾을 수 없는 도시이자, 존재하는 않는 도시인 것이다.

 

 힘겹게 원청을 찾아 헤매다 결국 린샹푸는 '시진'이라는 도시에 정착하게 된다. 시진이 원청이 아니지만, 왠지 원청과 비슷한 곳일거라는 생각에 시진에 살게 되지만, 뒷부분 샤오메이의 이야기를 통해 시진이 곧 원청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러나 꿈에도 시진에 샤오메이가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몰랐던  린샹푸는 시진에서 딸과 함께 제 2의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린샹푸는 의형제나 다름없는 천융량을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며 시진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마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린샹푸와 딸 린바이자는 건강하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지 모른다. 단순히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천융량의 가족은 린샹푸와 그의 딸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보살펴 주었다. 

"아들은 둘이지만 딸은 하나뿐이니깐' 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들이 납치되게 한 천융량의 아내 리메이렌을 통해 천융량 가족들이 린샹푸와 그의 딸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천융량 가족 못지않게 린샹푸가 시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은 바로 시진의 상인회 회장이며, 훗날 조직되는 시진 민병단장인 '구이민'이다. 그는 시진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지도자이다. 토비의 약탈과 횡포로부터 시진의 주민들을 지켜내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앞장서서 민병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글 속에 묘사된 토비의 잔혹하고 악랄한 약탈과 횡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참혹하게 살해하는 그들의 잔인함과 극악무도한 횡포가 치가 떨리고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그 횡포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린샹푸가 무참히 살해되고 구이민 또한 납치되어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은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민중들은 나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렇게 무참하고 억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린샹푸는 그렇게 허무하고 억울하게 죽어가야만 했을까.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인해 구이민을 구하고 더 나아가 시진을 토비의 횡포와 살육으로부터 구해냈다. 죽기 전에 고향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린샹푸는 결국 죽어서 그의 고향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수레 속 관 속에서 잠시나마 샤오메이를 아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수레가 우연히 샤오메이의 묘비 앞을 지나갔을 때 말이다. 결국 린샹푸와 샤오메이는 결국 죽어서도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계속 책을 읽으면서 샤오메이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했는데, 샤오메이 또한 시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니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만날 수없는 운명이었던 것일까.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는 것일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필연이었을까.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과 운명을 보며 생각해본다.

 

작품의 대부분은 린샹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뒷부분에 수록된 <또 하나의 이야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샤오메이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어떻게 아창과 함께 린샹푸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왜 샤오메이가 린샹푸를 떠났는지, 왜 그동안 샤오메이와 린샹푸가 만날 수 없었는지 책 뒷부분에 수록된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대격변기 속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찾기 위해 끝없는 여정을 떠났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딸을 지키고 사랑하는 그의 마음, 자신을 떠나버린 여인을 찾아 헤매는 그리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픔, 결국 죽음으로 끝나버린 비극 이 모든 것들을 위화는 이 책  『원청』 속에 담아놓았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 라고 말이다. 원청처럼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상에 의해 그 미지의 조각을 맞추어 퍼즐을 완성해간다. 아마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이 책 원청과 같은 이야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  『원청』을 통해 청말민국 격변기 시대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의 주인은 이처럼 어떤 역경과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과 가족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온 민중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전작인 <허삼관 매혈기>, <인생>, <제 7일> 과 마찬가지로  정말 '위화적인' 순간들이 느껴지고 거장의 힘이 느껴졌다. 5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궁금증 때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할 수 있었다.

위화의 8년 만에 나온 신작이며 위대한 거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책 『원청』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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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패밀리 안전가옥 오리지널 21
안세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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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가족의 유쾌한 모험 "

안세화의< 스타더스트 패밀리 >를 읽고 



"초능력자가 되어 스파이로 활약하던 가족이 정신병원에 갇혔다."

-초능력 가족 '스타더스트' 패밀리의 좌충우돌 정신병원 탈출기-

 

여기 유쾌하고 웃기는 가족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국정원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또 어느 날 난데없이 정신병원에 갇혀버렸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 초능력 가족들이 어벤저스처럼 멋지고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기보단 너무나 평범하고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초능력, 가족, 정신병원 이라는 도통 서로 공톰점이 없어 보이는 잘못된 만남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만나서 하나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하였다. 

 

이 책 『스타더스트 패밀리』는 <남매의 탄생>으로 제 1회 틴 스토리킹 문학상을 받은 안세화 작가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전작인 『남매의 탄생』에서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오빠의 정체를 밝히고자 십 대 주인공이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이야기로 극찬을 받았던 작가는 이번 책 『스타더스트 패밀리』에서 어느 날 갑가지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국정원 스파이로 활동했다가 느닷없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초능력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가족이 필사의 정신병원 탈출을 감행하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가진 초능력으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뻔한 결말로 맺는다. 이 책에서 작가는 어벤저스와 같은 초능력자인 듯 하지만 좌충우돌하고 매번 실수를 연발하는 가족이 결합하여 정신병원 탈출하고 악당을 소탕한다는 황당무개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초능력 가족인 '스타더스트 패밀리'는 당장이라도 우리 곁에서 튀어나올 듯한 너무나 평범하고 친근한 배씨 가족이다. 그런데 이 가족이 난데없이 갑자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그 가족조차 자신들에게 생긴 능력이 너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정신병원 원장과 환자의 상담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정신병원에는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한 가족이 입원해 있다. 그 가족은 3대가 한꺼번에 초능력자가 되어 국정원 비정규 요원으로 활약했다고 주장하는 망상장애 환자들이다. 

 

미친 사람은 보통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미친 사람을 돕고자 하는 사람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불같은 화와 부당한 원성을 견딜 줄 알아야 하고, 간절한 호소와 간곡한 부탁도 뿌리칠 줄 알아야 한다. 간혹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차분하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또한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튼 미친 사람을 돕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p.9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한 이 초능력 가족은 정말 미친 사람들일까? 아니면 정말 초능력자이고 스파이였던 것일까? 이 정신병원에는 그들처럼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정신이상자들 중에서도 중증 정신이상자들이 입원해있다. 그러나 초능력 가족인 배씨 가족은 정말 '진짜 초능력자'이고 '진짜 스파이' 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정상인 사람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정신병원 원장의 말처럼 미친 사람은 보통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모르니 그들이 아무리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그들의 주장 또한 망상을 가진 정신이상자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초능력자인 배씨 가족은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고 황당한 것이다.이에 초능력 가족들은 정신병원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탈출을 위한 소동과 계략에도 번번히 실패하다가 같이 입원해있던 '서이안'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배씨 가족의 정신병원 탈출기라고 한다면 후반부는 악당 서이안과 싸우는 초능력 가족의 활약과 모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 배원기, 아버지 배순동, 어머니 양희라, 아들 배하준, 딸 배하늬 이 다섯 사람은 2년 전 산속에서 털이 파랗고 머리에 꽃 달린 기이한 동물로부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던 것이다. 원기는 엄청나게 세진 힘을 받았고 순동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희라는 몸을 흔들면 최면의 꽃가루가 나왔고 하준은 후후 입김만 불어도 상처가 씻은 듯이 낫게 하는 치유력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하늬는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런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하면서 그들의 능력은 사라져버렸다. 이에 배씨 가족은 다시 초능력을 부여받기 위해 2년 전에 갔더 그 산속을 찾아가게 되었고, 다행히 그 신기한 동물을 만나 새로운 초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새로운 능력을 부여받게 된 초능력 가족들은 이제 선량한 시민을 구하고 악당을 물리쳐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었다. 잔인한 살인과 살육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악당 서이안으로부터 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이젠 그들은 황당 패밀리에서 히어로 패밀리가 되어 어벤져스다운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구하고 나아가 선량한 시민을 구하고 싶은 이 황당하고 대책없는 가족들이 너무나 영웅처럼 멋져 보인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어벤져스급의 폭풍 성장을 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그들의 유쾌한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황당하고 엉뚱하지만, 매력 만점인 이 가족들을 만나러 가보자! 그들의 좌충우돌 우당탕 하는 모습이 무지 웃기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여러분들도 나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이 가족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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