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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이장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12월
평점 :
"기억 판타지의 무한한 세계"
이장우의<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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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을 자유자재로 삭제하고 복원할 수 있다면"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탄생과 진화, 우주의 질서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서사-
만약 당신이 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삭제하고 싶은가? 또 이미 지나간 기억을 복원할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스럽고 힘겨웠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아직도 코로나는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 많고 특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재작년 한해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누군가가 나의 기억에서 그 기억을 싹둑 잘라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처럼 기억은 우리 인생의 행복, 슬픔, 고통 등과 관련 있다.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생성되고 저장되는 것일까. 뇌과학의 발달로 기억에 대한 미스터리가 많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뉴런과 시냅스의 작용에 따른 활동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우리에게 기억이 가지는 의미는 그보다 더 심오하고 큰 것 같다.
이 책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은 인간의 기억을 매개로 인간의 탄생, 진화 나아가 우주의 질서까지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억을 삭제하고 복원하는 에스프레소 샷을 판매하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 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생각했는데, 656쪽의 방대한 서사를 읽고 나서는 단순히 기억의 삭제와 복원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이었던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 사건으로 등장하였다. 코로나의 발생, 발생원인, 코로나의 구조, 코로나의 변이 등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만약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접선을 하고 소통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을 꾀할 수 있을까 등 현실적인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논의까지 서술이 되어 있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등장한다. 에스프레소 샷을 주문하면 기억을 삭제하거나 복원할 수 있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을 비롯해서 인간의 뇌를 전송체로 하여 인간의 기억을 저장, 편집, 가공, 재생산하는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기억재생 원두를 만들고 보관하는 기억리저브 매장과 로스터리 매장 등 이 모든 기관들이 기억과 관련된 일을 한다. 또한 인간의 탄생과 진화 또한 기억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며, 이런 인류의 역사와 진화 발전 과정을 기억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마치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를 통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뉴클레아스 심해기억저장소 산하에 있는 기억삭제소 커피페니와 같은 여러 기관들과 그 기관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크리스퍼 요원들을 포함한 뉴클레아스 요원들의 활약으로 인해 인간의 기억은 저장되고 보존되고 삭제되어 온 것이다.
작가는 코로나 사태를 반영하여 작품 속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기억이 조작되는 기억 파편 현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코로나 총사령부의 최고 지휘자인 술탄코로나와 교신을 가능하게 한다. 심해기억저장위원회의 핵심 지도자인 닥터 제닝스는 술탄코로나와 교신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종족이 절대복종하는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이것을 통해서만 인류의 코로나바이러스 퇴치가 가능하고 인류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는 특수 임무를 받은 크리스퍼 요원들의 활약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 탄생 신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전자 코드나 진시황릉 병마용갱 속에 감춰진 기억 이라든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다섯 가지 탄생 신물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과학적, 의학적, 역사적 지식의 방대함과 철저한 자료조사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과연 다섯 가지 탄생 신물을 찾아 나선 우리의 뉴클레아스 요원들은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결국 해결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 제거가 아닌 공존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인간의 이기심과 잘못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오직 우리 코로나족의 안전한 번영과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만을 생각했을 뿐이네. 앞으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이 있을 것이야.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를 가장 많이 해치고, 다른 생명체의 영역을 가장 많이 파괴하고, 다른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스스로도 파괴하는 종족이거든. 아마 뉴클레아스 어쩌고저쩌고도 공격당할지 모르겠네. 내가 오히려 인간을 걱정하다니, 나 참..."
p. 645-646
이 책 『기억삭제소 커피페니 청담』은 기억 판타지의 무한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를 통해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기억의 삭제와 복원을 에스프레소 샷을 통해 가능한 커피페니를 비롯한 이 책의 등장하는 모든 기관들과 인물들의 다양함과 창의성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정말 이 정도 상상력은 해리포터의 상상력을 능가하며 작가의 전무후무한 상상력에 대단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기억의 판타지의 무한한 세계로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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