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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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일까"

조지은 <서울 엄마들>을 읽고



"너 서울대 못 가면 인생 완전 꼬이는 거야. 알지"

"너희를 위해 모든 걸 희생했는데, 왜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을까...."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세 엄마의 교육 분투기 -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왜 대한민국의 교육은 파국과 소멸의 길로 가고 있는가? 서울대 가면 인생 성공하고 서울대 못 가면 인생 완전 꼬이는 것일까? 왜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서울대일까? 그렇게 서울대, 서울대라고 외치는 동안 교사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학교는 떠나고, 학부모들은 더 이상 학교와 선생님을 불신하고 학원만을 맹신하며 사교육에 더욱더 몰두하고, 우리 아이들은 입시의 노예가 되어 점점 더 꿈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인가? 성적 비관 때문에 죽어간 아이들이 외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고 있다. 점점 더 아이들은 성적에 따라, 명문대 진학에 따라 평가되고 그들의 인생도 결정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챗GPT 등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 학점제가 전면적 시행, 대입논술 부활, 위대증원, 유보통합 등 다양한 교육적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2025 대한민국 미래 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책 『서울 엄마들』 속에 드러난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민낯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해온 세 엄마의 교육 분투기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 시키는 학부모로써 반성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 개발과 다양한 교육 정책으로 교육이 발전하고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드러난 우리 나라 교육의 민낯을 보면 오히려 과거로 퇴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초등 의대반의 아이들'처럼 의대 진학을 위해 많은 어린 초등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창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입시의 노예가 되어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묘 아파트 105동에 사는 세 엄마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기 출신도 다르고, 경제 사정도 다르지만, 그들의 교육열만은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뜨겁다. 위아래로 나란히 사는 세 엄마들 그들은 중2 딸들을 키우고 서울대 의대 진학을 꿈꾼다. 105동 303호에 사는 서울대 출신 경단녀, 수지 엄마 봉선아, 105동 403호에 사는 억대 연봉 울트라 슈퍼맘, 민서 엄마 김진아, 105동 203호에 사는 학벌 세탁 돼지맘, 은주 엄마 안미아 세 명의 엄마들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교차되어 전개된다.

금묘 아파트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성지 속에서 금묘영유, 금묘 인스티튜트 금묘중학교 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치면서 최종 목적지인 서울대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과 엄마들, 과연 그들에게 그 길만이 없는지, 왜 그들은 서울대, 서울 의대 진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질문을 하고 싶다. 아니, 소설 속 세 엄마가 아닌 실제 대치동 학원으로 아이들을 픽업하며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보내는 우리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대치동으로 보내야 하는지, 왜 서울대 못 가면 인생이 꼬이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높은 교육열과 일명 '서울대 병'은 그들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학벌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좋은 학벌을 가져야 하고, 그 좋은 학벌의 끝판왕이 서울대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선행 학습을 일찍부터 해야 학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며 부끄럽지만 우리 교육의 민낯인 것이다. 그 경쟁 구도의 교육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없고, 너 아니면 나 라는 라이벌 구조만 있을 뿐이다.

“엄마, 나 의대 안 가면 안 돼?”

“뭐?왜?”

“싫어. 그냥 가기 싫어.”

아빠에 이어 딸까지 진짜 세트로 이것들이 정말… 참아보려고 해도 말이 마음보다 먼저 나간다.

“박! 민! 서!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너 초등의대반 다니면서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건 엄마가 다니라고 한 거잖아. 나한테 물어본 적 없잖아. 난 피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단 말야.

수학 문제 푸는 건 잘할 수 있어. 근데 피 보는 건 진짜 싫어.”

변명도 참 구질구질하다.

“야! 너를 위해서 이 엄마가 얼마나 희생을 한 줄 알아?

다 너를 위한 거라고. 너의 장래, 너의 노후! 의사만 한 직업이 우리나라에 또 있는 줄 알아?”

“엄마의 노후 아니고?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PART 5, 그냥 너네 엄마랑 살아」 중에서

그 누구를 비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작가의 말처럼 "어떤 여성도 서울 엄마가 되겠다고 자원하지 않는다." 그런 서울 엄마를 만다는 것은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사회인 것이다. 경쟁을 유도하고 오직 학벌만을 중요시하는 세상에서 아이들도 엄마도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없다. 다행히 마지막에 가서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성적보다, 좋은 대학보다 더 나은 소중한 가치와 인생의 목표가 있음을 알게 되고, 진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금묘'라는 왜곡된 우상을 맹신하여 잘못된 교육을 추구해온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진짜 교육의 의미를 찾게 되는 좌충우돌 교육 분투기 과정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웃고픈 우리 교육 현실에 씁쓸함도 남았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세 명의 엄마들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재미와 유머를 곁들여서 구성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같이 느껴졌다. 다소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리얼하고 재미있게 구성해서 우리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깨달을 수 있게 한 작가의 필력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인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며 학부모로써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성공에 대한 허상과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교육의 일그러진 얼굴들...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고 말해야 하는 이 교육적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손에 쥐게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은 공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것 같아.

지금 나는 밥순이, 경단녀 아줌마 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303호 수지 엄마 봉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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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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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안중근을 기억해야 하는가"

박삼중의<코레아 우라 읽고



"당신이 생각하는 동양의 평화는 무엇이오?"



-하얼빈 의거 115주기, 
당신은 안중근을 잊었는가?-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1909년 10월 26일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지키기 위한 안중근 의사의 하벌빈 의거가 있었다. 1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 안중근 열사의 그 절박하고 비장한 그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의 올곧은 정신과 뜻은 그대로 남아 책,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은 전해지고 있다. 책  『하얼빈』과 영화 <하얼빈>  그리고 매년마다 상연 되는 뮤지컬 <영웅>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안중근의 삶과 그의 사상을 만나보았다.

이런 나보다 평생을 안중근 의사에게 미쳐 안중근 의사의 삶과 발자취를 쫓아오며 살아온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형수들을 위해 사형수들의 인권과 교화에 힘써와서 사람들은 그를 '사형수들의 대부' 라고 불리었다. 그렇게 사형수들을 위해 몸바쳐 일하다가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발견하고 그때부터 그는 30년 넘게  안중근 의사의 삶의 발자취를 쫓아왔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은 안중근을 잊었는가?", "왜 우리는 안중근은 기억해야 하는가?"

그는 이 책 『코레아 우라』 속에서 안중근 의사의 삶, 하얼빈 의거, 사형 선고가 이루어지기까지 과정,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 모습과 그의 인성과 굳은 의지에 감화를 받은 사람들 특히 지바 도시치와 안중근 의사의 숨겨진 우정,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와야 하는 이유 등을 다루면서 '왜 우리가 안중근을 기억해야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  

삼십 년 안중근 발자취를 쫓아온 삶을 통해, 스님은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하얼빈 의거 이후 뤼순 형무소에서 안중근의 모습과 지바 도시치와의 안중근 의사의 숨겨진 우정 등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그의 인간적인 따뜻한 본성과 굳걷한 의지 등을 보여준다. 많은 책, 영화, 뮤지컬 등 독립운동가로서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 시키기만 할 뿐 그 이후의 모습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인 스님은  하얼빈 의거 후 안중근 의사에게 어떻게 사형 선고가 이루어졌는지, 얼마나 그 재판이 불합리하고 부당했는지, 그 부당한 재판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사형 선고 전까지 그의 인성과 그의 뜻에 감화된 구리하라 형무소 소장, 쓰다 가이준 스님, 그의 호송을 받았던 지바 도시치 등을 포함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고 경외했는지, 그에게 받은 유묵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관했는지 등 후세에까지 이어진 것인지, 아울러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한 상황까지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왜 우리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모셔와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또한 삼중 스님이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쫓기 전, 서대문형무소 담장 아래에서 태어난 그의 어린 시절과 그가 평생 사형수들의 인권과 교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 그의 인생 또한 칭찬할 만 하다. 재소자 교화에 일생을 바친 '사형수들의 대부' 와 '재소자들의 친구'인 삼중으로 살아온 삶도 인상적이고 본받을 만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와 관련한 그의 평화주의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그의 하얼빈 의거 덕분에 그는 '동양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공판에서 "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는가?" 라는 질문에 안중근 의사는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잘못, 나아가 동양 평화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국이란 나라의 한국인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어떻게 죽어갔는지, 수십 수백 번도 더 설명할 수 있었다 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전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이익과 영달을 위하여 타인을 헤쳐서는 안 된다'는 안 의사의 사랑과 평화 사상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므로 안 의사가 이야기하는 평화란 '나와 우리,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평화가 아닙니다. 나와 이웃 나라의 평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경천' 사상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원했던 동양의 평화가 왔는가? 지금 이 시국에 앞서 우리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렇게 목숨 바쳐 지켜온 나라인데 후손인 우리들은 과연 그 나라를 잘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지 205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는 타국의 추운 땅에 묻혀 있다. 아직도 우리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그의 유해를 기다리고 있다. 삼중 스님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아울러 삼십 년 넘게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쫓아가며 안중근 의사의 유묵들을 반환받아 우리나라에 가져온 그의 노력과 애씀에 감사드리고 안중근 의사의 뜻을 알리는 데 힘써온 그에게 존경을 표하며 박수를 보낸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이 책 『코레아 우라』 를 읽으며 안중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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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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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했던 그 해 봄에 대한 단상"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해 봄의 불확실성> 을 읽고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 3년 만의 신작-




우리는 기억한다. 그 해 봄,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팬데믹의 공포를...일상이 마비되어 모든 것이 'stop' 상태에 머무르게 했던 그 날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날 이후 나의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나의 독서가 한층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사실만이 우리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 책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통해 그해 봄,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던 일상의 단상을 쫓아 가보고자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사태에서 봉쇄 조치로 인해 봉쇄된 뉴욕 맨해튼에서 지인의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일상의 단상들을 담담한 필체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의 일상의 단상들의 조각들을 통해 우리는 그 해 봄 불확실했던 시간 속에서 느꼈던 불안, 공포, 외로움 등을 볼 수 있다. 그 단상들을 통해 그 당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상을 보냈는지 되돌아보며 그 때 그 시간을 소환할 수 있었다.

모든 일상이 멈추어버리고,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그 때, 작가는 지인의 앵무새를 돌봐주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기가 살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버린 사람들, 왁자지껄하게 떠들썩했던 일상이 갑자기 멈춰버린 거리의 정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 때의 기분에 대해 작가는 '애도하며 사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p.20

서로 만나서 일상을 나누던 시간들이 정적만이 가득한 시간이 되어 버린 그 때에 작가는 지인의 반려 앵무새를 돌봐 주면서 관계의 단절과 인간성 상실로부터 오는 외로움을 치유 받는다. 친절했던 이웃이 차갑게 변하고 거리를 산책하는 개들마저도 볼 수 없었던 그 때 반려 앵무새와 함께 나누는 교감은 작가에게 크나큰 기쁨과 위안을 안겨준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유레카가 느낀 고마움이 아무리 커도 나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그 기이하고 불안했던 시기의 나에겐 유레카와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빨리 지나갔다. 매일 아침 기대에 부풀어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기괴하리만큼 인적 없는 거리를 몇 블록 걸어가서 나의 보살핌을 기다리는 깃털 달린 친구를 만나는 이 단순한 허드렛일 덕이었다. 그건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해낼 자신이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p. 105


그러나 앵무새 유레카와의 만남과 교감의 시간도 잠시, 떠나 버린 줄 알았던 이전에 유레카를 돌보던 베치가 다시 돌아왔다.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초록빛 깃털을 가진 앵무새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인간 혐오주의자이자, 에코 테러리스트이면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베치와 한 집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고 어서 그가 나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가 대낮에 낯선이로부터 기침테러를 당해 두려워 침대에만 지내다가 베치가 사온 아이스크림 한통을 다 먹어 치우게 된다. 베치는 그녀를 위해 아이스크림 네 통을 사오게 되고 함께 먹으면서 조금씩 그들 사이에는 친밀감과 유대감이 쌓여져 간다. 불확실하고 기이하고 기묘한 동거 속에서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앵무새 한 마리는 기묘하지만 따뜻한 위안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작가는 중간 중간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생각의 단상들도 들려준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서 소설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전해준다. 언급된 유명한 작가들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세월>과 조 브레이너드의 작품 <나는 기억한다> 속 문장들이 인상 깊었다. 그 두 작품 속에 나온 문장들을 인용하여 팬데믹 시대를 회상하자면 '나는 기억한다. 불확실한 봄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작가는 유명인들의 글쓰기에 대한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팬데믹 시대 글쓰기의 어려움도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말했을 때, 그럼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는 걸까?
편집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상상해 보라: 꼭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어요.
「매우 불완전한 글이 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새 소설을 시작하면서 일기에 쓴 말이다. 그럼에도, 열성적이었다.
-p.285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무엇도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일상의 평범함에 담담히 건네는 안부, 인간과 동물의 교감과 기이하지만 따뜻한 연대, 문학과 글쓰기를 통한 사유를 통해 그 시기를 지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지금 내가 누리는 평범하고 평안한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표하게 된다.

도움을 베풀 대상을 찾아내는 것, 그게 많은 병들을 고치는 약이라고 한다. 그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 시키고, 애도와 슬픔, 상실감을 어루만져 준다고 한다.
-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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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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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뭉친 쓰리 걸스의 수다 삼매경"


에쿠니 가오리의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을 읽고  



"우리,  참 오해가 많았던 인생이네."


-각기 다른 세 여성의 잔잔하고도 소란스러운 일상을 다룬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



몇 년 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과 공감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학창 시절 소녀의 모습에서 노년의 나이의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이다.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지 않은 노년층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개성이 강한 노년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사랑, 우정, 이별을 통해 노년에 대한 공감과 깊은 울림을 주었기에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  



이 책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을 읽으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명의 여성의 즐겁고 소란스러운 수다가 들리는 듯 했다. 그동안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작가가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이른 세 여성들을 등장시켜 그녀들의 삶과 수다들을 통해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관계, 결혼, 이혼, 연애, 사별, 우정 등 인생 전반에 일어날 수 있는 관계와 사건들을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을 통해 들려준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인 리에, 다미코, 사키는 각각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다르지만, 그들은 삼십 년이 지나도 친구이다. 대학 시절에 그녀들은 늘 셋이 붙어 다녀서 '쓰리 걸스' 라고 불리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뭉쳐 다니며 지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로 헤어져 각자 인생을 살다가 삼십 년 만에 다시 '쓰리 걸스' 가 뭉쳤다. 풋풋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2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고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돌싱으로 돌아온 리에,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고 시어머니의 간병을 하는 평범한 주부인 사키,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이렇게 그녀들이 다시 재회해서 수다 소란스럽고 즐거운 수다를 떨며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30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났기에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바뀐 듯하지만 과거 그대로인 듯 보인다. 자유롭고 개성 강한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그동안 다른 인생을 살았던 그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며 쓰리 걸스는 다시 뭉치면서 그들의 인생과 일상이 서로 연결되어진다. 그녀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살아가는 일상은 다르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함께 마나서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눈다.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들을 통해 깊은 공감과 편안함을 준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상상이 완벽하지 않고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셔닐 손수건과 캔텔루프 멜론은 정체를 알 수 없어 상상과 동경을 부추기는 단어들이다. 셔닐 손수건은 고급 직물의 세련된 옷감의 부드러운 재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부슬부슬하고 꺼칠한 느낌한 느낌의 손수건이다. 또한 속살이 노란 멜론일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 캔텔루프 멜론은 속살이 노랗지 않고' 빨갛다'라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또한 우리의 상상과 다를 수도 있고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명의 여자들의 모습처럼, 그들의 살아가는 일상 또한 상상한 대로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그대로인 것이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계속 놀라면서 다미코는 옛 사진들을 바라본다. 셋 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간 같은데, 리에는 틀림없는 리에이고, 사키 역시 고집스러우리만큼 사키이고, 자신도 보나 마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자, 왠지 으스스 소름이 끼쳤다.
--본문 중에서



아주 가끔 만나는데, 그리고 만나지 않는 동안은 각자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데, 만나면 공기가 옛날로 돌아가는 게 신기하다고 사키는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또한 리에, 다미코, 사키 세 여성의 일상뿐만 아니라, 그녀들 주변인들의 이야기들로 흥미롭다. 다미코의 어머니 가오루와 다미코의 친구의 딸인 마도카, 사키의 아들, 리에의 조카 사쿠 등 다양한 주변인들과 그녀들의 일상들이 맞물려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유쾌함과 재미를 주고 있다. 바로 그런 재미와 소소한 행복이 바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삼십 년 만에 재회한 쓰리 걸스의 수다 삼매경을 통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과거 내 친구들과 재회하고 즐겁게 수다를 떨 그날을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다.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소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일상적 이야기를 통해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과 일상이 주는 평안함과 우정의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 여성의 일상적 이야기들로 다시 돌아온 작가의 신작이 너무나 반가웠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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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북
파이돈 편집부 지음, 허윤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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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A to Z"

파이돈 편집부 <크리스마스 >를 읽고





"예술 작품, 문화, 역사를 총망라해 살려보는 크리스마스"



-200여 점의 도판으로 보는 크리스마스의 모든 것-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함께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캐롤' 등이 생각이 난다. 왬의 'White Christmas' 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등과 같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된다.

크리스마스야말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인의 공통적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인 크리스마스, 그런데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책! 마치 크리스마스 백과사전과 같은 크리스마스 A to Z 같은 책인 이 책 『크리스마스 북』을 만났다. '크리스마스' 라는 하나의 공통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200여 점의 도판으로 크리스마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축제인 크리스마스가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채로운 그림, 조각, 사진, 음악 등을 통해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변모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유래, 크리스마스의 역사, 크리스마스 관련 음식과 의식,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 되어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 잡학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잡다한 지식이나 정보 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더군다나 다채로운 200여 편의 이미지들이 컬러풀하게 제시되어 있어 화보집을 보는 것도 같았다. 

또한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문화, 예술, 역사 등을 제시하고 있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축제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크리스마스 축제를 보는 듯해서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크리스마스에 대한 모든 것, 크리스마스 화보집과 같은 책, 크리스마스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인, 예술적인 다양한 지식과 정보로 가득한 백과사전과 같은 책인 이 책 『크리스마스 북』을 권하는 바이다.

이 책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면, 한층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 즐겁게 느끼지 않을까!
이 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오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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